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안의 미디어, 1인 방송이 말하는 새로운 시대정신은?
손안의 미디어, 1인 방송이 말하는 새로운 시대정신은?
  • 고광열 기자
  • 승인 2015.09.05
  • 호수 14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제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아프리카TV 인기 창작자 '철구'와 인기 걸그룹 스텔라가 합동 방송을 하고 있다.
마리텔로 유명세를 탄 '백주부' 백종원 씨가 방송 중 시청자와 대화하고있다.
지난 4월 25일 첫 방송을 한 ‘마이리틀텔레비전’(이하 마리텔)은 소수 마니아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1인 방송을 대중의 곁에 성공적으로 안착시켰다. 1인 방송이란 웹캠이나 캠코더 등을 이용해 출연자가 직접 방송 콘텐츠를 기획하고 제작해 인터넷이나 TV 등으로 송출하는 방송을 말한다. 1인 방송 형식을 빌린 마리텔은 ‘백주부’ 백종원, ‘종이접기 아저씨’ 김영만 등을 스타로 만들며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이제는 1인 방송이 인터넷뿐 아니라 지상파 방송에서도 핵심 콘텐츠로 자리잡으며 대중들로부터 큰 관심을 받게 됐다. 
주로 10대에서 20대의 어린 학생들과 마니아 층만 즐겼던 1인 방송이 어떻게 대중문화 속으로 들어왔을까? 문화평론가 정덕현 씨는 “미디어의 변화가 가장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정 씨는 “미디어는 단지 형식만이 아니라 내용까지도 규정한다”라며 “미디어 환경의 변화 안에서는 그 안에 담기는 콘텐츠도 달라진다. 1인 방송도 달라진 모바일 미디어 환경의 변화된 콘텐츠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또한 그는 “다양한 취향의 수요를 충족시킨다는 점 또한 인기의 이유”라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유명 연예인의 방송 출연과 함께 홈쇼핑, 주식, 지상파/케이블 드라마, 먹방(먹는 방송), 음악 방송, 교육 등 1인 방송의 소재가 다양해지고 있다. 정 씨는 “앞으로는 다양한 취향을 가진 소비자들이 다품종 소량소비의 형태로 콘텐츠를 즐기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거대한 변화의 바람
아프리카TV나 유튜브와 같은 1인 방송 플랫폼 내에서의 인기가 돈과 직결됨에 따라 월 수천만 원의 수익을 올리는 개인 창작자들이 등장했다. 이에 따라 개인 창작자들을 묶어 에이전시 형태로 관리해주는 MCN(Multi channel network) 기업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MCN은 1인 창작자와 제휴해 촬영 스튜디오와 방송장비, 교육, 마케팅 등을 지원해주고 창작자의 채널에서 얻는 광고 수익을 나누는 사업 모델을 의미한다. 쉽게 말해 스타 창작자들을 위한 연예기획사라고 볼 수 있다. 지난 8월 12일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발표한 ‘1인 미디어와 MCN 산업의 성장’ 보고서에 따르면 대표적인 미디어 기업인 CJ E&M이 ‘크리에이터 그룹’이라는 이름으로 2013년에 국내 최초로 MCN 사업을 시작했다. 또한 지난 5월 7일에는 다이아 TV를 개시해 MCN 사업을 강화하면서 앞으로 글로벌 진출과 수익모델 다양화를 추진할 예정이다. 1인 방송의 전통적 강자였던 ‘아프리카TV’ 역시 2014년에 MCN 사업에 진출함으로써 자사의 인기 있는 1인 창작자들의 유튜브 진출과 대외활동을 지원해 왔다. 얼마 전 양띵, 김이브, 악어 등 유명 창작자들이 협력해 설립한 독립 MCN ‘트레저헌터’도 개인 창작자들을 지원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실제로 지난 수년 간 1인 방송, 특히 MCN 산업은 가파르게 성장해 왔다. 현재 ‘아프리카TV’에서 피크 타임에 동시에 개설되는 채널은 최대 7천개가 넘는다. 월 평균 방문자 수도 지난 2014년 630만 명에서 지난 5월 기준 800만 명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29% 증가한 55억 원을 기록했으며, 같은 기간 매출액은 38% 늘어난 504억 원으로 집계됐다. CJ E&M의 경우 2013년 7월 MCN 사업 시작 이후 게임, 음악, 뷰티 등 387팀의 창작자를 발굴하고 유튜브에서 2,200만 명의 구독자를 확보했으며, 상위 20개 1인 창작자들의 월 평균 수익은 538만 원에 이른다.

