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네 삶의 정취, 골목길을 찾아가다
우리네 삶의 정취, 골목길을 찾아가다
  • 정진영 기자, 이혜지 기자
  • 승인 2015.09.05
  • 호수 14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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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땡거리를 아기자기하게 그려낸 지도가 거리 입구에 위치해 있다.
한 철공소 건물 위에 금속 조형물이 위치해 있다.
오후 5시, 파전에 막걸리를 즐기기엔 이른 시간인지라 한산한 파전골목의 모습이다.
도시의 삶에 익숙해진 우리에게 골목길은 숨어있는 보물을 발견하는 듯한 소소한 즐거움을 느끼게 해준다. 이번 섹션의 주제인 ‘길’에 맞춰 본 기사는 개발의 그림자에 가려 주목받지 못했던 골목길을 재조명해봤다.

서울시는 ‘낯설고도 그리운, 골목’이라는 이름으로 시민들이 발로 찾은 서울의 골목길 30선을 책자로 출간했다. 이 프로젝트를 담당했던 진옥현<서울특별시 관광정책과> 주무관은 “최근 들어 의미 있는 문화 공간으로 되살아나고 있는 골목길을 재조명하기 위해 골목길을 소재로 선정했다”라고 말했다. 다양한 골목길을 방문해 즐거움을 쌓고 싶다면 서울스토리 온라인 플랫폼(http://www.seoul.go.kr/story/alleyway)에 방문해볼 것을 추천한다.

기차가 떠난 자리를 채운 활기, 홍대 ‘땡땡거리’

위치:
2호선, 공항철도 홍대입구역 6번 출구에서 신촌역 방면으로 도보 15분
소개: ‘땡땡거리’라는 이름은 과거에 경의선 기차가 이 골목을 지나갈 때 건널목 차단기가 내는 ‘땡땡’ 소리에서 유래됐다. 2005년 경의선의 지하화가 시작된 후로 상권이 가라앉았으나  2014년 6월 ‘땡땡거리마켓’이 시작되며 활기를 되찾았다.
기자 방문기: 홍대입구역 4번 출구에서 도보로 15분 정도 걸어 땡땡거리에 도착했다. 홍대는 종종 방문한 적이 있었지만 땡땡거리에 대해서는 처음 들어봤기 때문에 매우 기대를 하며 도착했다. 큰 길에서 왼편으로 꺾어 조금 더 걸은 후 산울림 소극장을 지나자 땡땡거리를 알리는 아기자기한 그림이 그려진 지도가 입구에 위치해 있었다. 이곳이 땡땡거리인 것을 모르고 오면 자칫 지나치기 쉬울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걷던 순간, 길 좌우로 이어진 넓은 풀밭이 보였다. 과거 경의선 철길이 있던 곳이었다.  예전에 기차가 지나다니던 길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과거 기찻길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기자가 땡땡거리를 방문한 8월 31일에는 ‘경의선 숲길 조성공사’가 진행될 예정이라 풀밭의 출입이 제한돼 이곳에서 열리는 땡땡거리마켓은 구경할 수 없었다. 아쉬운 마음을 안고 땡땡거리의 끝까지 걸어보기로 했다.
땡땡거리는 길이가 길지 않은 편이라 입구에서부터 끝까지 둘러보는데 20여분 정도면 다 둘러볼 수 있었다. 거리 곳곳에 홍대다운 감각의 외관을 뽐내는 가게들이 있었지만 그 수가 매우 적어 기대한 것에 비해서는 다소 실망스러웠다. 따라서 이곳에 방문하고 싶다면 경의선 숲길 조성공사가 끝난 후에 방문하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또 한 가지 팁을 주자면, 책자에는 땡땡거리에 방문할 때 홍대입구역 6번 출구를 이용하라고 나와 있는데 경의선이나 공항철도를 이용하지 않는다면 신촌역 8번 출구가 이곳과 더 가깝다.

