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을 보는 중년
패션을 보는 중년
  • 송다빈 기자, 이영재 수습기자
  • 승인 2015.05.16
  • 호수 14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남성 패션지 ‘아레나 옴므 플러스’ 성범수 부편집장을 만나다

1423호 EVERY漢 인터뷰를 준비한 본지 기자는 다른 어느 인터뷰 때보다 옷차림에 신경을 썼다. 그 누구보다도 패션에 민감한 성범수<아레나 옴므 플러스> 부편집장(이하 성 부편집장)이 이번 호 인터뷰이기 때문이다. 본 인터뷰는 지난 7일 목요일 멋쟁이들의 거리 신사동 ‘가로수길’에서 진행됐다. 보통의 EVERY漢 인터뷰는 인터뷰이의 사무실에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성 부편집장은 기자를 그가 평소 자주 가는 카페 겸 편집샵으로 안내했다.

인문학도,
패션 잡지 기자되다!

패션 매거진 기자라 하면 우리는 흔히 디자인이나 패션에 관련된 학과를 졸업한 전문가를 떠올린다. 하지만 성 부편집장은 한양대학교 국어국문학과와 동대학원 중국 정치학과를 졸업한 문과 출신 졸업생이다. 학부시절 그는 언론준비반에서 신문기자를 준비했지만 일은 그의 뜻대로 잘 풀리지 않았다. 대학원에 진학해 중국 전문 기자를 꿈꾸던 그였지만 계속되는 낙방에 기업 채용 정보를 알아보던 중 우연히 두산 소속의 남성 패션 잡지 ‘GQ’에 입사 지원을 하게 된다. 패션에 별다른 관심은 없었으나 언론준비반에서 공부를 할 때부터 매주 수요일 중앙일보에 실린 ‘GQ’ 이충걸 편집장의 칼럼을 스크랩해왔기 때문에 성 부편집장은 ‘GQ’에 대해 큰 호감를 가지고 있었다. 그 후 2년 반을 ‘GQ’에 몸담던 그는 친한 선배의 권유로 ‘아레나 옴므 플러스’로 이직을 하게 된다. 그렇게 시작된 패션 잡지와의 인연이 지금의 ‘아레나 옴므 플러스’ 부편집장 성범수를 있게 했다.
전형적인 문과 출신 졸업생으로서 패션 잡지 기자로 일하기 힘든 점은 없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제가 패션과는 관련이 없는 학과를 졸업한 것은 사실이에요. 하지만 저는 패션에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기자들보다 더 특화된 점이 있었어요. 바로 인문학적 요소를 기사에 녹여낼 수 있다는 것이죠. 예를 들어 새롭게 유행하는 신발을 두고 다른 기자들이 ‘화려한 컬러의 에스파드류(끈을 발목에 감고 신는 캔버스화)’라 언급할 때 저는 ‘돈키호테의 산초가 신을법한 에스파드류’라고 말할 수 있어요. 이 능력이 제가 이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비결이라고 생각해요”라며 오히려 문과 출신 졸업생이라는 것이 자신에게는 더 이점이 됐다고 말한다.

