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가 주인이 되다, 모디슈머
소비자가 주인이 되다, 모디슈머
  • 장예림 기자
  • 승인 2015.03.21
  • 호수 14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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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레시피를 창조하다

‘불닭 컵라면+삼각김밥+스트링치즈’, ‘불닭 컵라면+치즈볶이’, ‘초코파이+요거트+꿀’, ‘가래떡+조청+잼’, ‘레모나+소주’ 등 작년 대학생들 사이에서 일명 ‘모디슈머’ 열품이 불었다. 이 모디슈머 열풍은 국내의 빅데이터 분석 기업 타파크로스가 최근 출간한 「빅데이터와 인포그래픽으로 보는 2015 생생트렌드(더난출판)」에 의하면 반짝 인기로 마무리되는 것이 아니라 더욱 유행할 것으로 분석됐다.

모디슈머의 정체성

‘모디슈머’(modisumer)는 ‘수정하다’(modify)와 ‘소비자’(consumer)를 합성한 말로 기존 조리법을 따르지 않고 자신이 재창조한 방법으로 제품을 즐기는 소비자를 말한다. 공급자가 조리된 제품을 상품으로 내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스스로 다양한 상품으로 조리하는 것이다. 이 모디슈머는 최근 트렌드가 공급자 중심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변화하면서 나타난 문화 중 하나다. 김영갑 <한양사이버대학 호텔관광외식경영학과> 교수는 “모디슈머의 시작을 규정짓기 어렵다. 과거부터 있었던 움직임이 언론을 통해 대중에게 부각돼고, 유명해지자 모디슈머라는 용어가 탄생한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최근 모디슈머는 △흥미성 △희소성의 심리 △SNS의 작용으로 인해 큰 인기를 얻었다. 모디슈머의 첫 번째 인기 요인으로 흥미성이 있다. 모디슈머는 소비자 스스로 제품을 선호하는 형태, 맛, 유형으로 창조할 수 있다는 특징을 가진다. 이때 소비자는 새로운 가치를 창조한다는 측면에서 흥미성이 유발된다. 이 흥미성이 결국 소비자가 자신만의 레시피를 창조해내는 씨앗의 역할을 하게 되고 미디어를 통해 확산되는 것이다.

두 번째로 인간의 희소성을 추구하는 심리가 타 분야에서 음식 분야로 넘어왔다는 것이다. 인간은 타인과 차별화된 것을 선호하는 심리가 존재한다. 즉 희소성을 추구하는 심리다. 모디슈머에서 작용된 차별화는 ‘타인이 없는 것, 타인과 다른 것’이다. 김 교수는 “타인과 다른 자신만의 취향을 가미할 수 있고, 이를 통해 타인에게 없는 새로운 레시피를 창조할 수 있다는 희소성을 추구하는 심리가 타 분야의 상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핸들링·조합하기 쉬운 음식으로 넘어온 것이다”라며 희소성을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SNS의 영향력도 모디슈머의 인기에 한 몫을 했다. 김 교수는 “과거 일방적으로 구경했던 TV시대에서 실시간으로 피드백이 가능한 SNS시대로 넘어왔다. 이로 인해 대중은 자랑의 개념으로 SNS에 레시피를 올리고, 이 레시피가 확산되게 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김 교수는 “모디슈머는 빠져들게 되는 게임의 속성을 가진다”라며 모디슈머 행위의 절제를 당부했다. 타인보다 더 나은 창조를 하기 위해 경쟁함으로써 이에 투자되는 비용이 클 수 있기 때문이다. 즉 라면으로 얻는 효익은 배부름이라는 만족감이지만 이 효익을 얻기 위해 투자되는 레시피 고민·시간·비용이 막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레시피 경쟁이 유행이 되면 막대한 비용이 드는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

내 짝꿍, 모디슈머

모디슈머는 흔히 편의점, 마트 등과 같은 유통업계에서 볼 수 있다. GS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GS25가 모디슈머 트렌드에 맞춰 지난 12월 31일부터 컵라면에 추가해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는 라면토핑 3종을 출시했다. 또한 지난 1월 29일 편의점 CU는 모디슈머가 하나의 식문화로 자리를 잡자, ‘뿌려먹는 자연치즈’라는 치즈를 출시했다. 뿐만 아니라 편의점 CU는 편의점에서 컵라면이나 도시락을 먹을 때 손쉽게 계란을 토핑해서 먹을 수 있도록 날계란 1개만 별도 포장한 ‘면친구 계란’을 국내 최초로 선보이기도 했다.

