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사람들이 만드는 특별한 식사,십시일밥
평범한 사람들이 만드는 특별한 식사,십시일밥
  • 성기훈 기자
  • 승인 2015.02.27
  • 호수 14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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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시일밥 이호영 대표를 만나다

수강신청에 실패해 공강이 두 시간 가량 생겼던 A군은 요즘 학교 가는 게 즐겁다. 공강 시간을 활용한 ‘십시일밥’ 활동을 통해 기초수급자 학우들을 도울 수 있다는 생각에 큰 보람을 느끼기 때문이다. 십시일밥은 이호영 <경영대 경영학과 10>군(이하 이 군)이 처음 제안한 아이디어로 공강 시간에 교내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후 그 대가로 식권을 받아 기초수급자 대학생에게 전하는 신개념 기부운동이다. 2014년 처음 시작된 십시일밥은 작년에만 2500여장의 학식쿠폰을 기부하며 대학생을 위한 무상급식이 되고 싶다는 목표를 향해 한 발 내디뎠다. 이 군은 “식권을 기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봉사하는 학생들의 의식이 깨이는 것에 더 큰 의미가 있다”며 “요즘 신문에 나쁜 뉴스들이 많이 나오는데 십시일밥과 같은 아름다운 얘기들이 전파되어 사회가 아름다워졌으면 좋겠다”는 말을 전했다. 인터뷰는 지난달 9일 학생회관에 위치한 카페에서 진행됐다.


-십시일밥이란 아이디어는 어떻게 나왔는지?
대부분의 봉사활동들은 지속가능하지 않다. 많은 대학생들이 단발적인 봉사활동이나 돈을 기부하는 봉사를 많이 한다. 그러나 이러한 봉사는 규칙적이지 않기 때문에 피수혜자 삶에 불안정성을 초래할 수 있다. 이러한 봉사활동의 지속가능성에 의문을 갖게 돼 고민하던 중 십시일밥이란 아이디어가 우연히 떠올랐다. 대학생의 공강 시간은 한 학기동안 고정돼 있고 학생식당 또한 대학이 있는 동안 계속 존재한다. 자리 잡힌다면 대학, 도움을 줄 대학생과 도움이 필요한 대학생이 존재하는 한 지속가능한 시스템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본인이 십시일밥에서 맡고 있는 역할은?
옛날과 달리 지금은 많은 대학이 십시일밥에 가입해 있다. 올해부터 십시일밥이 비영리민간단체(NPO)에 등록하게 됐다. 그래서 십시일밥의 장기적인 운영방안을 이야기하는 이사회와 앞으로 많아질 대학을 총괄하고 관리하는 사무국을 조직했다. 현재 사무국에서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소셜벤처 경영대회에서 우승을 했다. 소셜벤처 경영대회란 무엇이고 참가한 이유는?
우리 같은 사업이나 활동모델을 갖고 있는 단체들이 주로 나가 사업의 가능성을 검증 받는 대회다. 4주 정도 경쟁이 진행되는데 3차까지 경쟁을 거치며 고용노동부와 사회적기업 진흥원에서 수정과 보완을 해준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입상을 하거나 1등을 하면 고용노동부장관상을 받아 공신력이 확보된다. 또 앞으로의 활동에 기반이 될 1500만원의 상금을 받게 된다. 상금, 인지도, 공신력 등이 결합되면 기업이나 학교 등과 얘기할 때 설득하기가 편해진다. 그런 측면에서 참가한 측면이 크다

-우승하게 된 이유가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열심히 한 것도 맞지만 일단은 아이디어가 좋았다. 이러한 공모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디어를 실현하는 파일럿테스트(실제 상황에서 실현하기 전에 소규모로 시험 작동 해보는 것)다. 십시일밥은 구상한 모델들을 실제로 했고 앞으로도 할 것이다. 또, 십시일밥이 전국에 있는 300개의 대학에 자리 잡으면 연간 기부액이 50억 가까이 된다. 그렇게 만들기 위한 계획들을 모두 짜 놨다. 그렇기 때문에 믿어보자는 의미에서 상을 주지 않았나 싶다.

-봉사에 관심 갖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봉사에 관심 갖게 된 나만의 특별한 계기는 없는 것 같다.  하지만 봉사란 인간에게 내재돼 있는 기본적인 감정이라고 생각한다. 타인의 고통에 공감한다면 그것이 행동으로 이어진다. 또 불행한 일이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봉사를 하게 된다.

