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변석개(朝變夕改)식 학사 행정, 학생 혼란은 누가 책임지나
조변석개(朝變夕改)식 학사 행정, 학생 혼란은 누가 책임지나
  • 이영선 기자
  • 승인 2015.09.14
  • 호수 14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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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변석개(朝變夕改)식 학사 행정, 학생 혼란은 누가 책임지나 지난달 24일, 총학생회는 페이스북 총학생회 페이지에 한양대학교의 학사개편을 다룬 EBS 뉴스 영상을 공유했고 이는 학생들 사이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EBS는 ‘기존 20학점에서 18학점으로의 이수학점 제한의 변동’과 ‘시대의 흐름에 뒤처진 비인기 강좌의 폐강’이라는 내용을 보도했다. 그러나 학교 측은 이번에 이뤄진 것은 학사개편이 아닌 교육과정개편이라며 EBS가 보도한 내용은 사실이 아니라고 일축했다. 정준구<교무처 학사팀> 과장은 “학기 당 1학년에서 3학년까지는 18학점, 4학년은 15학점으로 이수제한을 두는 것이 이번 개편의 기존 틀이었으나 확정안은 아니었다”라고 말을 이었다. 기존에 추진했으나 최종적으로 확정된 안이 아님에도 관련 보도가 이뤄져 학교 측도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다. 이어 정 과장은 “시대 흐름에 뒤떨어진 비인기 강좌 폐강은 원래부터 폐강 규정에 따라 이루어지던 일”이라며 “소수 인원만으로 수업을 진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총학생회는 학교 측과는 다른 입장을 보였다. 총학생회장 박종진<정책대 정책학과 10> 군은 “학사개편과 교육과정개편의 본질적인 차이점이 별로 없다”라며 영상을 공유한 이유에 대해 “확정되지 않은 개편안을 공유하고 EBS와의 인터뷰를 진행한 이유는 확정 후엔 더 바뀌기 힘들기 때문”이라고 입장을 표명했다. 덧붙여 박 군은 “공대는 전공만으로도 17학점에서 18학점이 채워지는데 이수 가능 학점이 줄면 나머지는 추가 비용을 내고 계절학기로 이수해야 한다”라고 말하며 학교의 재정적 문제로 개편안을 추진하려 했던 것은 아닌지 의혹을 제기했다. 또한 총학은 학기당 이수학점 제한은 20학점으로 유지되나 일부 교과목의 폐강 문제는 미해결 상태임을 지적하며 폐강이 되어 수업이 줄면 수강신청 대란과 같은 문제는 더 심각해질 것임을 주장했다. 박 군은 “철학과는 한 학년이 약 20명인데 폐강 기준은 10명 이하”라고 말하며 소규모 학과에도 폐강 기준을 일률적으로 통일해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주형<인문대 철학과 14> 군은 “철학과의 경우 폐강 기준에 걸리지 않기 위해 시간이 남으면 수업을 들어 달라고 동기나 선후배간에 자주 부탁하기도 한다”며 “얼마 전에도 수강신청 대란이 발생하지 않았느냐”라며 폐강으로 인한 강좌 축소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개편 시 학생들의 의견 반영 여부에 관해 묻자 정 과장은 “총학생회와 만나 의견을 교환하고 전체 학생들을 대상으로 메일을 통해 설문조사를 시행했으나 재학생 중 약 10% 정도인 1천5백 명만이 설문 조사에 임했다”라며 소통의 부재 원인이 학교 측의 문제만은 아님을 주장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김용환<인문대 철학과 15> 군은 “요즘 메일을 누가 보느냐”라고 반박했다. 이어서 김 군은 “총학에서 실시한 투표는 했는데 학교에서 보낸 메일이나 문자는 받은 기억이 없다”라고 밝혔다. 이주형<인문대 철학과 14> 군은 “이번에도 불안정한 서버를 보완·증축했다는 이유만으로 양 캠퍼스의 두 개 학년이 동시에 수강신청을 하는 바람에 수강신청 대란이 발생하지 않았느냐”라며 수치적 자료에만 근거한 학교 측의 일방적 결정으로 피해를 본 이전 경험을 환기했다. 이어 총학은 학사팀과의 의사소통 문제에 관해 “총학을 통해 소통하는 기존의 방식 자체엔 문제가 없다"라며 "소통이 ‘토론’보단 일방적인 ‘통보’로 이뤄진다”라는 소통의 내용적, 형식적 한계를 지적했다. 현재 알려졌던 개편안은 철회되고 학기 당 이수제한 학점은 최종적으로 20학점으로 원상 복귀했으나 이 사건은 소통의 문제에 있어 학생과 학교의 입장 차를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김용배<공대 화학공학과> 교수 역시 교육과정개편에 대해 “개편 자체는 나쁘지 않지만 학생과 교수, 학교 간에 소통을 통한 공감이 있었는지 또한 중요한 문제인데 그런 과정이 부족했다”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또 “교과 과정이 개편되면 교육 내용 역시 개편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교수가 새로 강의 계획을 세워 공부해야 한다”라고 말하며 “개편 결정에 일부 교수만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라며 이어 "뒤늦게 바뀐 교과 과정을 통보받은 교수들은 그에 상응하는 수업 준비가 힘들다”라고 호소했다. 김동식<사범대 교육공학과> 교수는 “교육과정 개편 시 졸업생들의 의견을 반영하거나 타 대학의 장점을 벤치마킹 하는 것도 유익할 것”이라며 다양한 의견의 필요성을 제안했다. 이영선 기자 fatlittlepig@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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