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산곶매]드디어 이루어진 우생학의 꿈
[장산곶매]드디어 이루어진 우생학의 꿈
  • 전예목 기자
  • 승인 2015.05.30
  • 호수 14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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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스마트폰 인간이다. 모두가 그에 대해 말하고 관심과 이목이 그에게 집중되어 있다. 먼저 그는 똑똑하다. 그는 우리 사회가 존경하는 명문대를 나왔기 때문이다. 그가 영웅담처럼 회고하기를, 아주 어렸을 때 몇 억 대의 경쟁률을 뚫고 난자에 들어간 경험이 그가 명문대에 들어갈 때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그때의 경쟁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나 뭐라나. 사실 그가 공부만 잘하는 것이 아니다. 공부뿐만 아니라 집안이면 집안, 운동이면 운동, 외모면 외모, 유머면 유머 무엇 하나라도 뒤처지지 않는다. 그의 옆에는 친구들이 넘쳐나고 주위의 어른, 부모님, 그리고 직장 상사까지 그를 항상 칭찬한다. 그래서 그는 신자유주의 시대의 적자(適者). 그래서 그는 스마트폰 인간. 하루하루 집세와 학자금 대출에 치어 사는 피쳐폰 인간과 달리 그는 연애는 물론 결혼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그는 자신의 유전자를 후세에게 전달할 수 있다. 이것은 상당히 바람직한 일이다. 재주 많고 능력 많은 스마트폰 인간만 결혼하여 자식을 낳게 되면 우리 인간은 더 나은 종족으로 진화할 것이기 때문이다. 더 반가운 사실은 이런 현상이 우리나라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아시아, 유럽, 미국 가릴 것 없다. 세계 각국의 피쳐폰 인간들은 낮은 스펙 탓에 취직을 하지 못한다. 취직을 하긴 하더라도 그들은 비정규직이다. 고용의 유연성을 중요시하는 시대적 요청에 부응하기 위해 그들은 일회용품으로 전락하고 마는 것이다. 피쳐폰들은 그렇게 사라지고 있다.
물론 이전에도 우생학의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나치 정부나 미국 정부에서는 우생학을 근거로 한 정책을 실행했었다. 당시 정부는 장애나 유전학적 질병이 있는 피쳐폰 인간에게 단종 명령을 내렸다. 그들의 유전자가 후세에 전달되지 않는 것이 인류 진화에 도움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때의 우생학은 온갖 잡다한 인간 윤리 때문에 비판을 받고 자체적으로 소멸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지금은 어느 국가도 유전적으로 열등한 인간에게 결혼하여 자식을 낳지 말라고 지시하지 않는다. 오히려 피쳐폰 인간이 단종을 자처한다. 사회적 현실이 그들에게 단종이라는 가위를 손에 쥐어 주기 때문이다. 이때 정부가 직접 단종을 시행하는 것은 아니므로 정부의 잘못은 없다. 그들은 가위를 주었을 뿐이고 선택은 피쳐폰 인간들이 한 것이다. 따라서 이전 우생학의 가장 큰 적이었던 윤리적 문제도 전혀 거론되지 않는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스마트폰 인간 사회 내에도 서열이 있다. 즉, 스마트폰 인간이라고 해서 모두 다 같은 스마트폰 인간은 또 아니라는 것이다. 스마트폰 사회 내에도 명문 가문이 있는데 그중 대표적인 것이 갤럭시 가문과 아이폰 가문이다. 그쪽 가문 출신들은 스마트폰 계급이 대개 왕족이거나 양반 계급이다. 그들 사이에도 다소 열등한 가문이 있는데 그 가문은 베가 가문이다. 그 가문은 다른 가문으로부터 ‘베레기 가문’이라고 불려지는데, 베가와 쓰레기를 합성한 말로 매우 모독적인 단어이다. 이런 경향을 볼 때 베레기 가문은 피쳐폰 인간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런 스마트폰 인간의 피쳐폰 인간화 사이클이 계속 반복된다면 우리 인간은 더 빠른 속도로 진화가 가능할 것이다.
드디어 우생학의 꿈이 이루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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