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지지 못하는 동심, 떠나가지 못하는 동심
헤어지지 못하는 동심, 떠나가지 못하는 동심
  • 장예림 기자
  • 승인 2015.05.16
  • 호수 14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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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덜트, 인간의 내재된 감성을 나타내는 한 이름

“카카오톡으로 이모티콘을 넣어 대화하고 카카오프렌즈샵에 가서 구경하는 것을 좋아해요. 카카오톡 캐릭터의 감정 표현이 너무 절묘하더라고요. 최근에 선생님께 기프티콘으로 ‘무지’라는 캐릭터의 거울을 받았어요. 볼 때마다 기분이 좋아져서 요즘 제일 아끼는 소품이에요” 이수빈<경상대 경영학부 15> 양은 카카오프렌즈 이야기를 하며 매우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처럼 우리 주변에는 자신이 키덜트임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유아적인 취향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오해를 받기도 하지만 최근에는 이들의 개인적 취향을 존중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로보트 태권 브이와 같은 애니메이션을, 일본 프라모델 완구를 조립하는 것을, 피규어를 소장 및 수집하는 것을 좋아하는 성인과 같이 성인임에도 어린이의 감성을 간직한 사람이 존재한다. 이를 ‘키덜트(kidult)’라 칭한다.
키덜트는 어린이를 뜻하는 kid와 어른을 뜻하는 adult의 합성어로 어른이 되어서도 어린아이 같은 감성을 가진 사람을 말한다. 여기서 키덜트는 피규어나 캐릭터에 국한되지 않고 어린이 취향과 감성을 지닌 모든 범위에 해당한다. 예를 들어 승용완구와 같은 어린이가 타는 자동차를 어른이 좋아하는 것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더 나아가 MBC 무한도전과 SBS 런닝맨처럼 어린이가 하는 놀이를 하는 방송 예능 프로그램을 즐겨보는 어른도 키덜트라 칭할 수 있다. 즉 키덜트의 핵심은 어른과 어린이 할 것 없이 모두가 가지고 있는 ‘보편적인 감성’에 있다. 어린이뿐만 아니라 어른도 어린이와 같은 감정을 지닌다. 이러한 동심의 감정이 어린 시절에 처음 만나게 되는 것이 바로 인형이나 애니메이션, 만화 등이다. 따라서 처음 만나게 된 매개체에 보편적인 감성이 투영돼 드러나는 것이 키덜트인 것이다. 한편 키덜트와 복고의 개념을 혼동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이 두 개념은 향수에 대한 대상이 다르다는 점에서 차이점을 갖는다. 키덜트는 향수의 대상이 개인의 어린 시절인 반면, 복고는 향수의 대상이 바로 ‘시대’ 자체에 있다. 또한 키덜트와 오타쿠의 개념을 혼동하는 경우도 있다. 오타쿠는 어린이의 감성의 존재 유무와 관계없이 좋아하는 것에 열정적인 사람을 말하는 반면, 키덜트는 어린이의 감성을 추구하는 취향이 정해져 있는 사람을 말한다. 덧붙여서 오타쿠는 집착의 정도가 심한 사람을 말하지만 키덜트는 정도와 관계없이 동심의 세계를 보여주는 사물이나 대상에 대해 애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뜻한다.

