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당신은 미쳐본 적 있나요?
[취재일기]당신은 미쳐본 적 있나요?
  • 정진영 수습기자
  • 승인 2015.05.17
  • 호수 14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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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어렵고도 힘들었던 컨택의 길. 하지만 웬일인지 김헌식 문화평론가님과의 컨택은 매우 순조롭게 진행됐다. 두근거리는 마음을 안고 향한 KBS 본관에서 일을 마치고 나오시는 평론가님과 만났다. 키덜트적 성향을 지닌 나로서는 매우 기대가 되는 인터뷰였다.
취재 전, 기획회의 시간에 이번 기사의 소재인 ‘키덜트’에 대한 이야기가 오가던 중 키덜트가 소위 말하는 ‘오타쿠’랑 비슷한 것이냐는 질문을 들었다. 물론 그 둘은 다른 개념이기 때문에 차이를 설명해줬지만, 오타쿠든 키덜트든 그 부류에 속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거의 차이가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대상만 다를 뿐 어쨌든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큰 열정을 보이는 사람들이니까 말이다.
내 기준에서 오타쿠는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생각하는 ‘애니메이션에 미친 사람’ 혹은 ‘가상의 애니메이션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저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열정적으로 ‘미쳐 있는’ 사람이다. 앞의 사람들도 오타쿠의 범주에 속하긴 하지만 일부분일 뿐 전체가 아니다. 말하자면, 극단적인 케이스라는 것이다.
나는 평소에 오타쿠에 대해 그다지 부정적인 시선을 갖고 있지 않았던지라 키덜트에 대한 얘기를 들었을 때 큰 거부감이 들지 않았다. 키덜트적 성향을 보인다고 해서 그것이 남들에게 손가락질 당할 일인가? 그냥 한 사람의 취향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어진 김 문화평론가님과의 인터뷰에서 나의 생각과 일치하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피규어를 모으든 프라모델을 조립하든 단지 그들의 ‘취향’일 뿐이라고.
현재 우리 사회를 보면 아이돌에 미쳐있는 팬이든 화장품 혹은 옷 구매에 미쳐있는 여성들이든 피규어를 모으는 어떤 사람이든지 간에 약간은 그들을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사람들의 생각처럼 정말 그들은 좋아하는 대상에 미쳐서 사리분별을 못하고 있을까? 한때 학업 스트레스의 해소 창구로 소위 말하는 ‘팬질’을 했던 사람으로서 절대 사리분별을 못하는 정도로 미치진 않는다. 지치고 힘들 때 하나의 활력소가 되어줄 뿐 내 삶의 전부는 아니다.
피규어든 연예인이든 화장품이든 어느 것 하나에도 ‘미쳐’ 본 적이 없는 사람이 자신의 삶에는 ‘미칠’ 수 있을까? 어떤 대상에 미쳐보는 것의 가치는 경험해 본 사람만이 알 수 있다. 그 정도의 열정도 가져본 적이 없다면 그 사람은 오히려 불쌍한 삶을 살아왔던 것이 아닐까. 좋아하는 것에 대해 큰 열정을 보이는 사람들을 조소 섞인 웃음을 띤 얼굴로 바라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들은 단지 자신의 ‘취향’을 열정적으로 즐기고 있는 것일 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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