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과자 먹듯이 문화를 누려라
[문화]과자 먹듯이 문화를 누려라
  • 장예림 기자
  • 승인 2015.03.28
  • 호수 14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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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게 즐기는 방법, 스낵 컬처

우리는 지하철에서 혹은 걸어가면서 웹툰, 뮤직비디오, SNS상에 올라오는 짧은 동영상 등을 즐겨본다. 이렇게 자투리 시간에 문화생활을 즐기는 현상을 ‘스낵 컬처’라 말한다.
이 현상에 대해 논문 「스낵 컬처 이용 동기와 이용 행태에 관한 연구」에서는 ‘국내 스마트 폰 사용자의 94.2%가 모바일 영상 서비스를 이용,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여 문화를 소비하는 상황에서 짧은 동영상 중심의 웹 모바일 콘텐츠가 각광받을 것을 예상케 했다’고 언급했다.
이에 우리 학교 학우들의 모바일 서비스 이용 행태를 알아보기 위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76.4%가 모바일을 이용한다는 결과가 나타났다. 모바일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는 이 스낵 컬처 현상은 무엇일까?

작은 디지털 기기의 반란
스낵 컬처는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즐길 수 있는 스낵처럼, 출퇴근 시간이나 점심시간 등 10∼15분 내외로 간편하게 문화생활을 즐기는 라이프스타일 또는 문화 트렌드를 말한다(네이버 지식백과). 사전적 정의에 덧붙여 박기수<국문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사실 스낵 컬처는 스마트 기기에 한정시켜야 한다”라며 “시간성과 이동성이 좋아서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문화가 스낵 컬처인데, 이 조건을 만족시키는 것은 스마트 기기다”라고 말했다.
스낵 컬처는 인터넷이 발전된 2000년대 초반부터 스마트 기기가 보급·확산된 2010년대까지 자신이 중심이 돼 즐기는 문화가 총 10년 간 학습·축적돼 등장했다. 박 교수는 “인터넷이 발전하면서 즐길거리들이 많아졌고, 더 가볍고 재밌는 즐길거리를 찾는 시기와 스마트 기기가 보편화된 시기가 딱 맞춰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스낵 컬처를 「대한민국 콘텐츠 산업, 2015년을 전망하다」라는 보고서에서 올해를 이끌 10대 문화 콘텐츠라고 전망했다. 이렇게 스낵 컬처가 주목받는 원인으로 △네트워크성 △대중성과 즉각성 △오감의 자극성 세 가지로 분석된다.
첫 번째 네트워크성의 측면이 있다. 자신이 직접 콘텐츠를 보고 확산시키기도 하면서 타인의 콘텐츠를 합치기까지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대중성과 즉각성의 요소가 있다. 콘텐츠를 제작할 때 제작사는 대중성을 고려해야 한다. 사람들이 선호하는 소재(대중성)를 파악하고 확인하기 위해 반응의 즉각성이 요구된다. 작년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미생의 경우, 웹툰으로 먼저 인기를 얻고 그 여파로 드라마와 만화까지 제작이 되었다. 즉 미생이라는 소재가 웹툰으로 즉각적인 반응이 나타났고 결국 매시간 변화되는 대중성을 파악·확인하게 된 것이다. 박 교수는 “디지털 기기의 특성 세 가지가 그대로 스낵 컬처에 반영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사람들의 오감을 자극시켰다는 점이 있다. 문자와 영상이 통합적인 콘텐츠로 접근돼 사람들의 오감을 동시에 자극시켰기 때문에 대중이 주목했다.

