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함의 틀을 벗은 강의
평범함의 틀을 벗은 강의
  • 최정윤 기자, 이수인 수습기자
  • 승인 2015.06.08
  • 호수 14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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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의 강의라 하면 일반적으로 교수의 강의를 듣고 시험기간이 되면 정해진 범위와 제한된 시간 안에 시험을 치르러 교실로 향하는 장면을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독특한 방식으로 강의를 진행하고 학생들을 평가하는 수업이 있다. 바로 ERICA 캠퍼스 오영진<국문대 한국언어문학과> 교수와 서울캠퍼스의 Shelley L. Collins<서울 교무처 기초융합교육원> 교수의 수업이다. 두 교수는 어떻게 학생들을 교육하는지 알아보자.

학생들과의 소통을 지향하다
오 교수는 ‘문학과 영상’이라는 과목명으로 ERICA캠퍼스에서 3년동안 강의를 하고 있다. 오 교수는 교과목을 소개하며 “문학과 영상이라는 이름만으로 단순히 강의를 설명할 수는 없다”라며 설명을 시작했다.

‘문학과 영상’은 영상물을 감상 후 토론과 글쓰기를 하는 수업이다. 이 수업은 학생들과의 소통에 중점을 둔다.  큰 특징은 수업 시간에 학생들이 토론을 하고 시험은 범위와 시간에 제한이 없는 자유 형식의 글쓰기라는 것이다. 영상물을 보고 든 자신의 생각을 서술하는 형식이 바로 이 수업의 시험이다.

때문에 다른 과목에서 두각을 드러내던 학생이 이 과목에서는 상대적으로 낮은 점수를 받기도, 다른 과목의 성적이 저조한 학생이라도 높은 점수를 받기도 한다. 오 교수는 “줄 세우기 식의 평가를 하기보다는 일정 수준에 모든 학생들이 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라며 “다른 수업에서는 높은 점수를 받지 못하더라도 이 수업에서만큼은 의외의 글쓰기 능력을 보이는 학생을 발굴하는 것 또한 의미 있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영상을 비평적으로 독해하는 법을 가르친다는 이 수업은 매 학기마다 부제가 바뀐다. 올해의 부제는 ‘공포영화로 세상 읽기’이다. 이에 대해 오 교수는 “공포영화라 하면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고 보는 영화로 받아들이기 쉽다. 그러나 공포영화야 말로 우리 사회의 은폐되어온 면이 좀비, 귀신 등의 형상으로 나타나는 것이라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번 학기에는 공포 영화를 단순하게 감상해오던 방식에 그치지 않고 그 안의 메시지를 사회와 연관지어 해석하는 방법을 다룬다.

시험기간이 되면 학생들의 서로 다른 관점을 정리해 놓은 강의록을 제공한다. 이 또한 오 교수의 눈에 띄는 특징이다. 오 교수는 “학생들이 스스로 읽고 생각하길 바라고, 학생 간의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해 만들었다”라며 “시험기간이 되기 전에는 제공하지 않고 그 후에 강의록을 제공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때로는 번거롭기도, 마음에 들지 않는 학생들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 과정이 학생들과의 상호작용을 강화시킬 것이라고 믿는다”라며 학생과의 소통을 강조했다.
이수인 수습기자 tndls901@hanyang.ac.kr


시험지는 없고 연기는 있습니다
인문대 앞에서 20여명의 학생들이 둘씩 짝지어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며 서로의 동작을 따라하고 있다. 지나가는 학생들은 신기하다는 듯이 학생들을 바라보고 있다. 이 20여명의 학생들은 영어연기개론 수업을 듣는 학생들이다.

수업 시간만큼 영어연기개론의 시험 또한 특이하다. 중간고사는 독백연기이다. 기존에 있는 대본을 선택하고 소품을 준비해 학우들 앞에서 독백을 선보인다. 독백을 하기에 앞서 본인이 연기하는 캐릭터에 얼마나 감정 이입을 했는지가 중요하다. 따라서 Shelley 교수는 ‘캐릭터 약력’(Character Biography)을 작성하게 한다. 학생들은 캐릭터의 이름부터, 가장 깊은 상처, 가족과의 관계, 좋아하는 음식 등 25가지의 항목을 대본에 근거하거나 상상력에 의존해 작성해야 한다. Shelley 교수는 “중간고사에서 학생들에게 뛰어난 연기실력을 요구하는 데에는 무리가 있다”라며 “연기보다는 필기 위주의 작업을 내준다”라고 말했다. 이 외에도 자신이 연기하는 캐릭터가 대사를 말하면서 변화하는 사고의 흐름을 적는 ‘subtext’도 평가 요소 중 하나이다.

반면 기말고사에서는 연기력를 요하는 시험이 치러진다. 기말고사에서는 그룹연기를 선보여야 한다. 4~5명으로 구성된 팀에서 학생들은 기존에 존재하는 대본이나 창작 대본으로 5분간 연기를 선보여야한다. 중간고사보다 평가 기준이 엄격하며 세부적이다. 중간고사와는 달리 대사를 모두 외워야하며, 소품 준비나 세트 구성도 철저하게 계획해야한다. Shelley 교수는 “개개인의 연기도 중요하나 연기자들 간에 형성되는 관계와 감정의 교환도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연기 수업을 하는 것에 대해 Shelley 교수는 “학생들이 직접 연기를 하면서 영어에 대한 거부감이 줄어들고 평소엔 숨겼었던 감정을 표현할 수 있게 된다”라고 말하며 연기가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데 있어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석가람<국제대학 국제학부 15> 양은 평소 조용한 성격이지만 이 수업을 통해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석 양은 “앞에 나서는 것이 불편했었는데 연기를 해보니 갇혀있던 틀을 벗어나게 된 것 같다”라고 전했다.
최정윤 기자 susan0827@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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