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 다리, 혹은 족쇄
휠체어, 다리, 혹은 족쇄
  • 최정윤 기자
  • 승인 2015.04.25
  • 호수 14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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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권 확보 여부에 따라 제한되는 공간 범위

 

 

① 한양대의 장애복지 실태
②‘이동권’의 확보와 나아가는 대학사회의 미래
한양대학교는 최근 국립특수교육원 주최 ‘장애대학생 교육복지 지원 실태 평가’에서 우수 대학으로 선정됐다.  평가 항목은 △교수·학습 △선발 △시설·설비이다. 여기서 한양대학교는 교수·학습 평가의 하위 항목 중 하나인 △선수강신청 지원프로그램 △장애학생에 대한 학습지원 현황 등에서 만점을 받을 수 있는 요건을 갖추고 있다. 한양대는 수강신청 기간에 장애학생들에게 먼저 수강신청을 할 수 있는 선수강신청 제도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수강할 과목 강의실을 이동 가능한 곳으로 배정해야하거나 시각장애 학생용 교재와 자료를 미리 타이핑해야 할 경우를 대비하기 위함이다. 장애학생 선발 전형과 입학 후 장애학생 관리에 대한 △장애학생 특별전형 △적응 오리엔테이션 실시 지표에서도 높은 점수를 취득할 수 있다. 장애학생지원센터에서는 입학생들을 위한 상담센터는 물론 취업 지원을 위한 MOU체결과 멘토링 프로그램 등을 실시하고 있다. 실제로 한양대는 교수·학습에선 최우수 대학으로, 선발에서는 우수대학으로 평가됐다.



시설 및 설비 부분은 우수 대학으로 선정되지 못했다. △계단 △수동이동 편의시설 설치 현황 △주출입구의 접근성 △화장실과 같은 위생시설에서 일부 점수가 차감됐을 것이다. 건물이 낡아 주로 이용되는 건물의 출입구가 타인의 도움이 없이는 접근이 용이하지 않다는 점이 주요 원인이다. 주출입구와 연결 접근로의 진·출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경사로를 설치해 높이 차이를 제거했지만 이러한 부분이 해결되지 못한 건물이 있다. 바로 학생회관이다. 출입이 자유로운 출입구는 장애인에게 이동의 자유와 안전을 제공해 준다. 유효폭 및 활동공간은 휠체어를 타는 학생들에게 특히 중요한데, 출입문의 통과 유효폭은 최소 85cm 이상이어야 하며, 출입문 전후의 휠체어 회전공간(활동공간)은 여닫이문의 경우 열리는 쪽의 깊이 150cm 이상, 반대쪽은 120cm 이상이 확보돼야 한다. 그 외에 장애인 화장실의 설치 또한 미흡했다. 우수의 기준이 전체 건물 층수의 50%에 장애인화장실을 설치해야 하는 반면, 한양대학교는 남·여 공용으로 설치된 건물이 다수이며 학생회관과 같이 비교적 낡은 건물은 장애인 화장실이 없다. 이런 시설의 미비는 장애학생들이 생활을 하면서 겪는 불편함 중 하나이다.

시설적인 측면만큼 학생들을 힘들게 하는 것은 다름 아닌 언덕에 위치한 캠퍼스 지형이다. 이유진<인문대 국어국문학과 13> 양은 재작년 한양대학교에 입학했다. 이 양이 한양대에 합격하고 가장 먼저 알아본 것은 지형이다. 그녀는 지체장애인이기 때문이다. 완만한 언덕을 예상했으나 이 양을 맞이한 한양대의 언덕은 그녀의 예상 밖이었다. 캠퍼스 곳곳이 가파른 경사였던 것이다. 이 양은 첫날 너무 당황스러운 나머지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이 양은 학교 생활을 하는데 있어 밥 먹기가 가장 힘들다고 전했다. 학교 근처의 식당을 가더라도 턱이 있어 들어갈 수 없고, 학식의 경우에도 식판을 직접 받아서 먹어야하기 때문에 불편함을 피해 편의점 음식을 찾게 된다고 했다. 학생 식당의 편리함은 엘리베이터의 유무에 따라 결정된다.  한양플라자에 있는 학생식당은 엘리베이터가 없어 1층에서 접근이 불가하다. 따라서 사회대 언덕에서부터 내려오는 경사를 따라 4층으로 접근하는 방법이 유일하다. 하지만 휠체어를 타는 장애학생들은 이 경로를 피한다. 건물의 진입을 위해 우측으로 돌 때, 가파른 경사 때문에 급한 회전이 발생한다. 이 때, 바퀴가 돌아가면서 휠체어는 방향을 잃고 쓰러질 위험이 있다. 가파른 경사로에서 우측으로 회전할 때 원만한 회전을 위해 크게 돌아 회전하는 것은 불가하다. 그만큼의 회전공간이 확보되지 않기 때문이다.

의도적으로 피하는 건물도 있지만, 가고 싶어도 가지 못하는 건물도 있다. 강수정<자연대 화학과 14> 양은 중앙동아리에 가입하고 싶었지만 시도하지 못했다. 강 양은 “봉사 동아리나 연극 동아리를 해보고 싶었지만 다른 학생만큼 활동을 하기엔 무리가 있을 것 같아 생각만하고 포기했다”라고 전했다. 또한 그녀는 유학생들이 한국 생활에 적응하도록 도와주는 멘토 기구인 ‘한밀레’에서 활동하고 싶었지만 이 역시 포기했다. 중앙동아리는 한양플라자나 까치골에 모여 있다. 하지만 이 두 건물은 계단을 통해서만 접근할 수 있다. 한밀레 역시 학생회관 2층 국제존(International Zone)에 위치해 있다. 학생회관은 엘리베이터가 없는 한양대의 대표적인 건물 중 하나다. 휠체어를 타는 학생은 접근이 일체 불가하다.

이런 문제에 대해 장애학생인권위원회는 한양플라자나 학생 자치공간이 밀집된 학생회관의 리모델링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서울캠퍼스 장애학생인권위원회장 김희진<경금대 경제금융학과 14> 양은 “빠른 시일 내에 개선이 가능한 것은 장애학생인권위원회와 장애지원센터가 함께 협의해 즉각적으로 해결해 나가지만 대대적인 편의시설 설치나 리모델링은 장기간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눈에 보이는 효과를 단기간에 실감하긴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다음 연재에선 ‘이동권’이라는 개념의 위치, 그리고 현재 한양대가 문제 개선을 위해 모색하는 방향을 분석합니다.

최정윤 기자 susan0827@hanyang.ac.kr
사진 성기훈 기자 misha0807@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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