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교수는 너무 먼 사람이라고요?
외국인 교수는 너무 먼 사람이라고요?
  • 송유정 기자, 최정윤 기자
  • 승인 2014.11.29
  • 호수 14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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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학교 서울캠퍼스엔 전임교원 기준으로 88명의 외국인 교수가, 에리카캠퍼스엔 49명의 외국인 교수가 있다. 우리와 가까이 있지만 외국인 교육에 대해 알려진 점은 거의 없다. 그들은 누구일까?

Gary Joseph Turnham는 서울캠퍼스 교무처 기초·융합교육원에 소속된 조교수다. 마르고 왜소한 몸에 대머리인 그는 눈길을 사로잡는 외모의 소유자다. 그는 개성 있는 패션으로 학생들에게 강렬한 첫인상을 남긴다. 그는 ‘은근한’ 패셔니스타다. 정장인 듯 정장 아닌 정장 같은 옷을 입는다. 튀진 않지만 파란색 와이셔츠에 기하학적 무늬가 있는 남색 넥타이를 매는 턴험 교수다.

ERICA캠퍼스 실용영어교육관의 교수 공동연구실의 한 자리에는 Andrew Graham Cater가 있다. 그는 멋들어진 목소리의 소유자다. 위트 있는 말투가 매력적인 마이크 교수는 입고 있는 수트가 잘 어울렸다. 마이크 교수는 웃는 것 마저 사람의 마음을 편하게 하는 마력이 있었다. 학생들을 편하게 대할 수 있게 하는 리액션은 외국인 교수의 전형적인 특징이기도 하다.

외국인 작곡가, 개리
영어 말하기 및 표현연습2(영어노래 분석과 표현 기법) 수업은 인기 있는 영어전용 강좌 중 하나이다. 팝송을 듣고 가사에 내재된 비유적 표현을 찾아 분석한다. 'Sharing'이라는 커리큘럼으로 각자 좋아하는 음악을 소개하고 발표하기도 한다. ‘음악적’인 수업이다.

개리 교수가 진행하는 영어 말하기 수업에 들어가 봤다. 들어가자마자 “Hooch! 후치!”라고 말하며 큰 눈을 더 동그랗게 뜨는 개리 교수를 발견했다. 프린트를 제대로 해오지 못한 자신의 실수에 채찍질을 한 것이다(“Hooch”는 채찍질을 표현하는 의성어다). 이에 학생들이 자지러지듯 까르르 웃는다. 그는 학생들의 실수는 너그럽게 포용하지만 자신의 실수에는 엄격하다.

그는 “비교적 늦은 나이에 대학을 들어갔다”는 말을 시작으로 한국에 오기 전의 삶을 설명했다. 그는 26살 때 대학에 입학했다. 늦게 대학에 진학한 이유는 고등학교 때 시작한 밴드를 스무 살 중반까지 지속했기 때문이란다. 그가 현재 교수이면서 자신을 작곡가로 소개하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그는 음악에 대한 사랑이 아버지로부터 비롯됐다고 전했다. 그는 아버지가 보유한 비틀즈, 롤링스톤즈, 엘튼 존의 노래를 들으면서 자랐고 점점 음악에 빠지게 됐다. 어린 시절부터 항상 음악을 좋아했던 개리 교수는 9살 때 처음 드럼 스틱을 잡았다. 그 시절을 회상하는 듯 그는 연신 책상을 톡톡 두드렸다.

개리 교수는 학생들에 대한 열정과 애정, 그리고 ‘성적 퍼주기’로 명성이 자자하다. 그의 수업을 듣고 A0 이상을 받지 못하면 ‘호구’라는 얘기가 돌 정도다. 학생들에게 좋은 성적을 주는 이유가 뭐냐고 묻자 그는 “내가 성적을 주는 것이 아니다. 학생들이 성적을 버는 것이다”라고 대답했다. 이어 그가 가르치는 영어 말하기 수업에서 학생들의 성적이 좋은 이유는 학생들이 성공하도록 자신이 심혈을 기울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모두의 성적이 높으면 안 되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왜 그러한 질문을 했냐는 듯한 표정으로 기자를 당황시켰다. 그러자 조심스럽게 한국 학생들은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 것 같다고 말한다. 자신의 실수를 용납하지 않으려 하며 자신의 생활과 미래를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는 것이다. 그래서 수업에선 ‘실패가 없는 음악 안에서 행복을 찾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설명했다.

