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가하는 심폐소생술 메디키퍼
마음에 가하는 심폐소생술 메디키퍼
  • 성기훈 기자
  • 승인 2015.04.04
  • 호수 14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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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키퍼 3기 대표 서상훈 씨를 만나다

‘33분에 한 명’ 현재 우리나라에서 일어나는 자살 발생 수치다. 지난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들은 하루 평균 40명에 달했다. 국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자살 사망률 1위를 매년 기록하는 일 또한 이제는 너무 익숙해져 버렸다. 정부에서는 국민들의 자살을 막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자살률은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에 우리나라 의대생들이 자살예방활동을 하겠다며 ‘메디키퍼(medical gatekeeper)’를 설립했다. 메디키퍼는 자살 위험 대상자를 조기에 발견해 전문기관의 상담 및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연계하고 지속적으로 관리 및 지원하는 ‘게이트키퍼(gatekeeper)’의 역할을 하는 전국 의대생들을 지칭하는 말이다. 메디키퍼는 2013년 1기가 출범된 지 2년이 지나 현재 3기가 활동 중이다. 한양대학교에 재학 중인 서상훈<의대 의학과 12> 군은 현재 메디키퍼 3기 전국대표이다. 그는 약학과를 전공하고 약사로 활동하던 중 환자들에게 직접 다가가 도움을 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지난 2012년, 26살이란 늦은 나이로 한양대학교 의학과에 입학했다. 인터뷰는 지난달 31일 한대신문에서 진행됐다.

늦은 나이, 꿈을 위한 도전
상훈 씨는 원래 약대를 졸업하고 약사로 활동하던 사회인이었다. 약사로 활동하며 많은 환자에게 약을 처방하던 중 환자들을 직접 마주하며 좀 더 가까이에서 도와주고 싶다고 생각해 의대에 진학하기를 결심했다.
서상훈 씨(이하 서): 의대에 진학할 때 나이가 26살이었는데 고민을 많이 했어요. 부모님에게 꿈 얘기를 하는 것도 두려웠고 나이와 경제적인 면도 걱정이 됐죠. 그런데 오히려 부모님께서 지지해 주셨어요. 가족들 덕분에 용기를 갖고 더욱 절실하게 공부했어요.
그는 의대 진학 전에도 일반 대학 졸업생으로 게이트키퍼 활동을 했고, 의대에 입학한 후에는 일 학년 말에 메디키퍼에 가입했다. 당시 서울 지역 안에는 교육 팀과 길거리 캠페인 팀을 비롯해 여섯 개의 팀이 있었는데 서상훈 씨는 행복 팀에서 팀장을 맡았다. 활동을 시작한 지 1년 후, 현재 그는 메디키퍼 전체 대표다.
서: 행복 팀은 2기 때 새로 만들어진 팀이에요. 메디키퍼가 사람들의 자살을 예방하기 위해 만들어진 조직인데 그러기 위해서는 회원들이 먼저 행복해야 된다고 생각했어요. 당시 우리는 메디키퍼 회원들의 행복을 책임지는 역할을 맡았답니다. 행복은 주관적인 것이기 때문에 고민을 많이 했어요. 행복 팀은 회원들의 고민을 듣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시간을 갖기도 하고 삶과 죽음에 관한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통해 행복의 기준을 알아가기도 했어요. 단체의 대표가 된 건 운이 좋았다고 생각해요. 메디키퍼 대표는 본인이 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으면 그 사람 중에서 추천을 받는데 제가 ‘10대, 20대와 노인층의 자살예방’이란 비전이 적합한 사람이라 평가돼 대표가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메디키퍼와 3기 대표 서상훈
디키퍼는 의대생연합에서 자살예방을 희망하는 의대생들이 조직한 NGO 단체로 각 학교 의대 교수들의 후원을 받아 시작했다. 현재 메디키퍼는 전국 9개 지부의 361명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전국에 걸쳐 조직이 이루어져 있다 보니 의사소통이 잘 이루어지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서상훈 씨는 그 과정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고 한다.
서: 좋은 취지로 시작한 만큼 잘해보자는 생각으로 격주마다 지역을 돌면서 활동 피드백을 하며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메디키퍼 대표를 하면서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서로 도와주고 응원해주는 과정에서 큰 자신감을 얻었답니다. 하지만 생각했던 일들이 안 풀리거나 학교마다 시험 기간이 달라 모일 기회가 적은 건 걱정이에요. 차차 풀어나가야 할 문제죠.

