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강,너 사용법
공강,너 사용법
  • 이근녕 기자, 김예진 수습기자, 이영선 수습기자
  • 승인 2015.04.25
  • 호수 14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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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보다 더 바쁘게, 더 치열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 그중에는 학점과 스펙에 치여 사는 바쁜 대학생들이 있다. 그런 대학생들은 수업 사이의 공강 시간까지 알차게 활용한다. 공강이란 수업과 수업 사이의 비어있는 시간을 의미한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이러한 공강 시간에 밥을 먹거나 도서관에 가서 시간을 보낸다. 그런 도중에 자신의 취미생활을 하거나 이색적으로 공강 시간을 활용하는 알찬 친구들을 만나봤다.

학교에서 즐기는 작은 영화관
김벼리<예체대 연극영화학과 14> 양
저희는 학과 특성상, 매 학기 영화 제작을 해요. 그런데 학기 중에 영화를 제작할 때에는 시간이 별로 없고 수업이 끝나면 다들 피곤함에 지쳐있기 때문에 공강 시간을 많이 활용하려고 노력해요. 촬영의 전반적인 부분에 대해 논의하는 스태프 회의라던지, 배우들이 시나리오를 보며 대사를 맞춰보는 배우 리딩 등 짧게 끝날 수 있는 것들은 서로의 공강 시간을 조율해 시간을 맞추곤 해요.
만약 시간이 안 맞거나 일정이 없는 날엔 저만의 방식으로 공강 시간을 보내요. 백남학술정보관 1충 전자 정보 검색실에 가면 한쪽 구석에 영화 DVD 들과 다양한 시청각 자료들을 볼 수 있게 해놓은 공간이 마련돼있어요. 꽤 최신 영화부터 고전영화까지, 생각보다 종류도 다양해요. DVD를 볼 수 있는 컴퓨터 화면도 크고 의자도 편하기 때문에 보고 싶은 영화를 골라서 보다 보면 공강 시간이 금방 지나가더라구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는 '라이프 오브 파이'라는 영화인데 그것 또한 공강시간에 봤던 영화 중 하나에요. ‘라이브 오브 파이’ 영화의 다채로운 색감과 활동적인 동물을 보고 있으면 한 편의 동화를 보는 듯한 기분이 들어요. 나아가, 이 영화를 통해 서로 다른 것에 대한 공존의 가치를 생각할 수 있었고, 자아성찰의 시간도 가지게 됐어요. 물론 공강 시간에 공부하는 것도 좋지만 이러한 취미생활을 즐기는 것도 좋다고 생각해요. 훗날 제 대학생활을 떠올려 봤을 때, 보다 여유롭고 나름 보람찬 대학생활이었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요? 주변 친구들을 보면 도서관은 많이 이용하지만 전자 정보 검색실을 아는 친구는 드물어서 아쉬운 마음이 커요. 다들 공강 시간을 활용해 전자 정보 검색실에 한번 와보시면 그 매력에 푹 빠지실 것이라 자신해요.

