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기술
여행의 기술
  • 송다빈 기자
  • 승인 2015.02.27
  • 호수 14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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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책 그리고 나

대한민국 예능이 너도나도 여행을 떠나고 있다. tvN ‘꽃보다 누나’, ‘꽃보다 할배’, ‘꽃보다 청춘’ 시리즈는 비지상파 방송사의 프로그램임에도 불구하고 크로아티아, 라오스 등의 해외여행을 자유롭게 즐기는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어 큰 인기를 끌었다. 얼마 전 종영한 MBC '아빠 어디가’는 아이들과 아빠가 매주 여행을 떠난다는 컨셉으로 때 묻지 않은 동심의 아이들이 아빠와 교감을 한다는 신선한 발상이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여행 프로그램의 원조라고도 볼 수 있는 KBS ‘1박 2일’은 2007년부터 지금까지도 전국 방방곡곡에 ‘1박2일 출연’이라는 팻말을 꽂고 다니며 국내 여행의 돌풍을 일으켰다.
하지만 이런 여행 예능이 순기능만을 가지는 것은 아니다. 대표적인 사례로 ‘1박 2일’에서 천사 날개의 벽화로 유명해진 종로 이화마을이 있다. 갑자기 불어난 인파와 넘치는 쓰레기 때문에 주민들이 불편을 호소해 그림의 작가는 스스로 벽화를 지우기도 했다. 그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이 창의적으로 여행을 계획하기보다 여행 예능프로그램에 나오는 일정을 있는 그대로 따라 하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이에 본지 기자는 한양대학교 학생들의 여행에 대한 조언을 얻기 위해 이연택<사회대 관광학부> 교수, 주현정<사회대 관광학부> 교수와 대학생들의 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한대신문(이하 한): 요즘 대학생들은 여행 예능처럼 관광지에서 사진을 찍고, 그곳에 있는 유명한 음식을 먹고 오는 단순한 여행을 반복하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여행을 다녀와서도 무엇을 먹고 왔다는 기억밖에 남는 게 없어 허무한 기분이 드는 게 사실인데 기억에 남는 여행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주현정 교수(이하 주 교수): 요즘 TV 프로그램의 영향이 크다고 생각해요. 여행 관련 프로그램 자체가 음식을 먹는 것에만 집중하다 보니 학생들은 여행을 할 때 프로그램에서 보여지는 여행 그대로 모방하는 정도에 그치는 거죠. 관광공사 홈페이지를 둘러보면 관광지에 대한 정보가 무궁무진해요. 여행 프로그램 출연자들의 여행 일정을 있는 그대로 따라하며 남들과 똑같은 여행을 다녀오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여행을 잘 설계해 자신만의 주제를 잡고, 목표를 세우고 여행을 하는 것이 좋아요.

이연택 교수(이하 이 교수): 자기 자신과 대화 할 수 있는 여행을 해야 해요.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모방적인 여행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 중심이 되는 여행을 해야 한다는 거죠. 주교수가 이야기 한 것처럼 스스로 여행의 주인공이 되어야 해요. 환경 심리학에서 생각이 한계를 보일 때는 늘 나를 다른 환경으로 이동시키라고 말해요. 그렇게 말할 정도로 우리가 어떤 환경에 있느냐에 따라 스스로가 느끼는 자신이 달라지기 때문에 저는 학생들이 다른 환경에 놓인 자신과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누는 여행을 하기 바랍니다.
현재 대학생들의 여행은 자기 발전적인 여행이 아니라 사회적 동물로서 매스미디어에 영향을 받아 타인을 모방하기에 급급한 형태를 보이고 있어요. 학생들이 학교에서는 책을 읽으며 공부를 하지만 여행을 가기 전이나 여행 중에는 책에 관심이 없어요. 마치 ‘1박 2일’의 출연자들처럼 먹고, 게임하며, 눈으로만 보는 여행을 하고 있어요. 저는 대학생들이 여행할 때 여행지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시, 소설, 역사를 통해 내 생각을 직조한다면 한 단계 더 르네상스적인 여행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책 속의 글과 내 상황을 맞춰 보고 비교해보는 거죠. 그 과정에서 자기 자신과 끊임없는 대화를 해요. 놀고 먹는 여행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대학생으로서, 청춘으로서 그것만으로는 여행을 즐기기에 부족하다는 것이에요. 직조과정을 통해 지식여행을 떠났으면 좋겠어요.

두 교수는 공통적으로 예능 프로그램을 모방하는 것을 넘어 스스로 기획하고, 여행 과정에서 스스로와 대화할 수 있는 여행을 하라고 말했다. 이야기를 나누던 중 두 교수는 입을 모아 의미 있는 여행을 위해 알랭 드 보통의 「여행의 기술」이라는 책을 읽어보는 것을 추천했다. 알랭 드 보통은 이 교수가 말한 것처럼 여행을 하는 과정에서 책을 읽으며 왜 여행을 하는가에 대한 생각을 가지고 여행을 한 자신의 경험을 책에 기록했다. 이 교수는 제주도 여행 중 서귀포 로터리에 위치한 커피숍에 앉아 알랭드 보통의 책을 읽으며 세 시간 동안 지나가는 사람들을 관찰하며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 이 교수는 서귀포 주민들에게 있어서 여행자는 이방인이 아니라 그들의 또 다른 주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끝으로 이 교수는 책 없이 떠나는 여행은 옷을 입긴 했는데 일상과 비일상이라는 단추 두 개를 잠그지 않은 것과 같다는 것을 말하며 대학생들의 여행에 항상 책이 함께 하기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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