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사설]교육부의 취업률 우선 정책 유감
[교수사설]교육부의 취업률 우선 정책 유감
  • 한대신문
  • 승인 2015.02.27
  • 호수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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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교육부 장관이 여러 자리에서 취업 우선을 강조하고 나섰다. 그 이면에는 인문 계열과 사범 계열 등 취업률이 낮은 전공의 정원을 축소할 것이라는 정책 방향을 정당화하는 논리가 깔려 있다. 이로써 교육부 장관 스스로 대학을 취업 준비를 위한 학원 정도로 간주하는 천박한 시각이 노출된 셈이다.
학원에서도 교육은 이루어진다. 그러나 대학의 교육과 학원의 교육에는 차이가 있다. 기본적으로 대학에서 이루어지는 교육은 ‘써먹기’ 위한 실용적 지식을 겨냥하지 않는다. 만일 실용적 지식이 우선이라면 운전하는 법이 필수 교양이 되어야 하겠지만, 대학에서는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운전을 가르치고 배우지는 않는다. 대학에서 가르치고 배우는 것은 운전이 아니라 동력의 전달 원리이다. 엄밀하게 말하자면 학원에서 이루어지는 교육은 교육이라기보다는 단순 반복에 기초한 훈련에 가깝다. 교육부 장관의 시각이 천박한 이유는 여기에 있다. 대학을 교육 기관이 아닌 기능 훈련소 정도로 폄하하고 있는 것이다.
숫자로 나타나는 취업률의 이면을 볼 필요도 있다. 우선 건강보험 DB에 근거하여 산정하기 때문에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구별하지 않는 등 직업의 질에 대한 고려는 배제되어 있다. 그리고 당해 연도 졸업생만을 대상으로 한 조사라는 점도 한계이다. 한두 해 정도 취업 준비 기간을 연장해서라도 질적으로 우수한 직장을 얻고자 하는 청년들의 의지를 깡그리 부정하는 셈이다. 정부 차원에서 대학의 취업률 제고를 압박하는 것은 대학 교육의 현재와 청년들의 미래를 걱정해서가 아니다. 그것은 취업률을 정부의 능력을 보여주는 지표로 보는 국민들의 시선을 의식하는 정치적 포즈에 가깝다. 일자리는 제한되어 있기에 전체적인 취업률은 결국 동일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애써 무시하는 것이다.
마침 새로운 총장의 취임을 계기로, 차제에 우리 학교에서도 외부의 평가 지표에 얽매여 취업률 제고에 목숨을 거는 듯한 태도를 성찰의 거울로 비추어 볼 필요가 있다. 정부가 대학 재정 지원 여부를 전적으로 좌우하고 있는 사정을 모르는 바 아니다. 그러나 취업률을 비롯한 외부의 평가 기준을 대학 내부의 학과 평가에도 고스란히 적용하는 등 대학 스스로 정권과 자본의 의도에 순종적으로 호응하는 방향은 대학의 존립 근거와 위배되는 면이 있다. 허수아비를 향해 돌진하는 듯한 대학 외부의 평가에 대해 선도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한편, 학교 내에서 합리적인 평가 기준을 스스로 확립할 때가 된 것이다. 우리 대학 정도의 위상이면 사회적 파급력 또한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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