차가운 금속과 예술의 만남, 문래동 ‘샤링골목’

위치:
2호선 문래역 7번 출구 도보 5분
소개: 샤링은 시어링(Sheering)의 속어로 금속을 원하는 모양대로 자르는 작업을 말한다. 이곳이 규모 있는 철공소가 밀집한 골목이라 붙은 애칭이다. 그러나 샤링골목은 IMF를 거친 후 대형 철공소들이 지방으로 이전하면서 슬럼화가 진행됐다. 이후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홍대와 신촌의 가난한 예술가들이 이곳에 그리기 시작한 벽화와 곳곳에 위치한 조형물들이 입소문을 타기 시작해 유명해졌다.
기자 방문기: 서울 외곽 지역에 사는 기자에게 문래역은 매우 낯선 지역이었다. 샤링이라는 생소한 용어까지 더해 이곳에서 무엇을 볼 수 있을지 짐작조차 되지 않았다. 2호선 문래역 7번 출구로 나와 5분 정도 걸었더니 금속으로 만들어진 지도가 이곳이 문래창작예술촌 입구임을 알리고 있었다.
홍대 땡땡거리와 달리 샤링골목은 일직선으로 된 거리가 아니어서 한 바퀴를 돌며 골목 전체를  둘러보며 구경할 수 있었다. 골목 입구에서 길가로 눈을 돌리자 망치 모양을 한 벤치가 눈에 띄었다. 일상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벤치가 샤링골목의 특징을 살려 망치 모양의 예술 작품으로 새로 태어난 점이 기자의 눈길을 끌었다.
이어서 큰길가를 따라 걷기 시작하자 철공소들이 일렬로 줄지어 있었다. 철공소를 따라 걷다 보니 건물 곳곳에 금속으로 제작한 예술 작품들이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건물 옥상에 위치한 망치질하는 사람 모양의 작품부터 건물 외벽에 반쯤 박혀있는 물고기까지 마치 보물찾기를 하는 기분이었다. 차가울 것만 같은 철공소 골목 곳곳에 있는 벽화와 조형물들이 어우러져 새로운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샤링골목은 건물 꼭대기에 숨겨진 조형물들을 찾아보는 재미가 있으므로 이곳에서는 앞만 보고 걷기보다는 조형물들이 위치한 건물 위 하늘을 주목할 것을 추천한다.

만화와 골목의 만남, 명동 ‘재미로’

위치: 지하철 4호선 명동역 3번 출구로 나와 남산 방향에 위치한 퍼시픽 호텔의 왼쪽 골목
소개: 명동 ‘재미로’는 2013년 12월, ‘만화의 거리’라는 별칭으로 만들어졌다. 재미로는 건너편에 조성된 명동 쇼핑 거리의 화려함에 밀려 남산과의 연결지점임에도 불구하고 낙후돼 있었다. 하지만 원로부터 신인까지 약 70명의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작가들이 콘텐츠를 무상으로 제공하면서 생동감 넘치는 만화의 거리로 다시 태어났다.
거리명인 ‘재미로’와 만화문화공간 ‘재미랑’은 2013년 7월부터 9월까지 SNS를 통한 시민 공모와 명동 거리 투표로 작명됐다.
기자 방문기: 처음 명동에 재미로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기자는 그렇게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항상 명동 쇼핑 거리만 들르고 조용해 보이는 건너편은 거들떠보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솔직히 재미로의 초입부는 ‘에이, 이게 뭐야’라는 생각이 들 법하다. 길의 한쪽 면에 그림이 조금 그려져 있을 뿐 ‘여기가 재미로가 맞나?’ 싶을 정도로 한산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금씩 발걸음을 옮기다 보면 점점 재미로의 매력에 빠져들게 된다.
재미로의 매력 포인트 중 하나는 중간중간 놓여있는 뽀로로의 캐릭터들을 찾는 재미이다. 예상치 못한 곳에 캐릭터 모형들이 놓여있어 발견하는 즐거움이 있다. 또 다른 매력 포인트는 곳곳에 그려진 그림들을 찾는 재미다. 재미로의 꼭대기에 있는 서울 애니메이션 센터까지 올라가면서 보이는 벽화들과 내려오면서 볼 수 있는 벽화들이 달라 올라갈 때와 내려갈 때 색다름을 느낄 수 있다. 또한, 그 그림들 앞에서 사진도 찍을 수 있어 추억을 남기기에 매우 좋다.
재미로에서는 길 곳곳에 있는 다양한 만화들을 구경하는 것 외에도 만화문화공간인 ‘재미랑’을 방문해볼 것을 추천하고 싶다. 재미랑은 지하 1층과 지상 4층까지 구경할 수 있도록 구성돼 있는데, 지하 1층과 지상 2층에는 현재 허영만 작가의 그림들이 전시돼있다. 재미랑에 전시되는 작가들의 그림은 시기에 따라 달라지므로 좋아하는 작가의 전시를 보고 싶다면 재미랑 홈페이지에 들어가 찾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지상 4층에는 만화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있다. 그 공간은 마치 다락방처럼 아늑해 부담 없이 만화책을 읽을 수 있다.