 모디슈머는 미디어 속에서도 등장했다. 과거 KBS 해피투게더에서 연예인들이 직접 본인이 즐기는 야식 레시피를 소개하는 코너가 대표적인 사례다. 여기에 유통·식품업계는 모디슈머를 마케팅의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이 다시다가 찌개, 탕, 국에만 사용하는 조미료가 아니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다시다 창작요리 콘테스트'를 진행했으며, 이밖에 많은 식품 업계가 레시피 아이디어 공모전과 콘테스트를 열고 있다.

여기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모디슈머의 참신한 아이디어는 기업들의 제품개발 과정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실제로 CU는 소비자 레시피를 그대로 구현한 ‘자떡라볶이’와 짜파구리와 같은 매운볶음라면 맛을 낸 ‘불타는짜장’이 출시됐다. 최근 모디슈머는 화장품을 섞어서 사용하는 뷰티 모디슈머로까지 영역이 확대됐다.

김 교수는 “모디슈머는 창의적인 것을 계속 만들어냄으로써 새로운 상품화도 가능해진다. 음식에서 화장품·명품·옷 등으로 영역이 확대되었듯이 소비자가 고민했던 아이디어가 상품으로 만들어지게 되었다”며 모디슈머가 더욱 확산되고 발전할 것으로 전망했다.

 먹어봐요 슈퍼파워~

본지는 우리 학교 학생들의 모디슈머 문화를 알아보고 학생들에게 소개하기 위해, 지난 9일부터 16일까지 일주일 간 우리 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나만 아는 레시피’를 공모받았다. 페이스북과 이메일을 통해 제보를 받았으며 본지에 실릴 레시피는 선착순으로 선정했다. 총 3개의 레시피로 ‘짜장볶이+간짬뽕+(빅팜)’, ‘사리곰탕+만두’, ‘스파게티+삼각김밥+치즈’ 조합으로 선정됐다. 덧붙여 본지 기자가 선정된 레시피로 직접 조리했으며 그 과정을 사진으로 제시했다.

 ① 김은중<예체대 체육학과 10> 군

“군필자들은 다양한 라면 조합법들을 알고 있을텐데요. 저는 그 중에서 짜장볶이+간짬뽕+(빅팜) 조합을 제일 좋아했습니다. 적당히 매우면서 입에 계속 당기는 맛이 예비군 3년차가 되었지만 아직도 가끔 생각납니다. 주머니 사정이 좋으신 분이나 고칼로리와 맛을 바꾸고 싶으신 분들은 빅팜(햄)을 사셔서 5~8등분 정도를 한 다음에 넣어 드시면 정말 맛있어요”

② 박서정<언정대 신문방송학과 14> 양

 “자취생이나 기숙사생이라면 쉽고 간단하게 때울 수 있는 편의점 음식을 많이 애용하실거에요. 저는 어느 날 인터넷에서 사리곰탕+만두 조합을 보게 돼서 만들어 먹어보게 됐는데요! 종종 생각나는 마일드(mild)하면서도 속이 든든한 맛이에요. 설이나 명절에 집에 못 내려가시면 고향 느낌을 내기에도 좋죠. 형편이 넉넉하시다면 편의점의 날계란이나 감동란을 섞어서 드셔 보세요. 최고입니다!”

③ 최수린<국문대 프랑스언어문화학과 13> 양

 “혼자 사는 분들은 리조또를 만들어서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하잖아요. 하지만 비싸서 자주 못 사먹죠. 제가 그랬거든요. 그런데 인터넷에서 스파게티+삼각김밥+치즈 조합으로 리조또를 만들 수 있대요. 명품 리조또 맛은 아니지만, 비슷한 맛을 느낄 수 있어요. 한 가지 팁이라면 스파게티와 밥을 먼저 비비신 후 치즈 를 넣고 전자레인지에 돌리는 걸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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