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대학교 학생들의 소통 창구
한양대학교 학생들의 소통 창구
  • 송유정 기자
  • 승인 2015.04.04
  • 호수 14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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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숲’과 ‘대신 전해드립니다’의 모든 것

좋아요’가 9천여 개에 달하는 한양대학교 대나무숲은 매일 새로운 제보들을 게시해 학생들이 소통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고 있다.

페이스북에 한양대학교를 치면 가장 먼저 나오는 페이지 중 하나는 바로 ‘한양대학교 대나무숲’(이하 한대숲)과 ‘한양대학교 대신 전해드립니다’(이하 한대전)이다. 현재 서울캠퍼스에는 한대숲과 한대전, ERICA캠퍼스에는 ‘한양대 에리카 대신 전해드립니다’(이하 한에전)라는 페이지가 개설돼 있다. 한대숲은 팔로워 수가 9천 2백 여 명이고, 한대전은 3천여 명, 한에전은 5천여 명에 달한다. 하루 평균 제보 수는 보통 25~30여 건 정도다.

페이지들의 운영자는 익명의 한양대학교 학생들이다. 페이지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위해 익명의 일반 학생들로 구성된 운영진들은 학생들의 제보를 취사선택해 약간의 편집, 수정을 거치거나 페이스북 메시지를 캡쳐해 가감 없이 학생들에게 보여준다. 이에 학생들은 댓글로 제보에 대한 의견을 개진하는 방식으로 페이지가 운영된다.

이런 ‘대신 전해드립니다’나 ‘대나무숲’은 비단 한양대학교에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각 학교마다 해당 학교의 학생들이 직접 운영하는 페이스북 페이지가 인기를 끌고 있다. 타 학교 학생인 김수진<성신여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14> 양은 “우리 학교는 물론 근처에 있는 학교의 대나무숲 페이지까지 구독하는 편”이라며 “타 학교 학생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무엇이 이슈가 되는지 궁금해 ‘좋아요’를 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실제로 ‘대나무숲’이나 ‘대신 전해드립니다’와 같은 페이지들이 학생들에게 미치는 파급력은 크다. 인기가 많은 게시물들은 좋아요 천여 개, 댓글 3백여 개를 기록하기도 했으며 위생이 좋지 않다는 제보가 올라온 D 음식점에서는 실제로 한동안 매출이 떨어지기도 했다. 친구에 대한 말 못할 고민을 익명으로 올린 게시글에는 공감과 격려의 댓글이 달려 많은 사람들이 ‘힐링’을 하기도 했다. 학교의 평가방식과 수강신청 시스템에 관한 불만에 대해 제보가 들어오면 학생들이 스스로 토론의 장을 열기도 했다.

‘대나무숲’과 ‘대신 전해드립니다’의 운영진에게 페이지들이 인기를 얻는 이유를 묻자 한대숲은 “정말 친한 친구에게도 털어 놓기 힘든 고민을 제보 시스템을 이용해 익명으로 제보하고, 학우분들께서 고민에 대해 좋은 답변들을 많이 남겨 주기 때문에 선순환 작용이 일어나는 것 같다”라고 답했다. 한에전은 ‘타 학우들과의 소통이 가능하다는 점’을 매력으로 꼽았다. 덧붙여 한에전의 운영자는 “특정한 제보만을 취사선택하는 다른 커뮤니티와 달리 거의 모든 제보를 올리기 때문에 학교 내의 잡다한 정보를 얻고 싶은 학우들이 페이지를 찾는 것 같다”라고 전했다. 한편 타 학교 성신여대 대숲의 운영진은 ‘맛깔스런 댓글의 힘’을 이유로 들었다. 덧붙여 “댓글들이 재밌고 참신한 경우가 많아 학생들의 좋아요 수도 덩달아 느는 것 같다”라고 답했다.

학생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제보
공통적으로 운영자들이 익명 커뮤니티의 매력으로 꼽았던 것은 ‘공감’이었다. 한대숲에서 최근 가장 인기가 많았던 게시물은 한 학생이 쓴 시로 “시험은 다음주중. 지금은 다 음주중”이라는 단 두 줄의 제보였다. 한에전 역시 “에프니까 청춘이다”라며 자신의 F가 가득한 성적표를 공개한 게시물이 ‘좋아요’ 1만 개를 받는 등 시험기간에 느끼는 힘든 점이나 애인이 없어서 느끼는 슬픔 등을 유머적으로 표현하는 글들과 댓글의 좋아요 수가 상당한 것은 결국 이런 글들이 학생들의 ‘공감’을 살 수 있는 소재였기 때문이다.