-활동 중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인천에 있는 세원고등학교에서 편지가 온 적 있다. 십시일밥을 조선일보에서 본 후 고등학생의 신분이지만 ‘활동에 보탬이 되고 싶다’며 학생들끼리 돈을 모아 보냈다. 그들을 통해 우리 사회에 잠재돼 있던 선의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는 가능성을 보았다.


-한양대학교에서 도움 받은 게 있다면 무엇이 있는지?
학교 입학처에서 십시일밥에 먼저 연락이 왔다. 봉사자들을 위한 보험금을 지원해 주는 등 여러  가지로 도움을 줬다. 식권을 기초 대상자들에게 전달해주는 민감한 과정에서는 학생처 장학 복지팀에서 도와줬다. 학교의 건학 이념이 ‘사랑의 실천’이다 보니 학생들이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분위기가 자연스러운 것도 있다. 또한 84학번 선배들이 큰돈을 기부해 주는 등 선배들에게도 많은 도움을 받았다.

-활동을 하며 포기하고 싶거나 불안한 적이 있었는지, 있었다면 그것을 어떻게 극복했는지.
지금도 있고, 정말 많다. 식당과 계약을 끝내도 계약 당일 식당에서 활동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되면 봉사가 불가능해진다. 그뿐만 아니라 학교에서 우리를 제지할 수도 있고, 학생들이 참여하지 않을지 모른다. 이런 모든 변수를 끌어안은 상태이기 때문에 항상 불안하다. 이런 불안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자신감이 필요하다. 나는 십시일밥과 같은 NPO에서 활동을 하다 정말 앞이 보이지 않을 때는 일반 생활로 돌아갈 수 있다는 자신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십시일밥에 후회 없이 모든 걸 걸 수 있다. 그런 자신감이 없었다면 금방 지쳤을 것 같다.

-십시일밥의 롤모델은?
하버드 대학에 ‘도미터리 크루’란 동아리가 있다. 미국의 대학생들은 95%정도가 기숙사 생활을 한다. ‘도미터리 크루’는 청소 등과 같이 학교에서 외주에 맡기는 일을 가져와 학생들에게 배분하고 일을 하고 받은 급여의 일부를 기부하는 단체다. 십시일밥과 비슷하고 역사가 깊은 동아리라 롤모델로 생각했지만 지금은 십시일밥의 규모가 더 크고 체계적이다. 이제 새로운 모델을 찾거나 개척해 나가야한다고 생각한다.
-십시일밥의 최종 목표는?
전국의 모든 대학에 십시일밥 식당을 만들고 싶다. 이를 통해 기초수급 대학생들의 기본적인 식사가 가능해지면 카페나 서점 이용과 같은 대학생의 여가 생활을 충족시켜 주고 싶다. 또, 각종 언론과 대회 등에 모습을 많이 비추며 다양한 발자취를 남기고 싶다. 만약 십시일밥이 실패하더라도 훗날 후배들이 아이디어를 참고한다면 언젠가는 성공할 것이라 믿는다. 천천히 가더라도 확실하게 가고 싶다.

-본인의 꿈은?
우선 십시일밥을 학교나 국가에 정식 기관으로 편입시키고 싶다. 확실한 기관에 양도해서 기관이 책임을 가지고 시스템을 안정적으로 유지시키면 좋겠다. 그 후에 가난한 사람을 위해 십시일밥과 비슷한 또 다른 사업을 구상해보고 싶다. 그래서 궁극적으로 이런 활동들을 사회의 시스템으로 자리 잡게 하는 일을 하고 싶다.

-10년 뒤 본인의 모습은 어떻게 돼 있을지
EVERY漢의 공통질문은 ‘당신이 20살로 돌아가면 무엇을 하겠습니까?’이다. 하지만 이 군은 지금 20대이기 때문에 그에게 10년 뒤인 미래를 물어보았다.
돈을 무조건적으로 버는 것보다 남을 돕는데 더 큰 흥미를 느끼기 때문에 비영리 단체에서 일할 것 같다. 스티브 잡스가 코카콜라 운영진을 설득할 때 ‘우리가 돈은 많이 못준다. 하지만 언제까지 설탕물만 만들면서 살거냐’라고 말해 결국 고용에 성공했다. 그 말에 동의한다. 나를 위해 돈을 벌기 보다는 남을 위한 일을 하며 사회가 발전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비영리적인 단체나 사회적 분야에서 계속 일해 가난한 사람에게 도움이 되고 사회 안전망이 올라올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데 일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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