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숨 쉬는 책을 만나다, 휴먼라이브러리
살아 숨 쉬는 책을 만나다, 휴먼라이브러리
  • 이영재 기자
  • 승인 2015.09.15
  • 호수 14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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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원정보도서관 지하 1층에 있는 노원휴먼라이브러리.

9월9일 '오늘의 휴먼북'으로 선정된 방금숙 휴먼북.
살아 숨 쉬는 책을 만나다, 휴먼라이브러리

중국에는 ‘노마지지(老馬之智)’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늙은 말이 길을 잘 찾아간다는 뜻이다. 이처럼 인생살이를 통해 터득한 개인의 경험과 지혜는 매우 값진 것이며, 많은 이들의 인생 경험은 고귀한 사회적 자산임에 틀림없다.
이런 노마지지의 정신을 실천해 운영하고 있는 도서관이 있다. ‘휴먼라이브러리’는 특정 분야 지식을 가진 사람이 독자와 일대일로 만나 정보를 전해주는 도서관으로서 주목받고 있다. 독자가 휴먼북과 자유로운 대화를 통해 지식과 경험을 공유할 수 있게 하는 것이 휴먼라이브러리의 취지다.
휴먼라이브러리는 2000년 덴마크에서 열린 뮤직 페스티벌에서 ‘Living Library’라는 명칭으로 시작됐다. 이는 덴마크 출신의 사회운동가 로니에버겔과 동료들이 ‘스톱 더 바이얼런스(폭력을 멈추자)’라는 운동을 전개한 것을 시작으로 현재 전 세계 60여 개의 나라에서 진행되고 있다. 한국에서는 2010년 국회도서관이 휴먼라이브러리 행사를 개최하면서 휴먼라이브러리의 존재가 알려졌다. 이후 휴먼라이브러리가 2011년 경기도 부천시에서 시도됐기도 했지만 상설로 운영된 것은 노원휴먼라이브러리가 최초이며, 현재는 노원휴먼라이브러리가 한국에서 가장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노원휴먼라이브러리는 4·7호선 노원역 10분 거리에 위치해있다. 노원구민은 물론 타 지역 주민들도 이용할 수 있다. 책 대신 재능이나 경험을 기부한 사람들로 이루어진 새로운 모습의 노원휴먼라이브러리는 지역사회 내 주민 간의 재능과 경험을 기부하고 공유할 수 있다는 점이 최대 장점이다. 해당 분야의 전문가인 휴먼북과 독자는 자유로운 대화를 통해 경험을 공감하고 소통한다.
일반도서관이 종이 책을 대출해준다면 휴먼라이브러리는 휴먼북을 대출해준다. 휴먼북은 독자들이 휴먼북 목록을 살펴보고, 읽고 싶은 휴먼북을 선정하는 방식으로 대출할 수 있다. 노원휴먼라이브러리의 휴먼북 프로그램으로는 △인터넷을 통한 수시 열람 △오늘의 휴먼북 △휴먼북과의 대화 가 있다. 노원휴먼라이브러리 홈페이지에서 휴먼북 열람 신청을 하면 수시 열람을 할 수 있다. 또한 그날그날 선정돼 있는 휴먼북을 정해진 시간에 찾아 자유롭게 들을 수 있는 ‘오늘의 휴먼북’도 최근 매우 주목받고 있으며, 노원구 중·고등학교 재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휴먼북과의 대화’는 청소년들에게 미래의 꿈과 희망을 갖게 한다.
노원휴먼라이브러리가 가장 활성화된 이유를 “관내에서가 아닌 민간영역에서 흐름이 먼저 있었기에 가능했다”라고 정상훈<노원휴먼라이브러리> 관계자는 전했다. 노원휴먼라이브러리가 정식 기관이 되기 전에 이미 휴먼북 100명을 모아서 시작했다는 것이 다른 지자체와 가장 큰 차이점이며, 이처럼 자발적인 민간 흐름과 협조적인 행정기관이 합쳐져 더 활성화됐다. 정 관계자는 “노원구는 다른 자치단체에 비해 학생들이 많이 거주한다는 특징이 있다”라며, “노원구에 전문직인 학생들의 부모가 많이 거주하는 것이 휴먼북을 섭외하는데 긍정적인 영향으로 이어졌다”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런 장점들에도 불구하고 사람으로 운영된다는 점, 무료로 열람할 수 있다는 점 등으로 인해 여러 문제들이 발생하기도 한다. 정 관계자는 “언론 보도만 나가면 학교 선생님들이 아침부터 전화를 하신다. 예를 들어 직업체험의 날 행사를 위해 휴먼북 몇 분만 보내달라고 요청을 하신다. 노원구 관내에 있는 학교만 해도 약 50여 개가 되는데 노원구에서만 그러는 것이 아니라 중앙지에 나오면 서울 각 지역에서 계속 전화가 온다”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또한 “휴먼북 중에 저명인사도 계시지만 일반인들도 많기 때문에 휴먼북의 자격을 정하는 기준이 어렵다”라고 덧붙였다.
노원휴먼라이브러리는 휴먼라이브러리가 앞으로 많이 생기길 하는 바람에서 다른 도서관의 벤치마킹을 도왔다. 휴먼라이브러리라는 제도 자체가 나눔, 소통, 공감을 통한 일종의 연대가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문화소외지역에 사는 아이들에게도 좋은 경험을 나누고 싶고, 어른이 아이들을 위해 하는 것이기 때문에 웬만해선 다 도우려고 하고 있다”라고 말을 전했다.
마지막으로 정 관계자는 휴먼라이브러리를 이용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휴먼라이브러리는 가던 버스를 세우고 다른 사람을 태워주진 않지만 다음 버스가 언제쯤 오는지 일러주는 것”이라며 “모든 것을 해결해주진 않지만 최소한 어느 쪽으로 가라 하는 것을 알려주는 곳”이라고 의의를 밝혔다.

이영재 기자 edtack123@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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