공생이 아닌 기생으로 나아가는 동아리 스폰 문화의 현실
공생이 아닌 기생으로 나아가는 동아리 스폰 문화의 현실
  • 한지연 기자, 이영재 기자
  • 승인 2015.10.10
  • 호수 14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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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 동아리인데요! 저희가 ○월 ○일 ○시에 ~에서 공연하는데 조금만 도와주실 수 있으신가요? 그리고 저희 공연 포스터에 가게 이름도 적어드릴 거예요’ 여러 명의 학생이 학교 앞의 가게의 문을 열고 들어가 가게 사장님에게 건넨 말이다.
 이렇게 교내 동아리의 학생들이 공연, 세미나 등의 동아리 행사를 위한 지원금을 모으기 위해 방문하는 ‘스폰 문화’가 대학가 앞 상권에서는 익숙한 풍경이 됐다. ERICA캠퍼스 주변에는 논밭과 학교, 상가밖에 없어 학생과 상인 간의 관계가 긴밀해지며 스폰 문화가 시작돼 현재까지 ‘학생들을 상대로 장사하는’ 학교 앞 상권과 학생의 공생 문화라는 역사가 이어지고 있다.
 현재 ERICA캠퍼스에는 55개의 중앙동아리뿐 아니라 각 단과대학 동아리, 각 학과의 학회까지 많은 동아리가 있다. 중앙동아리는 학교에서 매 학기 26만 원의 지원금을 받고, 단과대학 동아리와 과 학회는 단과대학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보통 1년에 10만 원 내의 지원금을 받고 있다. 이들 중 많은 동아리가 공연과 같은 동아리 행사를 위해 공연 전 학교 앞 가게들을 다니며 스폰을 받는다. 학교의 지원금과 회비만으로는 운영하기 어려운 동아리 실정 탓에 행사 지원금을 구하기 위해 학교 밖으로 나가는 것이다.
 동아리에 대한 학교의 지원금이 부족한 상황이지만 각 처에 배정된 예산이 한정돼 있기 때문에 지원금을 늘리는 것은 학교 측에서는 불가능한 것이 현실이다. 또한 동아리에 배정된 예산이 삭감돼 2학기부터는 이마저도 줄어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아리 스폰 문화에 대해 동아리 연합회 회장 임연교<공학대 기계공학과 10> 군은 “이런 스폰 문화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현재 1학기에 26만 원씩 지급되는 지원금을 늘려야 하는데 학교 자체의 예산이 적고 1인당 동아리 회비를 올리는 방법은 학생들의 동아리 참여율이 줄기 때문에 현실상 어렵다”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밴드 사운드로 음악을 하는 ERICA캠퍼스의 중앙동아리 ‘HEMA’는 1년에 한 번 있는 정기공연을 위해 스폰을 받는다. 공연에 드는 돈은 장소 대관료만 해도 싼 곳은 40만 원, 비싼 곳은 8~90만 원이다. ‘HEMA’ 회장 이준구<공학대 전자공학부 12> 군은 “학교에서 매학기 지원금이 나오긴 하지만 정기공연 외의 다른 기타 행사에 이용하기에도 부족해 스폰을 통해 보통 2~30만 원의 금액을 지원받아 정기공연 시 대관료의 4~50% 정도를 충당하고 모자란 비용은 회비를 이용해 충당한다”라고 말했다. 덧붙여 이 군은 공연 포스터 아래 가게 이름을 실어 홍보를 해준다는 명목으로 지원금을 받는 것에 대해 “지원금을 받았다고 해서 포스터 아래에 가게 이름을 적어 홍보하는 것이 실제 홍보 효과로 이어지기 어려움이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언정대의 풍물패인 ‘?우리’ 또한 가을 학기에 있는 정기 공연을 위해 매년 공연 한 달 전 스폰을 돈다. 매년 공연에 드는 돈은 최소 70만 원. 그러나 학교에서 지원받는 금액은 1년에 6만 원 가량이다. 그마저도 악기를 관리하는 데에 들어간다. 동아리 회비로 공연 비용을 충당하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현재 스폰에 의지해 공연을 진행하고 있다. ‘?우리’ 회장 유경설<언정대 광고홍보학과 14> 양은 “올해 공연의 경우 학교 지원금 및 회비로 20%를, 나머지는 스폰을 통해 지원받은 70만 원으로 충당했다”라며 “동아리 입장에서도 경기가 좋지 않은 현실에서 스폰을 받는 것이 편치는 않아 졸업한 선배들에게 도움을 받는 등 다른 방안으로 해결하고자 하지만 현실적으로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유 양은 “스폰을 해주는 가게의 이름을 포스터에 실어드리는 것뿐 아니라 손수 제작한 상가 번영을 빌어드린다는 글귀가 담긴 ‘만장’과 복을 빌어드리는 마당밟이를 하며 감사를 표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ERICA캠퍼스 앞 많은 가게의 벽과 문에는 각종 동아리의 공연 포스터가 붙어있다. 포스터 아래 스폰을 돌며 지원금을 받은 가게 목록에는 학교 앞 대부분의 가게의 이름이 적혀있다. ERICA캠퍼스 앞에서 장사를 하는 최규식<주점 명태와 콩나물> 사장은 “가을 학기에 축제 기간을 전후로 학생들이 많이 오는데 우리 가게에서는 보통 만 원씩 주고 친한 동아리의 경우 더 주기도 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공연 포스터에 가게 이름이 들어가 발생하는 홍보 효과를 위해 돈을 지원해주는 것이 아니다. 실제로 이는 가게 매출에 전혀 영향이 없지만 지원금을 주지 않으면 뻘쭘해 하는 학생들의 모습에 마지 못해 건네줄 때가 많다. 최 사장은 “요즘같이 경기가 좋지않을 때는 동아리들이 와서 지원금을 요구하는 게 부담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식당 맛자랑에는 한 학기에 보통 7~8개의 동아리가 스폰을 위해 가게에 방문한다. 구재심<식당 맛자랑> 사장은 “다시 찾아주는 학생들도 많기 때문에 만 원씩 건네준다”라고 말했다. 임 군은 “학교 앞의 한 가게에서 스폰으로 나가는 비용만 1년에 3~50만 원 가량인 것으로 안다”라며 스폰으로 인한 가게의 경제적 부담이 심함을 드러냈다.
 스폰 문화에는 또 다른 문제가 존재한다. 스폰을 받기 위해 가게에 주로 여러 명의 학생이 방문하지만 가끔 2명 정도의 학생이 와서 지원금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 이들이 진짜 스폰을 받으러 오는 것인지 그것을 악용해 따로 돈을 받으러 오는 것인지 가게 입장에서는 구분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구 사장은 “의심은 가지만 학교 앞에서 학생을 상대로 하는 장사이기 때문에 찝찝한 마음을 안고도 지원금을 건네줄 수밖에 없다”라며 스폰 문화에 대한 불만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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