패션지 기자가 제일 잘나가

성 부편집장은 드라마 속의 슬림한 몸매와 샤프한 외모의 패션지 기자와 달리 약간은 친근한 몸매에 까만 뿔테를 낀 턱수염을 수북히 기른 40대 초반의 아저씨였다. “솔직히 모델은 어떤 옷을 입어도 옷맵시가 잘 나잖아요. 근데 저처럼 평범한 사람도 잘 소화한 아이템은 누구라도 따라하고 싶어지니까요”라며 오히려 그의 친근한 모습이 잡지의 구독 대상인 일반인들과 잡지와의 거리감을 좁혔다고 말한다.
또한 그는 2013년 MBC ‘무한도전’ 밀라노 특집에 출연하기도 했는데, 평범하면서도 친근한 인상으로 길거리에서 많은 사람들이 그를 알아보았다며 그때 당시의 에피소드를 들려줬다. “무한도전 팀이 밀라노 프로젝트에 실패했다는 것이 대중들에게 알려지기 전 저는 그것과 별개로 밀라노에 출장을 갔었어요. 그때 밀라노에서 만난 한국 여행객들이 저를 붙잡고 무한도전 팀은 어디에 있냐고 물었어요. 같이 출연했던 편집장님은 못 알아보시고 한번 보면 잊을 수 없는 인상을 가진 저만 알아보시더라고요”
성 부편집장은 패션지를 ‘일반인들을 위한 패션 길잡이’라고 칭한다. 일반적으로 ‘잡지에는 늘 비싼 물건만 나온다’라는 인식이 강하다. 하지만 성 부편집장이 생각하기에 잡지는 비싼 물건을 파는 것에만 목표를 두는 것이 아니며 여러 가지 상품들을 소개함으로써 일반인들의 패션에 대한 안목을 길러주는 것이 패션지의 목적이라고 한다. 잡지를 통해 눈높이를 높이다보면 저렴한 상품으로도 멋스러운 패션을 연출할 수 있는 감이 생긴다는 것이다. 그는 비싼 명품으로 치장을 하고 등장하는 시상식에서도 옷을 잘 입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구분이 되듯, 패션은 돈보다 감이 훨씬 중요한 것이라 말한다.
그는 패션지 기자의 매력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패션지 기자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직업 중 최고의 직업이에요. 항상 제가 실제로 가진 것보다 더 최상의 것을 누릴 수 있죠. 기자라는 이유로 평소에 만나기 힘든 연예인이나 모델, 디자이너들을 만날 수 있고, 또 출장을 갈 때에도 비행기 좌석이나 호텔 등을 최고 수준으로 누릴 수 있어요. 마감에 지장만 없다면 스케줄 또한 스스로 조정할 수 있어요. 제가 이렇게 목요일 오후 5시에 개인적으로 여러분과 인터뷰를 하고 있는 것도 이 직업의 자율성 때문이라 할 수 있죠”라며 패션지 기자 자랑을 늘어놓았다.

패션 잡지 기자를 꿈꾼다면

패션 잡지 기자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조언을 부탁하자 그는 패션 잡지의 미래는 어둡다며 “패션지 기자를 학생들의 미래 직업으로 추천하고 싶지는 않아요. 한대신문도 느끼는 부분이겠지만 솔직히 종이 시장은 정리되는 분위기에요. 매체 자체를 웹매거진으로 바꿔야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아직까지는 웹상에서 돈을 지불하고 잡지를 구독하려는 사람들이 턱없이 적어요. 현재 그 대안에 대해 고민 중이에요”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패션지 기자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그는 “한순간도 사물을 헛되게 바라보지 마세요”라는 말을 전했다. 모든 순간을 의미 있게 바라보라는 것이다. 패션지 기자는 그 누구보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알아야한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흔히 말하는 트렌드인 것이다.
성 부편집장은 40대 초반의 두 아이의 아빠지만 20~30대가 즐겨보는 패션 잡지의 부편집장으로서 ‘아레나 옴므 플러스’가 시대에 뒤쳐지지 않게 하기 위해 한시도 긴장을 늦추지 않는다. 인터넷을 통해 뮤직비디오 등 각종 영상을 찾아보고, 최근에는 인스타그램이라는 SNS를 통해 다양한 사람들의 패션 경향을 파악하기 위해 노력한다. 인터뷰가 끝난 뒤 기자와 인스타그램 친구를 맺어 서로의 사진을 공유하기도 했다.

20살로 돌아간다면?

EVERY漢의 고정 질문인 “다시 20살로 돌아간다면 무엇을 하실 건가요?”라는 질문에 성 부편집장은 현재의 삶이 너무 행복하기 때문에 다시 20살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며 대신 20대에게 조언을 했다. 20대에게 ‘멍 때리기’를 주문했는데, 이는 ‘멍 때리기’에서 창의적인 문화가 싹트기 때문이다. “지금의 20대들은 굉장히 치열하고 여유 없이 살고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그들에게 ‘멍 때려라’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1980~90대에 프랑스는 경기침체를 겪지만 한편으로는 문화부흥기를 겪어요. 프랑스의 젊은이들이 돈을 못 버는 일이라도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소규모로 하며 문화를 풍성하게 만들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는 젊은 학생들이 돈이 안 되는 일을 하며 놀고 있으면 그만 멍 때리고, 실속 있는 일을 하라며 윽박지르죠. 저는 그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어요. 미래를 불안해하지 말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해나갔으면 좋겠어요. 멍 때리세요!”라며 인터뷰를 마무리 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