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의 의미를 짚어보는 한가위를 기리며
조상의 의미를 짚어보는 한가위를 기리며
  • 이영재 기자
  • 승인 2015.10.02
  • 호수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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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바쁜 삶에 찌들어 사는 현대인들은 추석을 맞이해 가족끼리 해외여행을 가기도 하고, 집에서 조용히 쉬기도 한다. 이처럼 오늘날 추석은 일상의 긴장감과 강박감 속에서 일시적으로나마 해방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이창현 <경상대 경제학부 15 >군은 “추석에 집에서 편하게 쉬면서 그 동안 충분히 하지 못했던 전공 공부를 할 것”이라며 “명절이면 어른들의 질문세례에 진절머리가 난다”라고 전했다. 그 외에 다양한 이유로 젊은 층들은 고향방문을 꺼린다. 하지만 고향에 계시는 우리네 부모님들은 자식들을 기다린다. 영화 ‘추석’은 하루 내내 고향집을 찾을 자녀들의 생각에 빠져 있는 우리네 조부님들의 이야기이다. 영화 속 할아버지는 시끌벅적한 과거 명절의 모습을 그리워하며 한적한 시골집 근처를 배회한다. 하지만 시골집에 찾아오는 사람은 할머니가 주문한 새 밥솥을 배달하는 택배 기사뿐이다. 할머니와 낮부터 정성스레 준비한 추석 음식을 앞에 두고 할아버지는 전화를 기다리신다. 밤이 돼 할머니는 잠자리에 들고 할아버지는 고향에 내려가지 못한다는 자식들의 전화를 받는다. 할아버지는 “괜찮다 그럴 수 있지”라며 전화를 끊고 잠을 자는 할머니를 지긋이 바라본다. 영화 속에서 할머니의 잠자고 있는 얼굴을 바라보는 할아버지의 얼굴은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의 부모님의 모습이다. 민족의 최대명절인 추석에는 조상에게는 성묘를, 부모에게는 효도를, 형제들과는 우애를, 자녀들에게는 사랑으로 대하라고 배웠다. 하지만 젊은 세대들은 명절의 전통을 잘 따르지 않는다. 젊은 세대인 우리도 언젠가는 부모가 되고 훗날 자녀로부터 이런 상황에 처하지 않을 거라 장담은 하지 못한다. 황기훈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은 “추석에 소외된 부모, 노인들의 모습을 통해 우리가 자각해야 될 것들이 무엇인가 되짚어 보고 다시 생각해봐야한다”라고 전했다. ‘추석’이란 상징적인 의미가 큰 단어다. 혹시나 추석이 공휴일과 겹치진 않을까 해서 대체 휴무일도 준다. 추석만 되면 어르신들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말을 한다. ‘한’은 ‘크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으며, ‘가위’는 ‘가운데’라는 뜻이 있다. 따라서 ‘한가위’는 가장 큰 명절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풍요로운 생산품으로 가족과 함께 명절의 의례인 차례와 성묘를 지내는 날이기도 하다. 하지만 농경사회가 아닌 현대사회에서는 명절 추석을 길게 놀 수 있는 연휴라고 생각하는 등 추석의 의미는 많이 퇴색되었다. 핵가족화의 추세, 추석 연휴에 해외여행, 스마트폰이 만들어낸 가족 간의 대화 단절, 상품화된 추석 음식 구매 등으로 함께 모여 오손도손 지내는 옛 명절이 아닌, 통과 의례적인 행사로 변질돼 가고 있는 실정이다. 황 위원은 “척박한 현실 속에서 가족 관계도 깨지는 것이 아닌지 대단히 우려스럽다”라며 “추석 본래 의미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원인을 파악하고 이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대책이 절실하다”라고 전했다. 추석과 같은 물질적, 정신적으로 풍요로움을 느낄 시기에 현재 우리네 부모들은 이번 추석은 과연 풍요로울까. 이번 4일간의 추석 연휴를 자신을 위해 썼다면 다음 추석은 가족이 도란도란 모여 앉아 송편을 만들며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정다운 한가위가 되기를 바란다. 이영재 기자 edtack123@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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