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아몬드, 무엇이 특별한가요?
다이아몬드, 무엇이 특별한가요?
  • 최정윤 기자
  • 승인 2015.03.21
  • 호수 14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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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용주의 학풍에서 순수학문이 서야 할 위치

 

한양대학교 2016학년도 수시·정시 전형계획 책자를 펼치면 2016학년도 신입학 주요사항이 한 페이지로 정리돼 있다. 다음 장을 넘기면 큰 글씨로 ‘다이아몬드7 장학금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다이아몬드 인재를 찾습니다’라는 글귀가 눈에 띈다. 그 밑엔 ‘4년 전액 장학금 지급’이라는 문구가 독자의 눈을 사로잡는다. 산학협력 지원 기업 항목에 나열된 삼성전자·LG전자·현대자동차의 로고 역시 수험생의 눈에 매력적이다.

다이아몬드학과란 2010년 신입학 전형의 도입을 시작으로 기존 학과에서 인원을 감축해 경쟁력 있는 특정 분야를 특화시켜 만든 학과들을 의미한다. 현재 이공계열의 학과로는 △미래자동차공학과 △소프트웨어전공 △에너지공학과 △융합전자공학부가 있으며 인문계열의 학과로는 △정책학과 △파이낸스경영학과 △행정학과가 있다. 가령 경영학부의 인원을 줄여 파이낸스경영학과를, 기계학부에서 미래자동차공학과를, 화학공학과에서 에너지공학과를 탄생시킨 것이다.

한양대학교 공식 홈페이지와 입학처 홈페이지 메인 화면에서 큰 다이아몬드 이미지와 다이아몬드학과 관련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다이아몬드학과는 현재 한양대학교의 대표 브랜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울캠퍼스 입학처 입학총괄팀 직원은 “각 학과가 신설된 시기가 다르고 특성화 학과로 분산된 학과였다”라며 “2년 전 하나로 묶어 ‘다이아몬드7 학과’라고 명명하게 됐다”라고 다이아몬드학과의 배경을 설명했다. 다이아몬드학과의 신설 목적에 대한 질문엔 “우수한 학생을 선발하고자 전략적으로 만든 학과들이다”라고 답변했다.

학교도 다이아몬드학과의 덕을 보고 있는 듯하다. 다이아몬드학과는 일종의 ‘플래그십 마케팅’(flag ship marketing)으로, 원래 ‘플래그십’은 해군 함대의 선단에서 깃대를 달고 나머지를 이끄는 가장 중요한 배를 의미한다. 여기서 착안한 ‘플래그십 마케팅’은 회사의 주력 상품을 특정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표현하는 도구로 쓰는 전략이다. 즉 배치표 상에서 다이아몬드학과들이 올라감으로써 한양대학교의 가치가 높아지고 이로 인해 다른 학과들의 가치를 동반 상승시키고자 하는 전략을 의미한다. 즉, 다이아몬드학과는 한양대학교의 전반적 가치를 높이는 길잡이인 것이다.

수험생이 한양대학교 입학을 결정하는 데 있어 다이아몬드학과는 빛을 발휘했다. 조민주<공대 에너지공학과 15> 양은 에너지공학과가 다이아몬드학과라는 점이 진학을 결정하는데 얼마만큼의 비중을 차지했냐는 질문에 “반 이상의 비중을 차지했다”라며 “원자력 분야에 관심이 있었지만 한양대 다이아몬드학과로의 진학을 위해 비슷한 과인 에너지공학과에 지원했다”라고 대답했다.

반면 김재훈<공대 에너지공학과 15> 군은 “에너지공학은 배우고 싶었던 학문이기에 다이아몬드학과라는 호칭은 중요하지 않았다”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두 학생 모두 “다이아몬드학과는 최상위권 학생들이 모여 있는 곳이라 우수한 인재들 사이에 있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라고 전했다.
 
인문대를 다이아몬드학과로 지정하는 것에 대한 의견을 묻자 차유경<경영대 파이낸스경영학과 14> 양은 “인문대의 기존 학과를 다이아몬드학과로 전환하는 것은 반대한다”라며 “파이낸스경영학과는 한양대가 특화된 분야를 전문화시킨 한양대만의 학과이기에 의미가 있는 것”이라는 견해를 전했다. 이어 “경영학의 성과가 표면적으로 나타나는 것에 비해, 인문학의 성과를 수치화하기 어려운 것은 별개의 문제”라고 덧붙였다.

