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의 자치 공간 속 쓰레기 상황을 알아보다
학생들의 자치 공간 속 쓰레기 상황을 알아보다
  • 이근녕 기자
  • 승인 2015.04.25
  • 호수 14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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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리수거를 비롯한 기본적 의식이 부재

 

 

지난 20일 창의인재원 미화원이 쓰레기통의 비닐봉지를 꺼내 분리수거를 하고 있다.

 

본지 기자는 자치 공간의 쓰레기 처리 상황을 알아보기 위해 기숙사와 학술정보관, 학생복지관을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관찰했다. 지난 19일 일요일 밤 11시 ERICA캠퍼스 창의인재원 서관의 쓰레기통에서는 쓰레기가 넘쳐나고 있었다. 쓰레기통 주변에는 학생들이 외부에서 배달을 시켜 먹은 치킨과 피자 상자들이 널브러져 있었으며 치킨과 함께 배달 온 절인 무의 악취가 진동했다. 또한 컵라면 용기들도 눈에 띄었다. 컵라면 용기는 스티로폼 혹은 종이로서 분리수거가 가능하지만 학생들은 쓰레기통에 버렸다. 실제 쓰레기통 속 쓰레기의 약 70~80%는 분리수거가 가능한 페트, 종이팩, 알미늄 캔류, 스티로폼 등이었다. 만약 분리수거가 가능한 물품들을 분리수거함에 잘 정리해서 버렸다면 쓰레기통이 넘치지는 않았을 것이다.

창의인재원의 미화원들은 월요일부터 토요일 오전까지 근무한다. 그들이 퇴근한 토요일 오후부터 월요일 아침까지는 분리수거나 청소를 하는 사람이 없기에 앞서 묘사한 일요일 밤 기숙사 내 풍경은 흔한 일이다. 이전에 창의인재원 미화원들은 금요일 오후까지 근무하고 주말에는 휴무했다. 하지만 최근 학생들이 금요일 밤에 배달 음식을 시켜먹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그에 따른 쓰레기를 정리하기 위해 미화원들의 근무를 토요일 오전까지 확대했다.
 
지난 20일 월요일 아침 8시쯤 창의인재원의 한 미화원은 크게 심호흡을 한번 하고 쓰레기를 꺼내 분리작업을 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우선 쓰레기통의 비닐봉지에서 분리수거가 가능한 쓰레기를 꺼내 여러 개의 비닐봉지에 종류별로 분리해 넣기 시작했다. 쓰레기를 꺼내 정리할 때마다 마시다 남은 음료수와 먹다 남은 치킨의 절인 무 국물이 조금씩 바닥에 흘러나왔다. 그런 미화원들의 분리수거 작업 및 쓰레기 정리는 아침 8시에 시작해 오전 10시가 넘어서야 마무리가 됐다.

월요일 오후 창의인재원의 미화원들과 면담을 하는 시간을 가졌다. 면담 중 미화원들은 “창의인재원 계단에 담배꽁초는 보이기 일쑤고 소변 심지어 대변을 보는 경우까지 있다”라며 “금연과 같은 기본적인 규칙은 물론이고 더 이상의 엽기적인 행각은 보기 싫다”라고 다들 입 모아 말했다. 한 미화원은 “학생들이 기숙사 정수기 배수구에 컵라면 건더기를 들이부어서 배수구가 막힌다”라며 “라면 국물과 건더기는 화장실 변기에 버려야 한다”라고 처리 방법을 제시했다.

몇몇 학생들은 주말에 쓰레기통의 쓰레기가 넘치는 것을 막기 위해 추가로 쓰레기통을 증설하는 것이 불가능한지 의문을 가졌다. 이에 대해 이경태<총무관리처 관재팀> 과장은 “기숙사 각 층 방들의 문과 문 사이의 간격과 학생들의 이동 범위를 고려하다 보니 더욱 증설하기가 힘들다”라며 “기숙사 내에 새로운 종류의 쓰레기통을 놓는 것에 대해 미관상, 재정상 힘든 부분이 많다”라고 학교 측의 사정을 설명했다.

기숙사 외에 자치공간은 어떠한 상황에 처했는지 알아봤다. 우선 ERICA캠퍼스 학술정보관의 쓰레기통 또한 분리수거가 되지 못한 모습을 보였다. 학술정보관 2층 휴게실의 쓰레기통 속에 컵라면 용기와 알루미늄 캔 등 각종 쓰레기가 정리되지 못한 채 놓여있었다. 한 미화원은 “스터디룸과 열람실에서 발생한 쓰레기들은 간단히 정리할 수 있다”라며 “다음 사용할 사람을 위한 배려가 학생들 사이에 자리 잡힌 하나의 문화가 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학술정보관의 스터디룸과 열람실에는 물 외의 음식물은 반입할 수 없지만 실제 많은 학생이 외부음식을 반입하기도 했다. 학술정보관 미화원들의 말에 의하면 열람실에서 소주병과 담배꽁초가 한 학기에 한 번 정도 나온다고 말했다. 학술정보관의 미화원들은 학생들을 위해 학술정보관 2층과 4층 열람실 입구에 학생들의 건의·불만사항을 작성할 수 있는 게시판을 준비했다. 학술정보관의 한 미화원은 “교내 인터넷 게시판에 불만사항을 작성하기보다는 설치해놓은 게시판을 이용해줬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ERICA캠퍼스 학생복지관 3층의 쓰레기통 속 쓰레기도 넘치고 있었다. 지난 4월 셋째 주 주말에는 많은 학생이 중간고사 공부를 하기 위해 복지관 내에 상주하듯이 시간을 보내고 있었고 그러한 과정에서 많은 쓰레기가 발생한 것이다. 하지만 학생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쓰레기 더미 위에 쓰레기를 계속 올렸고 분리수거를 하는 과정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교내 종합 쓰레기 집하장에 근무하는 미화원은 “학생들의 부족한 분리수거 의식으로 분리수거가 가능한 쓰레기 중 거의 절반이 소각돼버린다”라며 “이러한 상황은 국가적인 큰 손실이다”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쓰레기 집하장 미화원은 “많은 양의 쓰레기가 배출되는데, 분리수거만 잘 돼도 배출되는 쓰레기양이 절반으로 줄어들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공노섭<총무관리처 관재팀> 청소반장은 “소수의 학생이 다른 사람들을 더욱 생각하고 신경을 써서 쓰레기를 버려줬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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