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는 수많은 책이 있고, 수없이 많은 작가가 존재합니다. 1420호 ‘책’ 섹션을 맞아 사진·미디어부에서는 한양대학교 학생 중 책을 쓴 3명의 작가를 만났습니다. 책의 내용, 겉표지, 제목 등이 완전히 다른 책을 낸 작가들인 만큼 각자의 책을 소개하는 방식도 개성이 넘쳤습니다. 김민준<언정대 신문방송학과 10> 군은 책을 만들게 된 과정을, 염제명<자연대 화학과 07> 군은 책의 주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를, 강기택<언정대 광고홍보학과 09> 군은 책의 내용을 인용해 책을 소개했습니다. 이 기사를 읽은 한대신문 독자들은 반드시 도서관이나 서점에 가서 이들의 책을 찾아 읽어보게 될 것이라 장담할 수 있습니다. 자, 한대신문과 함께 그들을 만나볼까요?
① 벌써 네 권
김민준<언정대 신문방송학과 10> 군
독립출판물은 다소 낯선 개념의 매체였어요. 책의 표지, 디자인, 내용을 기획하는 것에서부터 판매, 배송에 관련한 부분까지 혼자서 진행해야만 했기 때문이죠. 그러나 그 과정에 자발적으로 책 편집을 도와주시고, 홍보까지 해주는 분들이 있었어요. 그렇게 다소 엉성하고 투박하지만 의미 있는 저의 첫 번째 책은 탄생하게 됐죠.
두 번째 시집 역시 독립출판물로 출간했어요. 책을 판매하는 데는 다양한 경로를 이용할 수 있었는데 저는 굳이 직접 문자나 카카오톡을 통해 주문을 받는 방법을 선택했어요. 독자와 작가 사이에 거리를 가장 가깝게 유지하는 것이 독립출판물의 큰 매력 중 하나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반응은 정말 뜨거웠어요. 첫날에만 200권이 넘는 책이 팔렸고 첫 한 달은 밀려드는 주문을 감당하지 못해서 밤을 새우기 일쑤였어요.
저는 일일이 책 뒷면에 사인과 독자의 이름을 적어 드려요. 독자들은 그런 사소한 부분에서 감동을 받아요. 독립출판물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죠. 책 내용도 내용이지만 저는 독립출판물이라는 매체에 대한 저의 적극적인 태도가 책의 성공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다고 생각해요.
두 번째 책을 낸 이후에 다양한 출판사로부터 연락이 왔어요. 저는 단순히 ‘책을 판다’라는 개념보다 ‘좋은 책을 만들자’라는 태도를 보인 출판사와 작업을 하자고 마음먹었어요. 그렇게 세 번째 책도 시집으로 4월 중순에 정식 출판물로 온라인 서점과 전국의 서점에서 유통 및 판매 예정이에요. 현재 네 번째 책에 대한 기획이 시작됐고 여름 동안 유럽에서의 500시간을 담은 여행 산문집이 네 번째 책으로 만들어질 예정이에요.
어떤 사람들은 인스타그램에 글을 쓰고 독자들과 소통하는 시간을 ‘낭비’라고 표현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지금의 저를 있게 한 것이 바로 그 꾸준함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그것을 낭비라고 표현하지 않고 ‘진정한 스펙’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영어 성적이나 자격증이 반드시 그 분야에서의 능력을 보장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그러나 저는 저의 글을 읽어주는 사람이 있고 나는 그들과 소통할 능력이 있음을 증명한 것이라고 생각해요. 글에 대한 ‘꾸준한 관심’이 실력이 돼 저만의 영역을 확장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② 프레젠테이션에 빠지고 싶다
염제명<자연대 화학과 07> 군
프레젠테이션에 한참 빠져 살다 보니 운 좋게 출판사에서 연락이 왔고 프레젠테이션 동아리 원 네 명과 함께 작년 봄에 프레젠테이션 책을 낼 수 있었어요. 기존에 있던 딱딱하고 이론 위주의 책들과 다르게 대학생의 관점에서 대학생이 읽기 쉬운, 대학생의 체험이 담긴 프레젠테이션에 대한 책을 쓰려고 노력했어요.
프레젠테이션은 제 인생을 바꾸었고, 많은 사람을 만나게 해 준 ‘멘토’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에게 그런 존재는 무엇인지 묻고 싶어요.
③ 남녀칠세부터동석
강기택<언정대 광고홍보학과 09> 군
“우리는 젖을 뗐을 때부터
서로의 낭군을 찾았다.
그때는 그게 XX-XY 같은
우주적인 일인지는 몰랐지만.
당신의 애정놀음도
나의 애정놀음도
여운 따위 없이 그냥
할 때 겁나 뜨겁기를”
저는 항상 제 책에 대해 궁금해하시는 분들에게 이 문구를 보여 드려요.
제가 책을 쓰게 된 ‘죽기 전에 꼭 책을 한 번 내보자!’ 라던 생각이 ‘그런데, 언제 죽을지 모르잖아’로 바뀌면서 어줍잖은 책을 만들게 됐습니다. 제 책은 시집인데요, 크게 멱살, 애정놀음, 시쳇말, 시대유감, 뒷덜미라는 소제목으로 이루어져 있어요. 제 시집의 내용은 ‘남녀칠세부터동석’이라는 말로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어요. 제 책의 핵심이죠. 어떤 의미인지 궁금하시죠? 제 책을 읽어보시면 단번에 이해할 수 있으실 거에요. 마지막으로 제 시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시로 ‘카페’라는 작품을 소개해 드릴게요.
카페
햇살의 정면에
앉은 건 나였지만
니가 더 눈부셨다
너를 마주한 채
나는 자꾸 뜨거워
얼음만 깨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