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대학교 야구의 살아있는 전설을 만나다
한양대학교 야구의 살아있는 전설을 만나다
  • 성기훈 기자, 사진 한지연 수습기자
  • 승인 2015.05.09
  • 호수 14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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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반백년 야구인생 이야기

야구는 변화무쌍하다. 오늘의 강팀이 내일의 꼴찌 팀이 되고, 어제의 꼴찌 팀이 오늘의 우승팀이 되는 것도 이와 같은 이유이다. 따라서 야구의 강팀이 되려면, 변화무쌍한 야구의 흐름을 읽고 정확히 분석해야 한다. 프로야구가 없던 시절 한양대학교의 야구 실력은 대단했다. 어느 대회에 출전하든지 우승을 당연하게 여겼고 우승을 못 했을 경우에는 야단을 맞을 정도였다. 하지만 프로야구의 출현과 대학 입학 전형의 변화로 인해 대학 야구계도 변화했다. 우승을 밥 먹듯이 했던 한양대학교 야구도 예전의 모습을 찾지 못하고 정상에서 멀어졌다. 하지만 김한근 감독의 등장은 대학 야구계의 흐름을 뒤집었다. 김한근 감독 부임 일 년 후, 한양대학교 야구는 2014년 8월 ‘48회 대통령기 전국대학야구대회’에서 우승하며 97년 우승 이후 20년 만에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김한근 감독의 야구 이야기

김한근 감독은 대구 신암초등학교 출신으로 어릴 적부터 야구에 관심이 많았다. 그는 초등학생 때부터 팔심이 남달라 학교 야구 동아리의 선수들이 그가 공을 던지는 모습을 보고 “야구 선수도 아닌데 굉장히 멀리 던진다”라며 놀랐다고 한다. 그는 초등학교 4학년 특별활동 시간에 반 대항 야구 대회가 끝난 후 학교 야구 동아리의 감독에게 야구부에 들어오길 권유받았다. 그 시절에는 운동선수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많아 집안의 반대가 심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의 야구에 대한 애정은 가족들의 반대에도 그를 야구의 길에 들어서게 했다. 그는 환갑이 된 지금 49년 째 야구계에 몸 담고 있다.

한대신문(이하 한): 선수와 코치, 그리고 감독의 길을 모두 밟았는데 어떤 계기가 있었나요?
김한근 감독(이하 김): 프로 생활을 9년 정도 했어요. 야구 실력에는 자신 있었는데 부상이 많았어요. 일 년에 보름에서 한 달 정도는 계속 쉬게 되니까 감독님의 선수명단에 들지 못했던 것 같아요. 프로 세계에서는 실력이 좋지만 잦은 부상으로 중요한 경기에 못 나가는 선수보다는 실력이 부족하더라도 매일 나갈 수 있는 선수를 선택하거든요. 감독이 된 지금은 이해하지만 그 당시에는 불만도 있었어요. 그렇게 선수 같지 않은 선수생활을 9년 정도야구 선수로서는 아쉬운 부분이 있었지만 동시에 코치나 감독이 되어 좋은 후배를 양성하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어요. 원하니까 이뤄진다는 말이 있듯이 91년도에 두산 OB 베어스에서 타격 코치를 하게 됐어요. 그 다음 삼성에서 코치를 하다 한양대학교에서 코치로 7년, 그리고 지금은 감독으로 3년 차에 접어들었어요. 지도자의 꿈을 모교에서 이뤄 후배들을 가르칠 수 있어 굉장히 기쁩니다.

한: 한양대학교에 진학한 이유는?
김: 지금은 한양대학교가 명문대지만 과거에는 공대를 제외한 나머지 학과는 그렇지 않았어요. 제가 대학에 진학하던 당시에 한양대 야구는 실업팀과 대학팀을 통틀어 최고의 야구팀이었는데 설립자 김연준 총장님께서 야구를 통해 학교의 위상을 높이려는 취지가 있었던 것 같아요. 당시에는 한양대학교와 고려대학교가 선수를 스카우트 하는 데 있어 가장 많은 노력을 기울였어요. 고려대와 달리 한양대는 그 선수 이외에 다른 선수 두 명을 데려올 수 있다는 조건이 있어 한양대로 입학하면 친구들과 함께 진학할 수 있다는 생각에 한양대에 오게 됐어요.

한: 대학 야구와 프로 야구의 차이는?
김: 대학 야구는 아마추어 야구로서는 최고의 종착역이에요. 여기서 얼마나 갈고 닦느냐에 따라 프로선수로 갈 수 있는지가 결정되죠.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는 스피드라고 생각하는데 공의 구속이나 공을 잡아서 던지는 순간적인 동작들이 아마추어와 프로의 미세하지만 큰 차이에요. 또, 대학 야구는 학점도 신경을 써야 하니까 프로보다 연습량이 떨어져요. 프로 선수들은 아침 9시에서 저녁 9시까지 식사 시간을 제외하면 거의 모든 시간을 연습에 투자할 수 있지만 대학생 선수들은 그렇지 못해요.