공강 시간의 웃음 세레나데
최여진<음대 피아노과 15> 양
저는 피아노를 전공하는 음대생이에요. 그래서 공강 시간엔 음대 연습실에서 피아노 연습을 해요. 연습실엔 두 대의 피아노가 있어 동기와 함께 자주 피아노를 치곤 합니다. 이렇게 시간을 보내면 같은 학과 동기들 26명과 가족같이 가까워질 수 있어요. 또 다른 이점은 공강시간을 활용해 시험에 대비할 수 있다는 점이에요. 피아노과 시험은 6월과 11월에 두 차례로 진행돼요. 이 시험은 교수님들 앞에서 혼자 피아노를 치며 평가받는 형식이에요. 그런 만큼 철저히 대비해야 하기에 공강 시간의 연습을 통해 열심히 준비하고 있어요.
피아노를 30분 치는 것은 춤을 20분 추는 것과 같은 정도의 칼로리가 소모될 만큼 체력적으로 힘들어요. 특히 여름에는 피아노 연습 시간이 30분을 넘기기도 전에 몸이 땀으로 범벅되기 일쑤에요. 예술고등학교를 다니던 시절에는 개인 연습실과 에어컨을 사용할 수 있었어요. 하지만 대학교 연습실에는 선풍기만 있는 것 같아요. 선풍기로는 더위를 해결할  수 없을 것 같아 다가올 여름이 걱정이네요.
하지만 연습이 힘들기만 한 건 아니에요. 연습실에선 재미있는 일도 정말 많이 생겨요. 연습실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인터넷으로 예약을 하고 열쇠를 받아야만 해요. 만약 그 열쇠를 잃어버리면 벌점을 받고, 그 벌점이 축적되면 일정 기간 연습실을 사용할 수 없어요. 그런데 얼마 전 한 친구가 그 열쇠를 피아노 관 깊은 곳에 빠뜨렸어요. 다음 이용자가 선배라서 혼날까 봐 근처 편의점에서 빨대와 숟가락, 나무젓가락 등을 이용해 긴 젓가락을 만들어 열쇠를 건졌어요. 다행히 별문제 없이 잘 해결돼서 안심했지요. 그리고 또 한번은 같은 과 선배가 갑자기 연습실 창문으로 몰래 들어온 적이 있었어요. 왜냐고요? 그냥 심심해서라고 하더라고요. 이렇게 연습하다 보면 소소하게 재미있는 일이 많아서 하루에도 몇 번씩 웃는 것 같아요.

시간을 멈추고 여유를 주는 카메라
이병곤<언정대 신문방송학과 08> 군
평소 저는 틈만 나면 카메라를 짊어지고 밖을 돌아다녔어요. 사진을 찍는 것이 저 자신만의 힐링 수단이자 아름다운 장면을 여유롭게 감상할 수 있는 시간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일부러 수업을 한 요일에 몰아서 수강신청을 해 공강 시간을 만들기도 했어요. 그 때문인지 날씨 소식에 더욱 민감하기도 했고 우천이나 황사 등으로 외출이 힘들어질 때면 아쉬움이 더욱 컸어요.
기억할 만한 많은 장면이 있었지만 제가 사진을 찍으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소는 바로 우리학교 캠퍼스였어요. 봄의 벚꽃, 여름의 푸른 잎사귀, 가을의 떨어진 낙엽, 마지막으로 겨울의 흩날리는 눈발 등 사계절의 변화를 똑같은 구도로 담았던 순간에 우리 학교와 자연이 전해준 다채로움에 더욱 감사한 마음이 들었어요. 
또 다른 경험으로는 지난해 겨울에 ERICA캠퍼스 창의인재원 뒤편 언덕에 샛길이 있는데, 그 샛길을 우연히 걷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시간이 나던 어느 날에 한번 가봤어요. 그 샛길은 다른 사람들이 오지 않아 조용했고 밤하늘에 별도 잘 보였어요. 그래서 새벽에 영하 15도의 추위에서 별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2시간 정도 애썼던 경험도 있어요. 물론 잘 찍힌 사진이 주는 뿌듯함도 있었지만, 그러한 과정을 준비하고 노력했던 경험이 더욱 값지다고 생각해요.
최근에는 캠퍼스 내 벚꽃 축제가 열려서 같은 학과 후배와 함께 카메라를 들고 갔어요. 저는 후배에게 DSLR 카메라 사용법을 알려주고 예쁘게 꽃 사진을 찍는 법에 관해서도 설명해줬어요. 벚꽃 촬영을 하며 카메라가 주는 여유와 자연을 둘러보는 시간을 다시 가지게 돼 더욱 즐거웠어요. 다른 분들도 공강 시간에 저처럼 교내를 돌아다니며 다양한 장면을 담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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