다이아몬드학과, 학생에게 다이아몬드를 주다
실제로 대부분의 학생들은 다이아몬드학과 학생으로서 자부심을 느낀다. 다른 학과와 다르게 주어지는 다이아몬드학과만의 혜택이 있기 때문이다. 7개 학과 학생들은 입학 성적과 무관하게 3.5학점 이상을 유지할 시 전액 장학금을 받는다. 올해 입학한 15학번 다이아몬드학과 학생들은 입학금과 등록금을 일체 내지 않았다. 이 정책은 2015학년도 모집요강부터 도입됐다. 입학 당시의 전형과 성적을 기반으로 장학금 지급 여부를 결정했던 과거의 정책을 전격적으로 뒤집은 것이다.

장학금 외에도 미래자동차학과의 경우 △방학 중 실무 기회 제공 △본교 석·박사과정 진학 시 장학생 우선선발 △산학협력기업 인턴/취업 연계를, 에너지공학과의 경우 △3·4학년 재학 중 연구활동비 지급 △본교 석·박사과정 진학 시 장학생 우선선발 △해외 공동연구 프로그램 참여 보장 등을 혜택으로 제공한다.

‘비다이아몬드’ 학생들이 바라본 다이아몬드학과
다이아몬드학과가 아닌 학생들이 다이아몬드학과를 바라보는 시선은 다양하다. 김수빈<인문대 사학과 13> 양은 다이아몬드학과 학생들을 “학업에 충실하고 전문화되고 특성화된 교육을 받는 학생들로 생각한다”라며 “학교에서 특화시킨 교육을 하는 것은 좋은 것 같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장학금의 경우엔 노력하고 좋은 성적을 받은 학생들에게 돌아가는 게 바람직하다”라는 견해를 보였다. 성시호<사회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14> 군은 “비교적 최근에 신설한 학과여서 선후배 네트워크 및 실적이 부족하기 때문에 학교 차원에서 육성을 위해 지원하는 것은 일견 타당하고 가능한 전략”이라고 말했지만 “다른 학과들에게 지급되는 성적 장학금이 확충되지 않은 상황에서 특정 학과 학생들에게 장학 예산을 집중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라는 입장을 드러냈다.

이런 특정학과에 대한 학교의 전폭적 지원에 정연재 <세종대 철학과> 교수는 “대학은 어떤 학생을 선발할 것인가보다는 어떻게 교육시킬까에 중점을 둬야 한다”라며 “처음부터 혜택이 다른 것은 학과 간 서열화를 조장할 우려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류수열<사범대 국어교육학과> 교수는 “학과 간의 경쟁은 있을 수 있다”라며 “다만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펼쳐지는 경쟁은 피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류 교수는 실용주의 중심으로 흘러가는 학풍에 대해 “그것이 한양대의 브랜드이긴 하지만 우리는 카이스트와 포스텍 같은 공대 중심의 학교는 아니다”라는 점을 언급하며 “4년제 종합대학으로서 다양한 학문의 공존을 도모해야 하는 책임이 있다”라고 전달했다.

정 교수는 대학이라는 학부 교육의 기본을 학생들이 4년 동안 열매를 맺는 과정에 비유했다. 정 교수는 “대학교의 4년은 학생들이 열매를 맺는 과정이 아니라 비옥한 토양을 다지고 준비하는 곳”이라며 “학교가 실적이라는 열매를 맺길 강요하기 보단 인문학적 소양이라는 토양을 심는데 주력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순수학문을 공부하는 학생들의 비전
취업이 잘 된다는 인식의 경영학과 혹은 특화된 분야의 공학 계통을 전공하지 않는 학생들은 어디로 가야하는가. 순수학문으로 분류되는 일명 문사철(문학·사학·철학) 및 대다수의 인문사회 분야 학생들은 눈에 보이는 성과와 실용을 요구하는 사회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 것인가. 많은 대기업의 CEO들이 인문학적 소양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실상은 채용 시에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엔지니어’를 원한다는 것이 정 교수의 분석이다. 이에 더하여 정 교수는 ‘일반 역량’(general competence)이라는 단어를 제시한다. 정 교수는 “여러 대학에 분산된 문사철 학과를 축소하고 경쟁력을 갖춘 대학의 학과만을 존치해 전문인을 집중적으로 양성해야 할 필요가 있다”라며 “다른 분야에 융합적으로 접목시킬 수 있는 교육을 확대해 문사철만의 장점과 경쟁력을 키워나가야 한다”라고 설명한다.

류 교수는 경쟁을 함에 있어 그 결과를 평가하는 방법이 중요하다고 본다. 류 교수는 “학교를 운영하는 부분에서 외부의 평가 지침을 따를 수밖에 없는 것은 이해하지만 성과의 질을 묻지 않은 채 파악하기 손쉬운 표면적인 숫자에 휘둘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최정윤 기자 susan0827@hanyang.ac.kr
사진 성기훈 기자 misha0807@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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