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 내가 제일 잘 나가
알바, 내가 제일 잘 나가
  • 이근녕 기자, 오현지 기자
  • 승인 2015.05.09
  • 호수 14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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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알바생? 난 정직원!
남미정<국문대 프랑스언어문화학과 13> 양
제 자신을 알바의 신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를 아시나요? 바로 전 알바생으로 시작해서 정직원까지 올라갔기 때문이에요. 저는 ‘팔라쪼’라는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일하고 있어요. 많은 분들이 베스킨라빈스는 알아도 팔라쪼는 대부분 모르실 것 같아요. 팔라쪼는 이탈리아에서 젤라또 아이스크림을 만드는 비법을 그대로 가져와 만드는 가게에요. 이곳이 제 알바 인생의 첫 근무지죠. 제가 알바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정말 여러 가지가 있어요. 여름 방학 때 집에서 빈둥빈둥 놀고 있는 것보다 뭔가 생산적인 일을 하고 싶었고 일을 통해 사회 경험도 해보고 싶어서 알바를 처음 시작하게 됐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제가 번 돈, 진짜 제 돈으로 가족들에게 선물을 해주고 싶어서 알바를 시작하게 됐어요. 알바를 하기 전엔 그런 적이 한 번도 없었거든요.

저희 가게는 한 사람이나 두 사람만 같은 시간대에 근무를 하기 때문에 하는 일이 나눠져 있다기보단 아이스크림을 퍼주고 계산을 하는 일까지 모두 제가 해야 돼요. 그렇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보다 업무량이 두 배로 많고 또 여러 가지 일들이 생기기도 해요.

한 번은 일을 하고 있는 도중에 아이스크림을 넣어두는 쇼케이스 온도가 점점 올라가더니 안에 있던 아이스크림이 다 녹기 시작했어요.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아이스크림이 녹는다는 건 정말 있을 수도,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잖아요. 결국 냉동고에 아이스크림을 다 옮기고 판매를 할 수 없는 비상 사태가 일어났어요. 점장님까지 오셔서 수리하는 아저씨께 전화를 했는데 지금 오실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하시더라고요. 어쩔 수 없이 그 아저씨가 시키는 대로 쇼케이스의 먼지를 다 제거하고 물을 뿌리고 몇 시간 동안 사투한 끝에 고치게 됐어요. 그렇게 고치느라 손은 상처투성이가 됐지만 하루의 영업을 망치지 않았다는 생각에 정말 뿌듯했어요.

사실 이런 일들보다 더 힘든 건 바로 진상 고객들이에요. 팔라쪼가 가격에 비해 양이 좀 적어요. 그래서 아이스크림 양이 이게 뭐냐고 양이 너무 적다고 한소리 하시거나 정량이 맞는지 저울로 잰 걸 보여 달라고 하는 손님도 있어요. 그래서 직접 저울로 재서 보여드리면 아무 말도 못하고 그냥 씩씩 거리면서 나가시죠. 그리고 레몬 젤라또 같은 경우는 레몬이 많이 들어가 있어서 조금 셔요. 그래서 손님이 시키시면 많이 시다고 괜찮으시냐고 여쭤보고 주문을 받아요. 그런데 괜찮다고 하셔놓고 막상 드시고 나선 왜 이렇게 시냐며 화를 내실 때도 있어요. 친절한 손님들도 많지만 이런 손님들도 정말 많다는 것에 사실 처음엔 좀 놀랐어요. 그런데 이젠 많이 적응이 돼서 상처도 안 받고 그러려니 하고 있어요.

팔라쪼 알바생으로서 줄 수 있는 꿀팁! 컵보다는 콘이 아이스크림 양이 더 많다는 거 아시나요? 원래 컵에 담을 때는 저울로 정량을 딱 맞게 재야하는데 콘은 저울에다 잴 수 없기 때문이에요. 그러니 콘 아이스크림을 먹는 게 더 이득이겠죠?