학생들에게 적극적인 의견 개진과 발표를 요구하는 다른 외국인 교수들과는 달리, 개리 교수의 철칙은 “Let the Koreans be Koreans”다. 그는 한국 학생들이 어린 시절부터 능동적인 토론 수업 환경보다 수동적으로 강의를 듣는 데 익숙한 것을 알고 있다. 19년의 한국 생활로 다져진 학생들에 대한 이해였다. 한국인다운 면모를 바꾸라하거나 숨기라고 말할 권리가 자신한텐 없다는 얘기도 덧붙였다. 자신의 수업관을 학생에게 요구하지 않는 그는 오히려 학생들에게 내제된 잠재적 능력과 희망을 본다. 그는 교수란 직책은 학생들에게 현실에서 소망을 만들어 낼 방법을 가르쳐 줄 뿐이라며 인터뷰를 마쳤다.

족발을 사랑하는 남자, 앤드류
영어전용강의를 한 번도 수강해 본 적이 없는 본지 기자는 이번 인터뷰를 위해 실용영어교육관에 처음 방문했다. 덜덜 떨리는 가슴을 부여잡고 1층에 위치한 교수공동연구실에 들어가자마자 낯선 이방인을 반기는 외국인 교수님들. ‘영어 공포증’ 중증 환자인 기자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Hello…”라고 말했고 인상이 좋아 보이는 교수님께서는 “How can I help you?”라고 친절히 답해주셨다. 혹시 인터뷰하실 시간 있으시냐고 묻자 화장실이 급해서 이만… 하며 피했지만 이내 다른 교수님을 소개해 주셨다. 친히 인터뷰에 응해준 분은 호주에서 온 멋쟁이 포토그래퍼 Andrew Graham Cater(이하 앤드류) 교수다. 앤드류 교수는 한국에 오기 전에 사진을 공부했다고 한다. 색다른 문화를 접해보고 싶었던 앤드류 교수는 첫 피사체로 우리나라를 선택했다.

앤드류 교수는 한국 음식에 대한 애착이 상당했다. “매일 한국 음식을 먹는다”는 앤드류 교수는 가장 좋아하는 음식으로 족발을 꼽았다. 앤드류 교수는 “족발을 집에서 직접 만들 수 없어 아쉽다”고 덧붙였다. 또 앤드류 교수는 평소 웬만한 요리는 집에서 직접 만드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말했다. “취미가 사진 찍는 것 다음으로 요리”라고 말할 정도다. “시간이 된다면 학생들 모두에게 내가 만든 요리를 대접하고 싶다”고 말하는 교수의 얼굴이 자상한 사촌 오빠 같았다.

매일 이태원 클럽을 갈 것 같은 활동적인 인상의 앤드류 교수는 “수업을 마치고 난 뒤에는 집에서 쉬거나 내일 수업 준비를 하고, 학생들의 숙제 검사를 한다”며 모범적인(?) 면모를 보여줬다. 또 “잠은 보약”이라며 잠에 대해서 예찬했다. 신체의 피로를 풀어주려면 밖에 나가서 노는 것 보다는 충분한 휴식을 취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철칙.

앤드류 교수가 가르치는 과목은 ‘영어 커뮤니케이션’이다. 2학년이 되면 학생들이 필수적으로 들어야 하는 수업이기 때문에 비교적 다른 외국인 교수님보다 다양한 학생들을 만나는 편이라고 했다. 앤드류 교수는 “한국 학생들은 다른 문화에 대해 개방적 태도를 보이는 것 같다”고 정의했다. “지금 인터뷰를 하는 당신도 스스럼없이 나에게 웃어주는 것이 그 예이다”라며 덧붙였다. 기자가 얼굴이 발그레해지자 “한국 학생들은 귀엽다”며 한국 학생들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았다.

인터뷰를 하는 사이에도 몇몇 학생들이 찾아와 앤드류 교수에게 수업에 관한 질문을 했고, 앤드류 교수는 상냥한 말투로 답했다. 학생들은 "교수님이 평소 젠틀하신 것으로 유명하다"며 교수님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왜 하필 한양대학교에 오게 되었냐고 묻자 앤드류 교수는 “교수에 지원할 때 한양대학교가 나를 가장 필요로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한양대학교에 오고 나서도 착한 학생들과 좋은 친구 교수들 덕분에 학교 다니는 것이 행복하다”고 답했다. 마지막으로 앤드류 교수는 본인의 고향인 호주 학생들과 한국 학생들의 다른 점에 대해 묻자 “어딜 가나 학생들은 모두 젊고 각자 톡톡 튀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며 학생들에 대한 애정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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