허물어진 경계 속 개념의 탄생
키덜트가 국내에 처음 등장한 것은 1970년대 후반으로, 초기에는 일본 프라모델(plastic model, 플라스틱 모델)을 중심으로 문화가 형성됐다. 논문 「장난감 가지고 노는 ‘어른’이 아닌 ‘트렌드세터’ 키덜트 마케팅」은 키덜트가 형성된 배경으로 ‘과거를 그리워하는 복고·향수 심리와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각박한 경쟁 사회 속에서 일상을 탈출하고자 하는 20대와 3~40대 직장인의 욕구가 증가한 것이 맞물렸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키덜트는 과거부터 꾸준히 존재했기 때문에 새로 생겨난 개념으로 보기 힘들다. 그 동안 잠재되어 있던 인간의 내재된 보편적인 감성이 사회의 변화로 인해 밖으로 드러난 것이 키덜트다. 과거 1990년대 전통적인 성별구분 논리의 퇴색이 본격적으로 사회에 나타났다. 성별구분 논리의 퇴색이란 쉽게 말하면 남자는 남성스러워야하고, 여자는 여성스러워야한다는 인식이 바뀌기 시작한 것을 의미한다. 이때 남성과 여성의 경계뿐만 아니라 성인과 아이의 구분의 벽도 허물어지기 시작했다. 즉 과거의 억압적 기제가 허물어지거나 완화됐고 이로 인해 그 동안의 내재된 감성이 표출된 것이다.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만약 키덜트 감성이 표출이 되었지만 사회가 억압했다면 확산이 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 자본주의 사회 구조에서 키덜트와 같은 감성을 적극적으로 상품화했기에 확산이 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덧붙여 “키덜트라는 개념이 나오기 전, 어른이 되기 싫어하는 아이라는 관점에서 과거 정신 병리 증상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키덜트라는 개념이 생기면서 정신 병리 증상이 아닌 인간의 마음 속에 있는 하나의 정서나 취향 혹은 감성일 수 있다는 관점이 생긴 것이다”라며 키덜트의 또 하나의 배경 원인을 설명했다. 키덜트는 △개인적 만족을 위한 소비 △어린이의 감수성 △어른과 아이의 허물어진 경계라는 세 가지 측면에서 큰 특징을 가진다. 먼저 개인적 만족을 위한 소비의 특징이 있다. 이는 자신이 어린 시절에 경험한 향수를 중심으로 소비하고 자신의 개인적인 만족을 위한 소비에 돈을 아끼지 않는다는 것을 뜻한다. 따라서 이성적으로는 매우 고가의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큰 고민 없이 구매하는 경향을 보인다. 다음으로 어린이의 감수성의 측면이 있다. 이는 키덜트의 개념 설명에서 잘 드러나는 특징이다. 즉 몸은 어른이지만 내면적으로 어린이의 감수성을 갖고 있다. 그래서 장난감, 만화 등 어린이가 좋아하는 것에 끌림으로써 진지하고 무거운 것보다 아기자기하고 유치하고 가벼운 것을 추구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마지막으로 어른과 아이의 허물어진 경계라는 점이 존재한다. 이는 키덜트의 형성 배경과 직결되는 특징이다. 허물어진 경계로 인해 사람들은 ‘유아적이다, 어른스럽다’에 대한 생각이 없다. 또한 키덜트들은 서열이나 권위 의식, 그리고 나이도 상관하지 않는다. 그래서 어린이 감성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동등한 관계가 형성이 되고 공유·교류가 가능하다. 김 평론가는 “수평성과 민주성, 그리고 다양성을 용인하는 관점이 투영된 것이다. 이런 관점이 가족으로 들어가게 되면 친구 같은 아빠, 즉 ‘프렌디(friendy, 친구의 friend와 아빠의 daddy를 합친 신조어)’가 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키덜트를 활용해 기업에서는 다양한 마케팅을 선보이고 있다.

키덜트를 사로잡는 방법
대표적인 키덜트 마케팅으로는 제품 자체가 ‘키덜트화’된 마케팅과 기존 제품을 ‘키덜트화’한 마케팅이 있다. 우선 제품 자체가 ‘키덜트화’된 마케팅으로 탱크, 장갑차, 항공모함, 전투기 등 실물을 축소한 프라모델을 일컫는 완구의 일종이 있다. 프라모델은 ‘조립식 키트’라 부르는 플라스틱제의 부품과 조립을 위한 설명서, 혹은 완제품 형태로 판매되는 것을 말한다. 또한 애니메이션 캐릭터, 인형 등을 판매하는 것도 일컫는다. 흔히 ‘라인프렌즈’, ‘어벤져스’, ‘헬로키티’ 등을 의미한다. 또한 ‘월트디즈니’와 ‘디즈니랜드’ 등도 포함된다. 아울러 기존 제품을 ‘키덜트화’한 마케팅이 있다. 특히 이런 경향은 트렌드를 발 빠르게 반영하는 패션업계에서 강하게 나타나는데 명품 브랜드 ‘샤넬’에서 출시한 레고 모양의 클러치 백이 그 사례다. 