그리고 전 다시 태어나도 이 알바를 하고 싶어요. 왜냐하면 많은 인원이 함께하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가족 같은 분위기라 일하는 게 재밌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무엇보다 점장님이나 매니저님이 사회생활 이야기나 여러 가지 조언을 많이 해주셔서 배우는 게 정말 많아요. 저에게 있어서 알바는 돈을 버는 것 그 이상의 의미를 가져요.  

12시간 근무, 내가 바로 알바의 신
진다은<국문대 한국언어문학과 14> 양
제 입으로 제가 알바의 신이라고 말하긴 좀 부끄럽지만 전 알바의 신이 맞습니다. 알바 두 탕을 동시에 뛰는 사람은 많지만 세 탕이나 뛰어본 사람은 없을걸요? 전 알바를 세 탕을 뛴 적도 있고 이제까지 서빙, 과외, 근로 장학 등 21살치곤 많은 알바 경험을 해봤어요. 그리고 제가 알바의 신이 된 이유는 주말, 공휴일, 방학 가릴 것 없이 시간이 되는대로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알바를 갈 때마다 12시간은 거의 기본으로 일한답니다. 이쯤 되면 알바의 신이라 불려도 되겠죠?

제가 알바를 시작하게 된 건 용돈 벌이를 위해서였어요. 집안 사정 상 용돈을 많이 받을 수 없었기 때문에 ‘내가 쓸 돈은 내가 벌자!’라는 생각이 컸었어요. 처음엔 용돈 벌이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대학원 학비 나아가 유럽 여행비까지 모으고 있는 중이예요. 그리고 또 다른 이유가 있어요. 저는 원래 소극적이고 낯도 많이 가리거든요. 부모님과 언니는 나가서 많이 경험해보고 깨져도 봐야 성숙해진다는 얘기를 했죠. 어쩌면 저 스스로 성장하기 위해 알바를 선택했던 것 같기도 해요.

저는 현재 KFC에서 일하고 있어요. 주로 카운터를 보고 가끔 햄버거를 만들기도 해요. 손님을 가장 많이 마주치는 카운터 업무의 특성 상 손님들의 태도에 속이 상할 때가 많아요. 돈을 던져서 주는 손님, 현금 영수증을 하겠냐고 여쭤보면 화를 내는 손님, 그냥 짜증내는 손님, 반말하는 손님. 그런데 오래 일하다보니 그런 것들에 점점 무뎌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아니 무뎌지려고 노력 중이라고 해야 맞겠죠? 그런 분들이 오면 오히려 인위적일 정도로 친절하게 대해요! 제 친구가 그런 제 모습을 보고 과하게 밝은 놀이공원 알바생 같다고 했을 정도예요. 그래도 그런 손님들을 상대하다보니 성격이 점점 능글맞아지고 낯가리던 것도 많이 없어지고 있다는 게 느껴져요. 그 분들께 감사하다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네요.

KFC 알바생으로서 줄 수 있는 꿀팁! KFC 콜라는 무한 리필에다 손님이 직접 떠먹는 방식이에요. 그러니 친구랑 둘이 오면 콜라를 한 잔만 시키는 게 더 이득이겠죠? 그리고 치킨을 시킬 때는 엉치살 부위로 달라고 하세요. 그 부위가 닭다리처럼 부드럽고 가슴살처럼 양도 많거든요.

그리고 앞으로 알바를 하고 싶은 분들께 드리고 싶은 말이 있어요. 제가 일하는 KFC와 같은 프랜차이즈 가게에서 일하라는 거예요. 그 이유는 바로 돈 때문이에요. 사실 KFC, 맥도날드 같은 프랜차이즈 가게들은 거의 최저 시급만큼만 주지만 그때그때 수당이 붙어서 시급이 8000원까지 오를 때도 있거든요. 실제로 얼마 전 근로자의 날에는 시급이 1.5배나 올라서 하루에 10만 원이나 벌었답니다!

그리고 프랜차이즈 가게가 좋은 또 하나의 이유는 스케줄이 일주일 단위로 정해지기 때문에 내 일정에 맞춰 일을 할 수 있다는 거예요. 사실 알바도 중요하지만 학생으로서 꼭 해야 하는 더 중요한 일들이 있잖아요. 그런 일들도 빠지지 않고 챙기면서 돈도 버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겠죠?

