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RICA캠퍼스 ‘진흙탕 싸움’ 이대로 흐지부지 되나
ERICA캠퍼스 ‘진흙탕 싸움’ 이대로 흐지부지 되나
  • 심건후 기자
  • 승인 2014.11.29
  • 호수 14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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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사 공청회 불발, 의혹 풀지 못하고 사건 일단락 될 듯

지난 11일, ‘소통’ 선거운동본부(이하 선본)가 본지를 통해 이번 총학생회(이하 총학) 선거 과정의 문제점을 제기했다. 또한, SNS와 우리 학교 자유게시판 상에는 ERICA캠퍼스 32대 총학생회장 나현덕<경상대 경영학부 08> 군과 소통 선본에서 총학생회장 후보로 출마했던 변철민<공학대 건축학부 06> 군 간의 폭로·비방, 본인 입장에 대한 일방적인 해명이 오갔다. 그로부터 약 3주가 지난 지금, 표면적으로는 나 군과 변 군 사이의 공방전은 중지된 것으로 보인다. 이에 ERICA캠퍼스 언론사가 공청회를 준비했지만 끝내 양 측 모두 거절했다. 폭로·비방전으로 ERICA캠퍼스 학생사회가 몸살을 앓았지만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은 채 유야무야 사건이 마무리되고 있는 것이다.

폭로와 비방으로 얼룩졌던 총학 선거
변 군이 처음 제기한 문제는 이번 총학 선거의 공정성과 관련한 것이었다. 10월 20일 총학 집행부 회의에서 나 군이 변 군을 겨냥해 집행부원의 사퇴를 반대하는 발언을 하고, 바로 다음날 집행부원의 임의 사퇴를 막기 위해 세칙을 개정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개정 전 ‘입후보할 시 선고 공고 기간 내에 사퇴하여야 한다’는 세칙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을 비롯한 학생회 체계에 소속된 모든 직, 간선 간부는 입후보할 시 선거 공고 기간 내에 소속 학생회장(회장이 사퇴 시 부회장)의 승인을 받아 사퇴하여야 한다’고 개정됐다. 의결 당시 이 조항이 악용될 소지가 있다고 판단돼 단서조항이 붙었지만 결과적으로 총학생회장이 집행부 사퇴를 승인하는 형식으로 개정된 셈이다.

이에 나 군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그 동안의 관례, 장학금 수혜의 두 가지 이유로 변 군의 사퇴를 막는 것은 옳은 행위였다고 밝혔다. 또, 투표를 통해 세칙 변경을 정했다는 점을 이유로 세칙 개정이 독단적으로 결정된 것이 아니라고 덧붙였다. 중앙운영위원회(이하 중운위)의 의장이긴 하지만 다른 위원과 마찬가지로 1표만을 행사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나 군이 변 군의 총학 선거 출마를 막겠다는 발언 하루 뒤에 세칙이 변경돼, 기존의 관행을 제도화했을 뿐이라는 나 군의 해명은 개인적인 감정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볼 여지가 있다. 변 군의 사퇴를 막은 이유 중 다른 하나는 장학금과 관련한 것이었다. 다른 선본 역시 장학금을 받고 있는데 사퇴했지 않았느냐는 의견에 나 군은 “변 군은 총학을 임의 사퇴했다가 임기를 마무리 하는 조건으로 다시 총학에 들어온 것”이라며 “사퇴기간 전 마지막 회의 때도 사퇴를 받지 않겠다고 얘기한 바 있다”고 밝혔다.

결국 변 군은 사퇴기간 마지막 날에 사퇴 승인을 받아 총학생회 선거에 출마했지만 경고 3회를 받아 후보자의 자격이 박탈됐다. 이에 소통 측은 SNS와 대자보 등을 통해 해당 선본장과 후보의 참여 없이 일방적으로 의결을 진행했다는 점을 들어 진행상 문제에 대해 항의했다. 덧붙여 의결과정에서 나 군이 실명 공개를 요구한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하지만 이 부분은 나 군을 제외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공식 입장을 표명해 과정상의 문제가 없었다고 일축했다.

공방전에서 안산시장 예비후보 간담회가 논란의 중심에 떠오르기도 했다. 지난 3월, 안산시장 선거에 출마할 계획이었던 양진영 예비후보와 학생 간 간담회 자리가 지적된 것이다. 초기 계획은 안산시장에 출마하는 예비후보 모두를 ERICA캠퍼스에 초대해 학생들과 간담회를 가지는 것이었으나 양진영 예비후보의 간담회 이후 다른 후보의 간담회는 진행되지 않았다.

당시 총학 대외협력국장이었던 변 군과 대외협력차장이 양진영 예비후보의 선거사무소에 출근한 사실과 관련해서도 논쟁이 일었다. 이번 공방전에서 선거사무소 출근과 관련해 나 군과 변 군의 진술이 엇갈렸는데, 나 군은 변 군이 동의해 출근했다고 주장했고 변 군은 동의 없이 진행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총학의 정치 참여 의혹에 대해 나 군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중선관위)의 공문을 증거 자료로 제시했다. 양진영 예비후보 이후 다른 후보와의 간담회를 진행할 생각이었으나 중선관위의 공문 때문에 진행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중선관위의 공문은 선거운동 기간 전에 후보와 공약과 관련한 간담회를 진행하는 것은 공직선거법 위반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나 군은 SNS와 대자보를 통해 이 같이 해명하면서 “학교를 위한 일이라는 명분이었으나 학우들께서 주신 제 권한 범위를 넘어선 잘못된 판단이었음을 깨닫게 되었다”고 사과했다.

공청회 거부, 신뢰 회복은 어떻게 하나
ERICA캠퍼스 내 언론사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의혹과 관련해 공청회 자리를 마련하려 했으나 무산됐다. 결과적으로 양 측 모두 공청회를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공청회는 제기되고 있는 의혹에 대해 해명하고 이를 뒷받침할 증거자료를 제시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예정이었다.

공청회에 대한 제안을 했을 때 먼저 거절한 쪽은 변 군이었다. 변 군은 공청회에 대한 제안을 받고 “문제를 키우는 것과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다르고, 공청회가 아니라도 학생들의 알 권리를 충족시킬 방법은 있다”며 “공청회란 참여하는 당사자들의 의사를 먼저 묻고 동의하면 그 때 추진해야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청회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던 나 군 역시 변 군의 거절 소식을 듣고 나서 “변철민 학우가 참여하지 않은 상태에서 진행되는 공청회에서 나의 주장이 학우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될 수 있을지 마음에 걸린다”며 거절의 뜻을 밝혔다.

학생들의 의혹을 해소해야하는 상황에서 나 군과 변 군은 사태 해결에 대해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사태 해결과 관련해 나 군은 “우선 더 이상 학생사회에 피해를 주지 않기로 변 군과 대화했다”며 “공동사과문을 게시하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변 군은 본지 기자가 나 군의 이 같은 계획에 대해 동의 의사를 묻자 명확한 답변을 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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