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덜트 카페, 순수함을 찾아서
키덜트 카페, 순수함을 찾아서
  • 한민선 기자, 성기훈 기자
  • 승인 2015.05.16
  • 호수 14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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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덜트 제품이 유행하면서 서울 곳곳에 전문 키덜트 카페가 생기고 있다. 기자는 올해 만들어진 신생 키덜트 카페 두 곳을 방문해 키덜트 카페에 관해 인터뷰했다. 많은 키덜트 카페 중 신생 키덜트 카페임에도 불구하고 승승장구 하고 있는 합정역에 위치한 카페 ‘유니프라’와 뚝섬역에 위치한 카페 ‘오블리크’를 찾았다. 유니프라는 건담·메카닉 제품에 독보적인 전문성을 가지며, 오블리크는 자체 키덜트 제품 생산과 다양한 종류의 키덜트 제품을 만나볼 수 있다. 이 두 곳 모두 부부가 운영하는 키덜트 카페로 키덜트 애호가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홍대 ‘지하’의 은밀한 작업실

합정역 6번 출구로 나가 직진을 하다 보면 홍익종합동물병원이 보인다. 그 앞에서 왼쪽으로 꺾어 5분 정도 걷다 보면 카페 유니프라를 만날 수 있다. 마치 지하의 은밀한 작업실 같은 그곳을 들어서는 순간 성인 남자 키만한 건담이 눈앞에 서 있었다.  그 건담을 뒤로하고 지하로 향했다. 가장 먼저 눈앞에 펼쳐지는 것은 진열장 안에 빼곡한 건담들이었다. 건담의 ‘건’자도 모르는 기자가 봐도 탄성이 나올 정도로 그 개수와 종류가 대단했다. 카페의 한 편에서는 누군가 진중한 느낌으로 손을 쉴 새 없이 움직였고, 누군가는 커다란 DSLR 카메라를 들고 진열장을 향해 쉴 새 없이 셔터를 눌렀다. 이곳은 단순한 키덜트 카페를 넘어 건담 매니아들의 작업실이자 박물관이었다.

카페 유니프라는 남편과 아내가 함께 운영하는 키덜트 카페로 남편 안건웅<카페 유니프라 홍대 본점> 사장(이하 안 사장)은 아내의 권유로 건담의 세계로 입문했다. 안 사장은 “개인적으로 힘든 일이 있어서 고민하는 중에 아내가 건담을 같이 해보자고 권유했어요. 처음에는 집에서 하나 둘 시작했는데 하다 보니 환경에 제약을 느꼈죠”라며 입을 열었다.

안 사장은 먼저 작업실이나 작품 전시 공간 부족 문제 등을 해결하고자 했고, 자신처럼 건담 프라모델을 취미생활로 하는 사람들의 작업공간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안 사장은 건담 프라모델을 취미생활로 하는 사람들 위한 작업 공간이 부족하다는 실상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직장생활을 하시는 분들은 눈치 보지 않고 취미 생활을 할 공간이 부족해요. 그래서 프라모델을 사 와서 여기서 편하게 작업을 하시는 거죠”라며 말을 이었다. 실제로 카페에서는 고객들의 원활한 작업을 위해 LED 조명이나 공구를 제공하기도 한다.

유니프라의 거의 모든 작품들은 안 사장의 혼이 깃들어 있다. 프라모델을 시작한 지 일 년 남짓 된 안 사장의 실력은 수준급이다. 안 사장은 왜 건담 프라모델에 집중하는 걸까. 그는 “잡념이 없어져 스트레스 해소에 최고다. 성취감도 있고, 나만의 한정판을 갖는다는 장점도 있다”라며 건담 프라모델 취미의 장점을 말했다. 다만 자기 능력 안에서 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했다. “만들지도 않고, ‘프라탑’이라해서 미개봉 박스를 과도하게 모으는 사람들이 있다”라며 계획적인 취미생활을 권유했다. 건담의 가격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가격을 설명하던 안 사장은 “사실 제가 너무 고생하면서 만든 거라 가격으로 측정할 수 없을 것 같아요”라며 마지막까지 무한한 애착을 드러냈다.
                      

뚝섬 ‘지상’의 장난감 친구들

한양대역 3번 출구에서 쭉 직진하다보면 뚝섬역 5번 출구 옆 카페 오블리크를 발견할 수 있다. 길을 걷던 기자는 카페의 창문 안에 비치는 다양한 피규어 동상을 보고 평소 피규어 제품에 관심이 많았던 나머지 카페 문을 열었다. 카페 내부에 들어서자 다양한 피규어가 기자의 눈을 사로잡았다. 그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피규어는 현관 오른쪽에 자리 잡은 세 명의 아이언맨으로 2m 남짓의 거대한 크기를 자랑했다. 시선을 돌려 왼쪽의 진열장을 바라보자 요즘 흥행하는 영화인 '어벤저스'의 헐크를 비롯해 배트맨, 스파이더맨 등의 마블 코믹스 피규어와 나루토, 원피스, 드래곤볼과 같은 다양한 일본의 피규어가 자리 잡고 있었다. 적지 않은 수의 피규어에 이목을 사로잡혀 장난감을 구경하다보니 어느새 발걸음은 카페의 계산대에 다다랐다.

카페 오블리크는 남편과 아내가 함께 운영하는 키덜트 카페다. 3D 프린터 사무실을 운영하는 남편의 키덜트 제품을 전시하려는 목적으로 지난 1월 만들어졌다. 이지영<카페 오블리크 본점> 점장(이하 이 점장)에게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키덜트 카페 오블리크는 지리적 특성상 사무실 밀집지역이라 평일의 주 이용고객은 회사원들이다. 하지만 주말이 되면 피규어에 관심이 많은 연인, 가족 등 다양한 손님들이 카페를 찾는다. 이 점장은 피규어의 인기가 많아진 이유로 영화의 흥행을 손꼽았다. 또 과거에는 ‘장난감을 갖고 논다는 인식’이 강했지만, 현재는 ‘돈 없으면 못 하는 고상한 취미’라는 인식으로 바뀐 것도 한 몫 거들었다”라고 말했다.

이곳은 피규어 이외에도 아메리카노가 2800원으로 저렴한 가격의 커피를 맛볼 수 있다. 이 점장은 카페에 오게 되면 아메리카노나 라떼를 비롯한 커피 종류를 마셔보기를 추천했다. 하지만 커피를 즐겨 마시지 않는 기자는 이곳의 신메뉴인 ‘오곡 밀크셰이크’를 맛보길 추천한다. 일반 밀크셰이크와 달리 미숫가루의 풍미가 첨가돼 깔끔한 맛까지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이곳의 피규어는 드래곤볼이나 원피스 등 10년 이상 연재하거나 연재가 끝난 작품들의 캐릭터를 전시하여 높은 연령대의 고객들이 향수를 느낄 수 있게 한다. 메카닉 피규어의 경우 80만 원부터 500만 원까지 다양한 제품들이 존재하는데, 그 무게 또한 10kg이 넘어 평소 쉽게 구경하기 힘들지만 이곳에서 만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이 점장은 한양대학교 학생들에게 “전시 물품이 계속 바뀌기 때문에 올 때마다 새로운 피규어를 만나볼 수 있다”라고 말하며 “한양대학교 학생들의 많은 방문을 바란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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