또한 ‘디즈니’와 패션 브랜드 ‘LAP’의 컬래버레이션인 ‘LAP X 미키’가 대표적인 예시다. 실제로 LAP는 이 컬래버레이션으로 인해 행사 1주일 만에 목표 매출의 97%를 달성했다. 뿐만 아니라 편의점 CU가 지난 3월부터 모바일 메신저 ‘라인’의 캐릭터 브랜드 ‘라인프렌즈’와 컬래버레이션한 자체브랜드(PB) 아이스드링크 ‘델라페’를 선보이고 있다. 컵홀더에도 라인 캐릭터를 활용해 소장 가치도 부여했다. 그리고 커피전문점 카페베네도 ‘라인프렌즈’와 협업하여 올 여름시즌 빙수상품에 캐릭터의 초코판을 장식하는 사례도 포함된다. 아울러 LG생활건강이 2013년 겨울 ‘바비’ 인형과 협업해 ‘보브 투웬티스 팩토리 바비’ 7종을 출시하고, 더페이스샵이 팝아티스트 키스 해링과 함께 선보인 ‘더페이스샵 키스 더 컬러’ 11종도, 그리고 아리따움의 한 제품인 프리미엄 남성 그루밍 브랜드 라네즈옴므가 마블의 ‘어벤져스’ 속 히어로인 아이언맨, 캡틴 아메리카, 헐크, 토르의 디자인을 적용한 ‘어벤져스 스페셜 에디션’을 5월 한정 출시하는 일명 ‘코스메틱’ 상품도 사례에 해당된다. 덧붙여 키덜트를 위한 대규모 행사도 이뤄지고 있다. 키덜트 라이프 스타일 페어인 <2015 키덜트 엑스포>가 지난 3월 26일부터 29일까지 4일간 서울 양재동 aT센터 제 2전시장에서 개최됐다. 뿐만 아니라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IFC몰에 키덜트 파크가 마련돼 다양한 레고 작품을 감상 가능했다. 또한 지난 ‘어벤져스2’ 개봉 전 명동에서 대형 피규어가 전시돼 큰 이목을 끌었다.

결국은 동심이라는 이름
김 평론가는 “문화라는 개념 자체가 바람직한 것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기 때문에 키덜트는 분명히 긍정적인 요소가 있다는 점에서 문화라 말할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따라서 키덜트는 ‘키덜트 문화’라고 칭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을 내포하고 있다. 키덜트는 △지향점 △통합성의 두 가지 측면에서 ‘문화’라고 정의할 수 있다. 키덜트는 동등한 관계가 형성이 되고 공유·교류가 가능하다는 수평적·소통적·다양성의 용인의 관점에서 우리사회가 지향해야 할 부분이 있다. 이 측면이 바로 지향점을 의미한다. 다음 통합성의 측면이 있다. 키덜트의 수가 증가할수록 세대 간 통합 및 소통, 그리고 갈등 요소가 해결된다. MBC 간판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과 SBS의 주말 예능 프로그램 ‘런닝맨’이 대표적인 키덜트의 통합성을 설명한다. 보물찾기와 비슷한 미션 수행 등을 내용으로 한 프로그램을 찾아보는 행위가 바로 어른과 어린이가 공통된 감성을 통해 간접적인 의사소통이 가능하다는 것을 뜻한다. 이것은 공통된 감성의 의사소통이 가능하게 함으로써 세대 간 통합이 이루어지게 한다. 한편 키덜트는 상품성이 강하다는 부정적인 측면이 존재한다. 결과적으로 키덜트는 청년층과 장년층을 아울러 전 세대가 ‘동심’을 지녔다는 마음이 중요하다. 김 평론가는 “교사와 학생이 함께 어울리는 것에도 분명히 키덜트적인 요소가 있다. 결국 키덜트는 상품이 아닌 마음을 말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키덜트를 인터넷에 검색하면 피규어와 같은 상품이 먼저 등장한다. 이는 키덜트가 ‘상품과 떨어져 생각할 수 있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즉 ‘어린이의 감성(동심)을 어떻게 주도적으로 활용을 많이 할 것인가’에 대한 상품화의 논리가 얼마든지 부정적으로 사용 가능하다. 이런 키덜트는 키덜트라는 특정한 개념으로 묶이지 않고 다양한 개념으로 확장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람의 내재되어 있는 키덜트적 요소(동심)는 영화나 만화 등 다양한 매개체를 통해 확산이 가능하고 결국 다른 이름의 개념으로도 모습이 바뀔 수 있다. 즉 키덜트는 특정한 하나의 개념으로 지칭되지 않고 다양한 함의를 지닐 것이다. 장예림 기자 eeeeeeeja@hanyang.ac.kr 이수인 수습기자 tndls901@hanyang.ac.kr 도움: 김헌식 문화평론가, 정진영 기자 jjy319@hanyang.ac.kr, 이혜지 기자 hyeji19@hanyang.ac.kr 참고: 논문 「장난감 가지고 노는 ‘어른’이 아닌 ‘트렌드세터’ 키덜트 마케팅」 이미지 출처: 구글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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