한: 본인의 야구 철학이 있다면? 본인이 생각하는 야구의 매력은?
김: 자기와의 싸움에서 이기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연습을 하다 육체적으로 힘든 상황에서 못한다고 생각하면 못하게 되지만 할 수 있다고 마음먹으면 더 할 수 있어요. 나와의 싸움에서 못 이기면 남도 이길 수 없다고 생각해요. 연습 때마다 자신과 타협하지 않고 나와의 싸움에서 이겨야 된다는 철학을 갖고 있어요. 또, 야구는 공부를 하지 않으면 재미없는 스포츠지만 어느 정도 아는 사람에게는 정말 재밌는 스포츠에요. 야구의 진짜 묘미는 보는 사람이 상황에 따라 감독이 되고 선수가 될 수 있다는 데 있어요. 관중이 생각한 작전과 감독의 전술을 맞춰보는 재미도 있고요. 또 타자와 투수가 벌이는 수 싸움 보는 것도 야구를 재미있게 만들어 주는 요소에요.

김한근 감독의 새로운 도전
요즘 유행하는 영화 <어벤져스>에 출연하는 과학자, 브루스 배너가 헐크로 변하는 데는 채 10초도 걸리지 않는다. 김한근 감독은 야구 감독계의 헐크이다. 그는 십여 년간 우승 트로피가 없던 한양대학교 야구팀에 감독으로 부임한 지 일 년 만에 우승 트로피를 들고 왔다. 그는 대학 야구 감독이라는 직책 안에서 단순히 팀의 성적에만 신경 쓰지 않고 학생들의 미래도 함께 고민하고 있다. 한양대학교에서 그의 앞으로의 발자취가 기대되는 부분이다.

한: 과거에 한양대학교의 야구는 대한민국 제일이었는데 지금 한양대 야구의 수준은?
김: 작년에 우승을 하긴 했지만 현재 한양대학교의 위치는 중간 정도 된다고 생각해요. 신입생을 뽑는 과정에서 감독이 개입할 수 있는 부분이 극히 한정돼 있다 보니까 우리가 원하는 선수들을 뽑지 못해요. 원하는 구성을 하지 못하는 점이 아쉬워요. 옛날처럼 항상 우승을 해야하는데 감독의 변명이라 할 수 있지만 우승이 쉽지 않은 현실이에요.

한: 스포츠에서는 감독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한데 팀의 사기를 높이는 감독님만의 방법이 있다면?
김: 전 항상 선수들에게 자부심을 갖고 있어요. 선수들에게도 한양대학교 대표라는 자부심을 갖고 경기에 임하라고 말을 해요. 또, 학생들에게 생각 없는 꼭두각시가 되지 말라고 말해줘요. 요즘 고등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은 거의 ‘예스맨’ 이에요. 타인이 시키는 대로 하는 것에 익숙해지지 말고 자신의 뚜렷한 생각이 있어야 해요. 대학인만큼 이것도 교육의 한 차원이라고 생각해서 훈련을 하는 데 있어 학생들과의 대화를 중요하게 여겨요.

한: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가 있다면?
김: 작년 대통령기 결승전이 제일 기억에 남아요. 그때 우리 팀의 타율이 4할 2푼 8리에요. 팀 타율이 4할이 넘는다는 건 어마어마한 건데 투수도 잘 던지고 응원단도 많이 와주셔서 삼위일체였죠. 또 제가 생각했던 작전들이 잘 들어맞아서 굉장히 기분이 좋았어요. 하지만 9회 말 2아웃 때도 뒤집힐 가능성이 있는 게 야구라 마지막까지 신중함을 놓지 않았어요. 우승하고 나니까 선수 시절 우승했던 것과 다르게 아주 좋았어요. 임덕호 전 총장님이 칭찬을 잘 하지 않으시는 분이라 들었는데 어려운 여건 속에서 우승해줘서 고맙다고 네 번이나 말씀하기도 하셨어요.

한: 감독으로서의 최종 목표는?
김: 모든 스포츠인의 최종 목표는 프로예요. 제가 올해 환갑이지만, 프로감독이라는 목표가 있어요. 안 될 때 안 되더라도 노력은 해보고 싶어요. 개인적으로도 영광이지만 한양대학교에서도 프로를 배출하게 되면 좋은 경력을 쌓는 거잖아요. 꼭 프로 감독에 도전하고 싶어요. 20살로 돌아간다면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김: 요즘은 내가 노력하면 그만큼의 부와 명예가 따라오는 시대에요. 20살로 돌아간다면 후회 없이 온 힘을 다하여 노력해서 야구를 하고 싶어요. 공부는 끝이 없지만, 운동은 어느 순간 되면 그만둬야 하는 시기가 와요. 옛날에는 재능을 믿고 많은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는데 더욱 노력해서 최고의 선수가 돼 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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