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바른’ 축제는 없지만 ‘바람직한’ 축제는 있다
‘올바른’ 축제는 없지만 ‘바람직한’ 축제는 있다
  • 최정윤 기자
  • 승인 2015.05.09
  • 호수 14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캠퍼스 노천극장이 개방됐다. 노천극장은 미래자동차공학관(이하 미자공) 공사로 인해 작년 3월부터 올해 4월까지 출입과 통행이 통제됐었다. 이에 유수정<경영대 경영학과 14> 양은 “노천극장이 개방돼 학생들의 휴식 공간이 다시 확보 됐다”라며 “입학 후 노천극장에서 하는 첫 축제가 기대된다”라고 말했다. 문기영<사회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14> 군 역시 “노천극장에서 하는 축제는 남다르다고 들었다”라며 노천극장과 다가오는 축제에 대한 기대감을 전했다.

축제의 바람이 불다
한양대학교 ERICA캠퍼스는 오는 19일부터 21일 까지, 서울캠퍼스는 오는 20일부터 22일까지 봄 축제, ‘대동제(大同祭)’가 진행된다. ‘대동제’는 다함께 크게 어울려 화합한다는 뜻을 의미한다. 축제의 시작은 4.19 학생운동 중 각 단과대 학생회가 1960년대 초, 축제를 통해 폐쇄적인 사회적 분위기에서 탈피해 보려는 의도에서 이뤄졌다. 따라서 축제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단어는 놀이, 일탈, 공동체. 문화로 정리된다.
이런 축제의 정의는 한양대 축제에서도 살펴볼 수 있다. 먼저 서울캠퍼스가 진행하는 올해 축제의 주제는 ‘대방출’이다. 서울캠퍼스 부총학생회장 박창근<공대 기계공학과 10> 군은 “한양대학교 학생들의 스트레스와 끼를 대방출해 기억에 남는 즐거운 사흘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전했다.
한편 ERICA캠퍼스의 축제 컨셉은 ‘한양대란’이다. 축제에서 진행되는 여러 행사들을 ‘난(亂)’ 으로 표현해 한양대 ERICA캠퍼스 곳곳에서 난이 일어난다는 컨셉을 잡았다는 것이다. 광란(光亂, 빛날 광), 음란(音亂, 소리 음), 물란(沕亂, 아득할 물)이다. ERICA캠퍼스 정책국장 박성원<언정대 정보사회학과 12> 양은 “매일 다니는 똑같은 학교, 감흥 없이 지나다니던 캠퍼스에서 9,000여 명의 학우들을 주인공으로 한 한양대란이 펼쳐질 것”이라고 예고했다.