청춘이 스며들다, 회기역 ‘파전골목’

위치:
1호선 회기역 1번 출구에서 왼쪽으로 도보 5분
소개: 회기역에 위치한 파전골목은 1970년대, 한 판잣집에서 파전을 팔던 것으로부터 시작됐다. 그 이후로 여러 파전집이 들어서면서 지금과 같은 ‘파전골목’을 형성했다.
이곳이 대학생 청춘들의 골목으로 자리 잡은 것은 1980년에 1호선 회기역이 개통되면서다. 회기역 근처에 대학들이 많이 위치해있다 보니 인근 대학의 학생들이 통학을 하면서 자연스레 들르게 됐고, 청춘들의 골목이 됐다.
파전골목의 파전집들은 파전뿐만 아니라 제육볶음이나 닭볶음탕도 판매하며, 학생들의 주머니 사정을 고려해 대부분의 안주는 만 원을 넘지 않는다.
기자 방문기: 파전을 좋아하는 기자는 파전골목을 찾기 전부터 굉장히 기대감에 차있었다. 회기역에 내리자마자 보이는 한국외대, 경희대 표지판을 보고 ‘대학가에 있으니까 그 규모가 상당하겠구나’ 싶어서 기대는 더욱 증폭됐다. 하지만 부푼 마음을 안고 들어선 파전골목은 그 기대감을 충족시키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파전골목이라고 이름 붙이기에는 파전가게의 수가 너무 적었기 때문이다.
실망감을 감추고 혹시나 싶은 마음에 여기저기 둘러봤으나 그냥 눈에 보이는 몇 개의 가게들이 전부였다. 곳곳에 ‘재미로’라는 팻말이 붙어있었던 명동 재미로를 떠올리며 그것과 비슷하게 갖춰져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안쪽에 들어가야만 보이는 ‘휘경동 파전골목’이라는 안내판이 전부였을 뿐,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방문했으면 ‘여기가 파전골목이 맞나?’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너무도 휑했다. 또 기자가 방문했던 시간도 오후 5시가 채 되지 않은 시간이어서 파전골목을 방문한 손님 자체도 거의 없었다.
회기역 파전골목은 옛 정취를 느끼며 막걸리에 파전을 즐기고 싶은 사람들이 한 번쯤은 방문해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단, 조금은 북적북적하고 꽉 찬 골목을 느끼고 싶다면 오후 늦은 시간에 방문할 것을 추천한다. 음식의 가격이 부담스러운 편은 아니니, 편안하게 앉아서 막걸리를 기울이며 이야기할 곳을 찾는다면 회기역 파전골목을 방문해보길 바란다. 어쩌면 단골 파전집을 만들고 돌아올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글·사진: 이혜지 기자 hyeji19@hanyang.ac.kr
             정진영 기자 jjy319@hanyang.ac.kr
도움: 진옥현<서울특별시 관광정책과> 주무관
참고자료: 「낯설고도 그리운, 골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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