미디어 권력의 수평화와  그림자
중요한 건 ‘1인 방송 시대가 어떤 메시지를 담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정 씨는 “인간의 근원적 욕구가 기술 발전을 통해 실현되는 중”이라며 “1인 방송 시대로의 전환은 미디어가 정상화되는 흐름”이라고 말했다. 정 씨에 따르면 과거에는 기술의 한계로 인해 스스로 미디어가 되고픈 인간의 욕구가 충족되지 못했다. 그래서 지금까지는 거대 미디어가 주도권을 쥐는 기형적인 형태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제 기술 여건이 마련돼 모든 사람이 자신만의 콘텐츠를 가지고 소통할 수 있다. 소수의 거대 미디어뿐 아니라 누구나 스스로 1인 미디어가 됨으로써 본래 미디어의 자연스러운 흐름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지상파 방송사들의 고민은 점점 더 깊어지고 있다. 기존 방송 시장을 주도하던 지상파 방송사들 역시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 새로운 역할을 찾고자 1인 방송을 도입하고 있는 것이다. MBC는 다음tv팟과 협력해 ‘마리텔’을 정규 편성하여 MCN의 모방형 프로그램을 방영 중이며 KBS도 지난 7월 ‘예티 스튜디오’라는 MCN 사업을 출범했다. 정 씨는 “지상파 방송사들은 이전의 일방 통행식으로 본인들이 콘텐츠를 생산하고 유통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충실한 플랫폼의 역할을 함으로써 다양한 취향을 담는 데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래야만 새롭게 떠오르는 뉴 미디어를 전통적 TV가 끌어 안을 수 있다는 것이다.
1인 방송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커지는 만큼 잡음도 발생하고 있다. 자신의 방송에 많은 시청자들을 끌어들여 큰 수익을 얻고자 자극적인 방송을 하는 창작자들이 적지 않다. 실제로 일부 여성 창작자들의 경우 속옷이나 수영복만을 입고 선정적인 춤을 추거나 신체 부위를 여과없이 노출한다.
이러한 문제에 대한 당사의 제재는 있는 것일까. 대표적 1인 방송 업체 ‘아프리카TV’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방송 운영 원칙을 안내하고 있다. 그 중 ‘유해 방송’에 대해선 “50명의 근무자가 주간/야간/새벽 3교대로 방송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있으며, 유저들의 신고를 접수하여 처리하고 있다. 또한 유해 콘텐츠 검색을 차단하고 유해 영상물을 삭제하고 있으며, 19+설정을 통해 부적절한 콘텐츠에 대한 청소년의 접근을 차단하고 있다”라고 방침을 밝히고 있다. 다음tv팟도 방송 운영 원칙을 공식 블로그를 통해 안내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업체들이 수익 악화를 우려해 유해 방송 제지에 미온적 태도를 보인다고 지적해 왔다. 대부분 업체 자율규제에 맡겼으나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고 있어 이를 제재할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 씨는 “모바일 기기의 보급이 확대됨에 따라 앞으로 1인 방송 시장이 더욱 성장할 것”이라고 말한다. 또한 아프리카TV 홍보팀은 “앞으로 1인 방송 플랫폼의 저변이 확대되고 뉴미디어로서의 가치가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이라고 전했다. 정 씨는 “콘텐츠의 시대가 올 것”이라며 “앞으로 미디어 산업의 성패는 각자의 콘텐츠를 어떻게 1인 미디어에 담을 것인가에 달려 있다”고 전망했다.

고광열 기자 guruoggy@hanyang.ac.kr
도움: 문화평론가 정덕현 씨
이미지 출처: 철튜브 방송 캡쳐
            마리텔 공식 홈페이지(http://www.imbc.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