소리만 요란한 빈 깡통 축제
축제하면 많은 사람들의 웃음소리와 즐거운 표정이 상상된다. 함께 뛰놀고 북적거리는 사람들의 모습도 보인다. 그러나 실제로 축제를 경험하면 소리만 요란한 텅 빈 깡통이라고 느끼는 경우가 더러 있다. 익명을 요구한 A는 “모두가 함께 눈치 없이 뛰놀고 즐기는 모습을 기대했지만 실제로는 연예인을 멍하니 관람하고 술만 마시는 경우가 대부분 이었다”라며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이에 대해 안동근<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변질된 축제의 모습’을 원인으로 꼽았다. 안 교수는 한양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한 76학번 동문이다. 안 교수가 빨간색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고 캠퍼스를 거닐었을 시절의 대동제는 오늘날의 모습과 사뭇 다르다. 당시 한대방송국에서 활동한 안 교수는 한대방송제에 대한 경험을 회상하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학생들의 호응을 가장 크게 이끌었던 것은 라디오 토크쇼였다. 한반도 기상도를 그려 놓은 후 날씨에 사회적 이슈를 빗대어 사회 모습을 풍자하고 비틀었다.
사회적 문제에 관심을 갖는 학생들의 모습은 학술세미나나 토론의 장에서도 발견할 수 있었다. 학생들은 학술제와 같이 학회를 통해 해당 학과의 연구 결과물이나 동아리의 작품과 전시를 했다. 오늘날 주점으로 자리를 뺏긴 한마당의 한 부분엔 문화와 학술의 장이 음주가무와 공존했던 것이다.
서울캠퍼스의 경우 동아리연합회의 부스운영이 예정돼 있다. 학회가 작품이나 연구결과를 전시할 수 있는 공간은 따로 없으나 개인부스를 통한 전시 공간을 기획 중이다. 박 군은 “축제 기간이 아니더라도 1년 중에 진행 되는 소.지.섭. 프로젝트의 일환인 소모임 콘테스트에서 개인의 작품을 선보일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예인 초청, 멍 때리는 관람
연예인 초청을 과거에는 총학생회에서만 기획했다면, 현재는 총학생회가 축제 무대에, 학내 방송국이 방송제에 연예인을 초청하고 있다.
오늘날 일반화된 ‘연예인 초청’이라는 대학축제 프로그램에 대해 각종 SNS와 인터넷에 ‘ㅇㅇ대학 라인업’이라는 게시글이 올라오는 경우가 허다하다. 분위기 조성을 위한 연예인 초청이 콘서트에 가까운 행사장이 돼가고 있다. 이를 박 양은 “전형적인 주객전도 현상이라고 본다”라며 “학생들을 위해 사용돼야 할 행사비의 대부분을 연예인 출연료로 집행하고 있어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덧붙여 일시적인 감흥에 이토록 큰 예산을 들여야 하는 것인가에 대해 되돌아 봐야한다고 전했다. 이에 안 교수 역시 “연예인 초청에 들어가는 예산을 줄이고 장학금과 같이 학생들에게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부분을 늘려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과거 대학 축제에는 연예인과 더불어 강연자들이 무대에 서곤 했다. 과거처럼 초청 강연이 계획에 있냐는 질문에 박 군은 “초청 강연이 구상된 것은 없다”라며 “학생들의 수요가 없어 초청 강연이 없는 것일 뿐, 학생들이 원한다면 계획할 수 있다”라고 답했다. 이에 안 교수는 “유명 연사를 거액을 주고 초청할 필요는 없다”라며 “한양대는 실력 있고 배울점이 많은 동문들을 배출하고 있으니 교내 인사를 초청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한양대 내부의 자원을 적극 활용할 것을 강조했다.

한양대 축제, 안전과 대학 문화는 어디로
한양대학교와 국내 대학의 축제 문화의 현황과 실태에 대한 질문에 박 양은 “최근 대학 축제가 술판에 지나친 노출까지 더해지며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는 추세이며 음주로 인한 사건사고들이 비일비재한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축제 때 안전 역시 중요한 사안이다. 박 양은 대학 축제가 학생들이 즐기는 장이지만 ‘학생들의 즐거움’이라는 취지에 가려, 행사 진행에 기본적인 안전 수칙이 지켜지지 않거나 관리가 소홀해도 묵인하고 넘어가는 것이 관례로 지켜져 왔음을 지적했다. 이런 대학의 축제 관행은 ‘축제의 장’을 ‘위협의 장’으로 변모시킨다는 것이다. 이에 ERICA캠퍼스 총학은 “안전사고에 확실히 대처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라며 “각 축제 행사별 안전사고 위험 요소 및 이에 대한 예방책을 제시할 것”이라고 전했다. 서울캠퍼스 총학 역시 “작년 가을 축제에 운영됐던 ‘패트롤’ 시스템을 올해 역시 운영할 것”이며 “학교에서 지원해 주는 예산이 늘어나는 만큼 더 좋은 패트롤 활동을 전개할 것”이라고 전했다. 패트롤 활동은 학생들이 캠퍼스를 순찰하며 위험 요소를 제거하는 형식으로 운영된다.
축제의 개념은 각 지역, 문화권별로 다양한 문화적 특성에 따라 그 기능과 유형이 다르게 발전 돼왔다. 따라서 ‘축제란 무엇이다’ 라고 한 가지의 명제로 규정할 수는 없으며, 축제의 개념은 고정불변한 것이 아니라 역사적·사회적 맥락에 따라 변화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올바른’ 축제는 없지만 ‘바람직한’ 축제는 있다. 한양대학교도 한양대만의 특색을 갖춘 바람직한 축제 문화를 모색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때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