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구조개혁,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대학구조개혁,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 전예목 기자
  • 승인 2015.05.17
  • 호수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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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건국대학교, 중앙대학교에서는 학과 통폐합과 관련해 학생과 교수의 반발이 심하다. 중앙대는 재단 이사장의 ‘막말 파문’으로 이사장이 사퇴까지 할 정도의 갈등이 발생했다. 이처럼 대학가에서는 대학구조개혁 문제가 골칫거리다. 특히 구조개혁은 신자유주의 바람과 맞물려 적자생존하지 못하는 순수학문 계열에 더 혹독하게 적용되고 있다. 실제로 건국대와 중앙대에서 학과 통폐합으로 문제되는 학과는 모두 인문·사회나 예체능 학과들이다.
대학구조개혁이 다시 불거지는 이유는 정부가 바뀌면서 새로운 방향의 대학구조개혁이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는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이전 정부와 다른 구조개혁을 강하게 추진하고자 하며 이미 교육부 차원의 구조개혁은 진행 중이다.
대학구조개혁은 정부와 학교에서 하는 일이며 학생과는 동떨어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예를 들어 한양대에서 진행되고 있는 ‘인문학 카페’, ‘교수법 특강’, ‘한양인에세이 쓰기 대회’, ‘캡스톤디자인’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국고를 통해 지원받고 있다. 이들은 ACE(Advancement of College Education), CK(University for Creative Korea), LINC(Leaders in INdustry-university Cooperation) 사업으로부터 재정적 지원을 받아 진행되고 있는 프로그램으로써, 정부의 대학구조개혁안에 비우호적으로 행동할 시 사업단으로 선정되기 힘들다. 실제로 작년 CK사업 선정 과정에서 대학정원 감축계획을 제출하지 않은 고려대와 연세대는 2014년에 단 한 개의 사업단도 선정되지 못했다. 이처럼 대학구조개혁은 대학 구성원에게 큰 영향을 끼치고 있기에 구조개혁이 어떻게 추진되고 있으며 한양대에 미칠 영향이 무엇인지 아는 것은 중요하다.

대학구조개혁의 필요성과 정부의 방침
대학구조개혁이 필요한 가장 중요한 이유는 학령인구의 감소에 있다. 출산율이 떨어지면서 자연스레 고등학교 졸업 인원도 줄게 돼 대학 입학 정원보다 고등학교 졸업생 수가 적어지게 된 것이다. 만약 지금 상태의 대학정원이 유지된다면 2018년에 처음으로 고등학교 졸업생보다 대학 입학 정원이 많아지게 되고 2023년에는 16만 명이나 과잉으로 공급된다. 이영<기획처> 기획처장에 따르면 “학령인구가 감소하니 대학에 입학할 자원이 줄고 이에 따라 학생 수와 정원수를 맞추는 조정이 필요하다”라며 “이를 대학구조개혁이라고 부르고 있다”라고 했다.
대학구조개혁 평가의 최종안은 작년 12월 말에 나왔으나 몇 개 지표가 논란이 돼 올해 3월에 수정안이 나왔다.  특히 상대평가·절대평가로 논란이 됐던 ‘성적분포의 적절성’은 평가지표에 포함되지 않게 됐다. 대학가 사이의 반발이 심했기 때문이다.
평가방식을 보면 4년제 일반대학과 전문대학을 나눠 평가하기로 결정했다. 한양대가 속한 일반대학의 경우만 보자면 우선 일반대학은 단계평가를 실시한다. 단계평가란 두 번에 나누어서 대학을 총 5개 등급(A, B, C, D, E)으로 나누는 것을 말한다. 먼저 1단계 평가에서 그룹 1에 해당하는 대학과 그룹 2에 해당하는 대학을 나눈다. 그룹 1에서는 A, B, C 등급을 받을 대학을 정하고 2단계 평가에서는 D, E 등급을 받을 대학을 정한다. A등급의 대학은 교육여건 항목에서 만점, 나머지 지표에서 만점의 80% 이상을 획득한 대학이다. 원호식<기획홍보처> 기획홍보처장에 의하면 “한양대는 그룹 1의 A등급에 속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라고 했다.
그룹 2 대학을 대상으로 2단계 평가를 실시한다. 이때 1단계를 통과한 대학은 2단계 평가를 받지 않는다. D, E 등급을 받은 대학은 정부 재정지원사업이 제한되고 국가장학금·학자금대출이 제한될 뿐만 아니라 강한 정원 감축 압력을 받게 되는 것으로 예정돼 있다.
지난 달 말에는 대학구조개혁 면접평가가 진행됐다. 이 면접평가는 교육부가 전국 4년제 163개 대학을 대상으로 시행하는 면접평가였다. 이 면접평가에서 한양대학교는 우리나라 대학 교육에 있어서 선도적인 학교로 한양인재개발원 등 여러 제도로 혁신을 추진했음을 강조했다. 이 기획처장에 따르면 “면접평가는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진행됐으며, 평가자들도 한양대의 우수한 체제와 인재에 대해서 동의하고, 보고서도 각 항목별로 한눈에 들어오도록 체계화돼 있다고 평가했다”라고 전했다.
최종평가결과는 올 6월 중에 발표된다. 최종평가결과에 따라 정원 감축 인원이 다르다. A등급을 받은 대학은 정원을 자율적으로 조정할 수 있지만 B나 C등급을 받은 대학은 각각 정원을 일부 감축하거나 평균 수준으로 감축해야 한다. E등급을 받은 대학이 다음 평가에서도 E등급을 받게 되면 퇴출 조치도 이뤄질 수 있다.
한편 교육부가 진행하는 구조개혁과 동시에 강력한 대학구조개혁을 위한 입법도 동시에 추진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법상으로는 정부가 마음대로 대학 정원을 조정할 수 있는 권한은 없다. 하지만 대학의 정원을 직접 정할 수 있는 권한까지 포함한 입법을 현재 추진 중에 있다. 이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게 되면 정부가 각 대학의 정원을 정할 수 있다. 이처럼 이번 개혁은 강도가 세다.
현 박근혜 정부의 대학구조개혁은 전 이명박 정부의 개혁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균형발전을 중시한다. 한양대가 상위권 대학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정부의 방침은 한양대에게 유리한 것이라고 보긴 힘들다. 이런 점에서 박근혜 정부의 대학구조개혁 방침은 노무현 정부 때의 방침과 비슷하다. 노무현 정부 때는 수도권 대학 특성화 사업을 인센티브로 한 정원 감축을 시도했고 이때 한양대도 10%의 정원 감축을 실시했다. 이에 대해 이 기획처장은 현 정부의 균형발전 측면을 설명하면서 “(현 정부의 구조개혁 방향은) 작년에 CK 사업을 진행하면서 대학 정원 감축안을 가져오는 대학에게 가점을 주겠다고 한 것과 비슷하다”라며 “한양대도 CK사업에 선정되기 위해 4% 정원 감축안을 제시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한양대 이외에 많은 서울·수도권 대학이 사업에 선정되기 위해 정원 감축안을 냈다.
한편 지나친 균형발전 전략을 강조하는 것은 국회의원의 잇속 차리기일 수도 있다는 시각도 있다. 이 기획처장에 의하면 “균형발전을 중시한 대학구조개혁안을 통해 이득 보는 것은 지방 대학이고 이는 곧 해당 대학 소재의 지역구 의원이 이득 보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 이유로 이 기획처장은 “자기 지역구 소속의 대학이 문 닫는 것을 못 막으면 그 책임이 지역구 의원에 쏠리고 이는 곧 다음 선거에 영향을 주는 것이다”라고 해 균형발전이 국회의원의 이해타산과 맞아떨어진다는 점을 설명했다.
반면에 손해 보는 쪽은 수험생이다. 비교적 우수한 교육 환경을 가진 수도권 대학의 정원이 감축되면 감축 이전과 비교했을 때 같은 성적임에도 수도권 대학에 못가는 현상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 기획처장은 “학생은 목소리가 작고 지역구 국회의원은 목소리가 크기에 국회의원이 원하는 쪽으로 대학구조개혁이 진행되고 있다”라고 우려를 표했다.

