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혼자 산다
난 혼자 산다
  • 정진영 정기자
  • 승인 2015.03.28
  • 호수 14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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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라서 행복한 싱글족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현재 이 말은 유효하지 않다. 혼자가 더 좋다고 외치는 사람들이 보란 듯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0년 15.5%에 그쳤던 국내 1인 가구 비율이 2010년 23.9%로 급증했고, 지난해에는 25.9%까지 증가했다. 다시 말해 국내 4가구 중 1가구가 1인 가구인 것이다. 타인과 관계를 맺으려 아등바등 살기보단 혼자만의 삶을 즐기는 그들을 싱글족(나홀로족)이라 칭한다. 과연 그들은 누구이며, 왜 혼자 되기를 원하는 것일까? 김수철<한양대 평화연구소> 교수의 도움으로 싱글족을 파헤쳐봤다.


당당해진 싱글족
최근 ‘싱글족’ 혹은 ‘나홀로족’이 뜨고 있다. 싱글족 혹은 나홀로족은 ‘탄탄한 경제력과 인터넷 활용 능력을 갖추고 자신들만의 삶을 만끽하며 홀로 사는 신세대 남녀를 말한다. 그들은 결혼이라는 틀에 자기를 맞추기보다 자유와 이상과 일을 더 중요시하며 자유롭고 당당하게 살려는 욕구가 강하다’고 사전적으로 정의돼 있다.
과거에도 싱글은 존재했다. 그런데도 현재 ‘싱글족’이 주목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싱글’을 표방하면서 타인들에게 자신이 싱글임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는 사람의 수가 눈에 띄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김수철<한양대 평화연구소> 교수는 싱글족이 나타난 배경을 △도시화 △여성인권의 신장 △인구 고령화 △인터넷 및 통신수단의 발달의 네 가지로 꼽았다.
첫 번째는 도시화이다. 도시는 인간에게 다양한 여가나 오락거리들을 제공한다. 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을 환경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집 밖으로 한 발자국만 나와도 술집, 영화관, 음식점, 노래방, PC방 등 혼자 즐길 수 있는 것들이 널려있다.
두 번째는 여성인권의 신장이다. 여성이 과거보다 경제활동을 많이 하게 되면서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는 여지가 매우 많아졌다. 그렇다 보니 결혼이 유일한 독립의 방법이라는 인식이 약해지면서 굳이 결혼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더불어 이혼율의 증가도 싱글족이 늘어나는 데 기여했다.
그다음은 인구의 고령화이다. 인간의 기대수명은 의료 기술의 발달 및 삶의 질 향상으로 늘어났다. 점점 오래 사는 인구가 많아지다 보니 황혼 이혼이나 사별 등의 이유로 혼자 사는 사람들이 많아지게 된 것이다. 사별과 같이 의도적으로 혼자가 된 것이 아닌 경우를 제외하고, 황혼 이혼처럼 자발적으로 자신의 삶을 찾으려는 경우도 싱글족에 해당한다.
마지막으로 인터넷 및 통신수단의 발달 측면이 있다. 과거 텔레비전이 등장하기 전에는 마을의 공동체 생활을 지향하던 사람들이 텔레비전의 등장과 확산으로 공동체보다는 집에서 텔레비전을 보며 여가를 즐기는 개별화 현상이 나타났다. 최근에는 인터넷이 등장하면서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다양해졌고, 텔레비전의 등장으로 나타났던 개별화를 넘어 혼자 지내는 싱글이 증가했다. 또한 소셜미디어(SNS)의 활발한 사용은 싱글족의 확산에 더욱 큰 영향을 미쳤다.
이에 덧붙여 김 교수는 “싱글족 현상이 나타나는 배경에만 관심을 기울일 것이 아니라 그 현상이 전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싱글족이 늘어나는 현상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북유럽과 미국, 일본 등 도시가 매우 발달하고, 통신환경이 좋은 국가들에서 나타나고 있고 있다. 이로써 선진국의 도시는 혼자 살아도 외롭지 않은 곳이 됐다.

활발한 소비자, 싱글족
싱글족은 혼자 여가생활을 즐기며 자신을 가꾸고 풍요롭게 하는 데에 쓰는 돈이라면 아끼지 않는다. 김 교수는 “싱글족은 혼자 살다 보니 집에만 있기보다는 외부활동이 많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외식 사용비가 많고, 문화 활동 안에서도 싱글족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다”라며 “굉장히 활발한 소비자이기 때문에 그들을 타겟으로 한 상품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싱글족을 타겟으로 한 상품들에는 대표적으로 어떤 것들이 있을까? 제품군을 간단히 가전제품, 방송, 식품, 주거의 네 가지로 나눠 살펴봤다. 가전제품에는 혼자 사는 사람들을 위한 맞춤형 크기의 소형 드럼세탁기와 미니냉장고가 있다.
또한 싱글족을 소재로 다룬 방송에는 대표적으로 ‘나 혼자 산다’와 ‘냉장고를 부탁해’가 있다. ‘나 혼자 산다’는 말 그대로 혼자 사는 연예인들의 일상생활을 다루는 방송이다. 또 ‘냉장고를 부탁해’는 혼자 사는 연예인들의 냉장고를 그대로 가져와 냉장고 속에 있는 재료로 요리를 하는 프로그램이다. 셰프들이 일반인들도 쉽게 따라할 수 있는 창의적인 레시피를 만들어 소개하기 때문에 싱글족들에게 유익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식품에는 싱글족들이 먹기 좋도록 ‘1인분’을 판매하는 흐름이 생겨나고 있다. 대표적으로 엔제리너스의 1인 빙수나 이마트의 990원 코너가 있다. 1인 빙수는 이름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항상 여러 명이 시켜먹던 빙수의 개념에서 벗어난 혼자서도 먹을 수 있는 빙수이다. 또한, 990원 코너는 한 사람이 해먹을 수 있을 만큼씩의 양을 포장해서 판매하는 코너를 말한다.
마지막 주거에는 소형 오피스텔과 원룸 포장이사가 대표적이다. 소형 오피스텔은 대학생과 직장인이 대거 분포하는, 소위 말하는 2호선 라인에 1,500실이 새로이 공급되고 있다. 혼자 이사하기 어려운 싱글족들을 위해 저렴한 가격으로 이삿짐 포장?입주청소?에어컨이나 TV 설치를 도와주는 포장 이사업체들도 등장했다.
김 교수는 싱글족의 전망에 대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닌 복합적인 요소들이 작용해 나타난 현상들이기 때문에 싱글족들은 유지되거나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정진영 기자 jjy319@hanyang.ac.kr
도움 : 김수철<한양대 평화연구소>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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