익명 커뮤니티를 바라보는 부정적 시각
페이지들은 학생들에게 질타를 받거나 논란을 일으킨 게시물을 게시한 적도 있다. 가령 사실 확인이 정확히 되지 않은 정보를 확인 절차 없이 올리거나, 갈등의 여지가 있는 게시물을 올렸을 때 학생들이 댓글상에서 다툼을 벌인 경우 등이다. 운영진 역시 학생이다 보니 전문성을 완벽히 갖추지는 못한 것이다.

지난 1일에 있었던 ‘언정대 해오름식’에 관련한 제보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일어난 사건이다. 학생들은 '남학우가 여학우의 볼을 건드렸다'는 사실을 과장해 "뺨을 수차례 때렸다"고 제보했고, 학생들은 가해자에게 강한 비난을 쏟아냈다. 운영진은 그 제보가 예상보다 크게 논란이 되자 더 이상의 마녀사냥을 막겠다며 게시글을 삭제하기에 이르렀고 학생들은 사실이 바탕이 된 글을 삭제할 이유가 없다며 비판하는 반응을 보였다.

이와 같은 논란에 대한 대처 방안을 운영진에게 묻자 ‘한대숲’, ‘한에전’, 그리고 성신여자대학교 대나무숲의 운영진은 대부분 빠른 시일 내에 해당 게시글을 삭제하고 피드백하는 방식으로 대응한다고 답했다. 덧붙여 한에전의 운영자는 “논란이 예상되는 제보는 최대한 사전에 거르는 편”이라며 “그래도 학생들 간의 갈등이 발생한다면 해당 게시물을 지우고 사과문을 게시한다”라고 답했다.

또 페이스북 페이지의 특성상 상업화나 상업적 제보에 대한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이에 대해 한에전의 운영자는 “우리 페이지에도 몇 번의 상업적 제의가 들어왔다”라며 “그러나 운영진 스스로 학교 이름을 내걸고 페이지를 운영한다는 책임감을 갖고 운영을 해나가고 있기 때문에 페이지를 상업화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성신여대 대숲의 운영진 역시 “상업화가 들어간 99.9%의 제보를 필터링 처리한다”라고 밝혔다.

이렇듯 익명 페이지에는 종종 문제가 발생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NS상의 익명 커뮤니티가 유행하는 이유에 대해 박성복<언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자신의 신분을 노출시켜야만 하는 오프라인과 달리 온라인에서는 서로의 신분을 모르기 때문에 더욱 더 솔직하고 수평적인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덧붙여 박 교수는 “나에 대한 이미지가 어떨까? 라는 생각을 할 필요가 없이 같은 또래집단 내에서 마음껏 자신의 이야기를 펼칠 수 있는 것이 익명 커뮤니티의 매력”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박 교수는 “익명성은 동전의 양면 같아 악용하게 되면 없는 이야기가 만들어지고 사실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루머가 양성돼 피해자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올바르게 이용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덧붙여 박 교수는 “건전한 익명 커뮤니티가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상호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확인되지 않은 사안을 제보하는 것은 지양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앞으로의 익명 커뮤니티가 지향하는 방향은
‘대나무숲’이나 ‘대신 전해드립니다’의 페이지 운영진들도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대숲 운영진은 “우선 사연을 게시할 때 제보자, 제보에서 나오는 인물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라며 “신뢰성과 정확성을 가질 수 있도록 운영진들이 설정해 놓은 규칙에 부합하는 제보인지의 여부 또한 중요하게 여긴다”라고 답했다.

페이지 운영자들은 모두 자신들의 페이지가 지향하는 방향을 ‘소통’이라고 칭했다. 진심을 담아 사연을 전달하고,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정보를 전달해 학생들 서로간의 소통을 더욱 더 늘리겠다는 의도다. ‘익명성’은 이러한 소통을 부담 없이 하게 만들어 주는 장치가 되는 것이다.

박 교수는 “익명성이라는 매력적인 존재를 잘 활용해 오프라인에서는 하지 못하는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면 그 나이 또래들이 공유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게 될 것”이라며 앞으로 익명 커뮤니티가 나아가야 할 올바른 방향에 대해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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