맛있는 두 종류의 스낵컬처
스낵 컬처는 SNS의 짧은 영상, 인터넷으로 즐기는 만화 웹툰(Webtoon), 웹소설, 10분 분량의 웹드라마, 30분 러닝타임의 1화 완결 웹드라마라고 불리는 웹영화 등이 대표적이다. 본지는 스낵 컬처의 대표적인 사례로 웹소설과 웹드라마 두 가지를 크게 다루기로 했다.
① 웹소설
웹소설은 작가가 웹에 공개하고, 독자가 웹으로 소비하는 소설이다. 이전까지는 주로 ‘인터넷 소설’과 ‘온라인 소설’로 불렸는데 웹소설과 인터넷 소설의 큰 차이는 없다. 다만 즐기는 플랫폼이나 디바이스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웹소설은 일반적인 소설의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대중들의 취향에 맞는 소재를 선택했다는 점에서 다르다. 또한 웹소설은 전개 자체가 빠르기 때문에 일반적인 소설과 다르게 문장 하나하나에 공을 들이지 않는다.
웹소설은 △보편성 △접근성에서 큰 장점을 가진다. 첫 번째로 누구나 작품을 낼 수 있다는 보편성이 있다. 박 교수는 “무엇인가를 하고 싶어도 어떤 관문을 통과하지 못하면 작가로서 인정을 못 받는 등단제도가 존재한다. 일정 수준의 작품이 아니면 발표를 못하게 하는 긍정적 기능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선배가 원하는 작품이 아니면 등단할 수 없는 것이다”라며 “자유롭게 자신이 쓰고 싶은 작품을 시장에 던질 수 있다는 면에서 민주화가 이루어졌다”라고 말했다.
두 번째로 웹소설은 가벼운 이야기이기 때문에 쉽게 이해가 되고 재미의 유무에 따라 작품을 볼 수 있다는 측면의 접근성이 쉬워졌다는 장점을 가진다.
한편 웹소설은 지나치게 재미 중심으로 가다보니 문화가 일반적으로 가지는 사고의 기능을 상당히 저해시키고 있다는 해석이 있다. 그러나 웹소설을 비전문적이라고 단정지을 수 없다. 박 교수는 “특정 장르의 웹소설 같은 경우, 전문적인 내용도 함께 이야기 구성에 들어간다”라고 설명했다.
② 웹드라마
웹드라마는 TV에서 보는 드라마가 아닌 모바일 기기나 웹으로 보는 드라마다. ‘SNS드라마’나 ‘모바일드라마’, ‘드마라툰’, ‘미니드라마’로 불리기도 한다. 웹드라마의 분량은 통상적으로 한 회에 10~15분이지만, 짧게는 3분부터 길게는 30분까지 방영 길이는 다양하게 제작된다. 박 교수는 “웹드라마는 이동하면서 편하게 보기 좋게 단위를 15분으로 끊는다”라며 “대중들의 향후 패턴에 맞게 길이를 조절해주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웹드라마는 소재의 다양성이라는 측면에서 이점이 있다. 방송에서는 다루기 힘든 소재들도 웹드라마에서는 비교적 자유롭게 활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웹툰, 웹소설 등 새로운 콘텐츠가 무궁무진하게 생산·소비되고 있는 시대라 웹드라마의 소재 역시 무궁무진하다는 해석이 있다.
한편 웹드라마는 새로운 분야다 보니 선뜻 도전하기에 부담이 크다는 한계를 지닌다. 기존 드라마에 비해 제작비도 적을 뿐만 아니라 기존 드라마보다 질이 떨어질 것이라는 편견이 있기 때문이다.
최근 웹드라마는 기업의 홍보 목적으로 제작되고 있다. 지난해 삼성은 웹드라마 ‘최고의 미래’를 직접 제작했다. 가수 지망생 ‘최고’와 삼성 신입사원인 ‘미래’가 집을 나눠쓰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다. 걸그룹 ‘걸스데이’의 민아와 탤런트 서강준이 주연을 맡아 누적조회수 1000만회를 넘어섰다. 드러내놓고 기업홍보를 하지는 않지만, 기업 문화와 인재상이 드라마 곳곳에 녹아들어 있다. 박 교수는 기업이 홍보성 웹드라마를 제작하는 일에 대해 “공중파나 케이블의 경우 기업 홍보 드라마를 만들 수 없다. 목적에 맞추기 위해 목적을 가능케하는 웹드라마를 통해 제시하고 있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스낵컬처를 경계하자
반면 스낵 컬처는 바람직한 문화의 준거성을 지니고 있지 못하다는 부정적인 측면이 존재한다. 상대적으로 콘텐츠의 길이가 짧아 깊이 있는 내용을 담기에 어렵다. 또한 대중이 좋아하는 형식이기에 대중의 지지를 받는 문화라는 면에서 가치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문화가 가진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고양시킨다는 특성을 반영하지 못한다. 박 교수는 “10년 전보다 현재 우리가 즐길 수 있는 스낵류가 많아졌다고 해서 주식이 바뀌지는 않는다. 스낵 컬처도 마찬가지다. 쉬는 사이에 무차별적으로 더 많이 제공될 것이다. 결국 스낵 컬처는 우리의 허릿살이나 군살같은 존재가 될 것이다”라며 스낵 컬처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덧붙여서 “스낵 컬처는 지금 일회성으로 즐기고 있지만 머지않아 가랑비에 옷이 젖듯이 서서히 스낵 컬처식의 유머·사고에 젖어들 수 있다”라며 스낵 컬처의 경계를 당부했다.

도움: 박기수<국문대 문화콘텐츠학과>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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