한양대학교가 받는 영향
한양대도 대학구조개혁의 무풍지대일 수는 없다. 우선 대학구조개혁으로 인한 정원 감축으로 바로 드러나는 문제는 등록금 감소다. 이는 학교 재정의 위기를 뜻한다. 이 기획처장에 따르면 “현재 한양대의 등록금 의존 비율이 60% 초반 대인데 그 중 4%가 줄어드는 것은 전체 재정 수입의 2.4%, 대략 100억 정도의 수입이 줄어드는 것을 의미한다”라고 설명했다. 이런 수익 악화를 막는 방법은 국가에서 진행하는 CK나 ACE, LINK와 같은 국고 사업을 얻어내는 것이다. 또한 원 기획홍보처장은 “사회교육원이나 국제어학원과 같이 부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곳을 활성화 하는 것도 대학 수입 창출에 도움이 될 수 있다”라고 해 수입원의 다양화를 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구조개혁의 다른 영향으로는 연구 중심의 대학을 표방하는 한양대의 미래 목표에 일조할 수 있다는 점이다. 국제적으로 명성을 가진 연구 중심 대학이 되기 위해서는 대학원이 발전해야 한다. 이에 대해 이 기획처장은 “학부의 몸집을 조금 줄이는 것이 대학원 교육을 강화하고 연구 중심 대학으로 가는 데에 약간의 도움이 될 수 있다”라고 했다. 한편 김연산<기획처> 전략기획팀장은 “사회에 진출하는 동문 구성원이 줄어들어 각종 지표나 파워엘리트 양성 지표에 영향을 줄 수 있다”라고도 말했다.
건국대·중앙대 사태에도 볼 수 있듯이 순수학문 계열의 학과만 구조개혁의 희생양이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다. 그렇지만 한양대에서는 그런 우려가 현실로 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그 이유는 학내 정원 감축을 결정하는 데에 사용할 학내 자체 학과평가의 방식이 비교적 공정하다는 점에 있다.
한양대 자체 학과평가 방식에서는 합리적이고 공정한 평가를 위해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사용됐다. 하나는 인문/사회·예체능·이공계열의 세 개 리그로 나누어 평가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같은 리그 안에서도 경쟁 대학의 동일한 학과에 비춰서 점수를 표준화한다는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평가를 하기에 상대적으로 취업률과 같은 지표에서 이공계열 학과보다 낮은 인문/사회·예체능 계열 학과가 불리한 피해를 보는 일은 없다는 것이다.
한양대학교는 대학구조개혁을 위기로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대학 발전의 발판으로 생각하고 있다. 이 기획처장는 “학교 발전 방향과 부합되도록 대학구조개혁을 진행 중이다”라며 “전체적인 발전을 위한 구성원들의 유인 구조를 만들기 위해 학과평가를 활용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즉 학과 평가라는 틀을 활용해 잘하는 곳에는 정원을 줄이지 않는다는 신호를 주고 그렇지 못한 곳에는 더 노력할 기회를 줘 전반적인 학교 발전을 이룩하겠다는 것이다.



도움: 김연산<기획처> 전략기획팀장
이영<기획처> 기획처장
원호식<기획홍보처> 기획홍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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