디키퍼는 2013년 1기 활동을 시작으로 매년 다른 비전으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메디키퍼 3기는 약 6개월간의 활동 기간이 남아있다.
서: 1기는 처음 만들어졌기 때문에 우리나라 자살률의 실태를 고발하고 자살이 예방 가능한 것이라는데 초점을 맞췄어요. 2기 같은 경우는 메디키퍼의 규모가 커지면서 내실을 다지는 단계였다고 봅니다. 이번 3기는 비전과 더불어 자살이 삶의 의미나 희망이 감소하는 데서 시작되는 거라 판단하고 삶의 희망을 고취할 수 있는 활동을 하려 노력하고 있어요. 3기 때 우리 사회의 주 자살계층인 독거노인 분들의 자살 예방을 위해 새로 senior 부를 설립했답니다. senior 부는 노인분들을 위해 말벗봉사와 아직 부족하지만 예비의사로서 배운 범위 안에서 의료적 도움을 드리고 있어요. 또 매주 연락을 드려 외롭지 않다는 걸 인식시켜 주려 노력합니다. 이 활동이 3기 활동 중에 이룬 가장 큰 성과라 생각해요.

마음의 문을 여는 법
상훈 대표에 의하면 자살 고위험군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특징이 있다고 한다. 그는 자살 위험자들의 징후를 파악하고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에게 관심을 전해주면 우리 사회의 누구나 게이트 키퍼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서: 통계적으로 자살한 사람의 75% 정도가 주변 사람에게 자살을 암시하는 의미심장한 말이나 행동을 보인다고 해요. 또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겠지만 입증된 얘기로는 평소에 불안하고 초조하던 사람이 갑자기 평온해 보이거나 주변 사람에게 지나치게 잘해준다면 자살을 의심해 봐야 한다고 해요. 혹시 주위에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에게 중립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이 가장 좋아요. 그릇된 생각이라고 치부해버리거나 지나치게 잘 될 거라 단정 지어버리면 자살 위험 대상자는 상대방이 자신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고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에요. 그 친구의 가족이나 친한 친구에게 그가 자살을 생각하고 있음을 알려서 대응할 수 있도록 전하는 것도 도움이 되지만 우리 같은 일반인은 전문가가 아니니 상황에 따라 전문가와 연결해 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누구나 자살에 대해 한 번쯤은 생각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힘든 일이 있으면 그 상황에서 밝은 미래가 있을 거라는 생각이 줄어들기 때문에 객관적으로 상황을 보기가 어렵다는 것은 알지만 조금만 더 마음의 평정을 찾고 다른 누군가와 함께 긍정적인 방법을 모색해 봤으면 좋겠어요.

살이란 무거운 주제의 활동에서 서상훈 씨를 비롯한 메디키퍼 회원들은 우리나라의 자살률을 낮추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이날 인터뷰의 마지막 질문은 서상훈 대표의 10년 뒤 모습이었다.
서: 아무래도 10년 뒤에는 원하던 의사가 돼 의료 활동을 하고 있을 것 같아요. 잘 사는 것만큼 잘 죽는 것도 중요하다 생각하기 때문에 호스피스 쪽에서 일 할 생각이에요. 죽음의 문턱에서 편안하게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도와 주는 것도 의사의 역할이라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신체와 정신이 건강한 상태에서 살다 죽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환자들이 편안하게 죽음을 맞이할 수 있게 도와주는 의사가 되고 싶어요. 의대에 진학할 때의 초심을 떠올리면서 환자들에게 울림 있는 의사가 되겠다고 늘 다짐해요. 인간적으로는 가까운 사람부터 챙기는 사람이 되고 싶은데, 특히 직장 때문에 가족과 주위 친구에게 소홀해지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지막으로 그는 “메디키퍼와 같은 게이트키퍼 단체가 있다면 함께 협력해서 활동의 범위를 넓히고 싶다”라며 관련 단체나 기관과의 협력적 관계를 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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