겨울만을 기다리는 아르바이트생
이수찬<언정대 정보사회학과 11> 군
저는 2013년, 2014년의 겨울을 용평리조트 보드스쿨에서 스노우보드 강사로 일하며 보냈어요. 아침 8시쯤 간단한 조회와 준비운동으로 시작해 아침에는 슬로프를 점검하는 겸 몸풀기로 스노우보드를 타요. 그래서 오전 10시부터는 강사들을 조별로 나눠서 강습을 시작하는데, 오전, 오후, 야간으로 시간을 나눠서 강습 시간은 약 2시간 정도 진행해요. 야간 강습의 경우 조별로 4일에 한 번씩 진행하고 그 외의 시간에는 근무가 없고 강사자격증 시험 대비를 위해 연습을 할 수도 있어요.

저에겐 하루하루가 매일 특별한 에피소드로 가득했었어요. 그중 하나를 고르라면 강습을 진행하면서 생기는 강사와 강습생 간의 알콩달콩한 감정이 아닐까요? 자연스럽게 강습생은 강습 시간에 강사에게 의지하게 되기 때문이죠.

저는 자유 시간에 강습생들과 연락을 주고 받아 함께 스노우보드를 타기도 했어요. 그렇게 강습생들과 친해졌던 시간들이 저한테는 뜻깊었어요. 이런 말씀을 드리면 오해하실 수도 있는데 오해하지는 마시고 재미있게 들어주세요.

강사 일을 하면서 힘들었던 점은 밤늦게까지 자격증 시험 대비를 위해 스노우보드 라이딩 연습을 하고 숙소에 들어와서 매일 아침 6시 반에 일어나는 것이었어요. 물론 밤늦게까지 연습하는 것 자체를 즐겼기 때문에 유익한 시간이기도 했죠. 그 결과로 저는 현재 대한스키지도자연맹에서 제공하는 국가공인자격증인 생활체육자격증(스노우보드) 레벨 2를 가지고 있습니다. 레벨 1~3까지 자격검정시험이 있고 레벨 2, 3은 스노우보드 기술선수권대회라고 평가점수가 가장 높은 라이더를 추려서 참가자를 선발하기도 하죠. 사람마다 개인차가 있겠지만 보통 레벨 2 자격증을 취득하려면 스노우보드 강사일을 3~4년 정도 해야지 취득할 수 있어요. 한 해에 100명 넘지 않게 취득하는 만큼 약간의 어려움이 따른다고 생각해요.

제가 하는 알바와 관련해서 약간의 꿀같은 팁을 드리자면 용평리조트가 스노우보드와 스키를 타기에 가장 좋다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스노우보드와 스키는 눈의 성질인 설질이 중요한데 용평리조트는 설질이 가장 좋아요. 그렇다보니 라이딩에 안정감이 있어요. 그리고 슬로프 역시 가장 많고 리프트 대기 시간 또한 길지 않아요. 용평리조트에는 스노우보드지도자 협회, 스키지도자 협회(KSIA)에서 높은 임원을 맡고 있으신 분들이 계시고 국내 파크에서(파크란 스노우보드 점프와 묘기를 선보이는 곳) 1위를 차지한 ‘박둘’이라는 프로선수가 파크를 관리하고 있죠. 약간의 단점이라면 좋은 장소인 만큼 비싸다는 점이에요. 용평리조트는 애초에 가격대가 높기 때문에 스키나 스노우보드 관련 지인 할인을 받아도 타 스키장에 비해 비싸니 주의하세요.

제가 알바의 신이라고 하기까지는 조금 쑥스럽지만, 보드에 대해서 만큼은 자신있어요. 평소에는 간소화된 형태의 스케이트보드인 롱보드를 자주 타고 다니기도 해요. 롱보드와 스노우보드가 똑같은 것은 아니지만 보드 타는 것은 누구보다 자신이 있어요. 겨울이 되면 스노우보드를 타러 놀러오세요. 제가 있는 용평리조트로 오시면 우연히 만날 수도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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