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총여학생회 어디로 가야 하나?
사라지는 총여학생회 어디로 가야 하나?
  • 이근녕 기자
  • 승인 2014.11.29
  • 호수 14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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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캠퍼스 총여 입후보자 없어
1980년대 여학생 복지와 학교 내 성차별 개선 등의 목적으로 설립됐던 총여학생회(이하 총여)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는 경희대다. 지난달 경희대 학생회관 앞에는 한 대자보가 붙었다. 대자보의 제목은 ‘총여학생회, 이젠 구시대의 산물입니다’로 대자보를 게시한 학생은 “총여가 여학생의 투표로 선출하고 운영되는데 남학생의 등록금까지 끌어다 쓴다”고 주장했다. 한편, 홍익대는 지난 9월 전교생을 대상으로 총여학생회 유지에 대한 찬반 투표를 진행했다. 많은 학생이 투표의 결과로 총여학생회 폐지를 선택했고 내년부터 홍익대 서울캠퍼스 총여는 존재하지 않게 됐다. 

그 외에도 많은 대학이 총여 입후보자가 없어 폐지됐거나 총학생회의 산하 기구가 된 상태다. 서울시립대 총여의 경우 2002년부터 입후보자가 없이 10년간 이름만 유지하다 지난해 폐지됐고, 연세대 총여는 올해 초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됐다. 현재 서울 내 대학 중 총여를 운영하는 대학은 경희대, 동국대, 연세대, 한양대로 총 4곳이다.

입후보 하지 않은 우리 학교 총여
우리 학교 ERICA캠퍼스의 경우 올해 입후보한 총여 선본은 없는 상태다. ERICA캠퍼스 총여학생회는 확대운영위원회(이하 확운위)에서 총여를 학생권익위원회로서 확대 개편하는 것을 안건으로 상정했지만 4표가 부족해 부결됐다. 이에 대해 ERICA캠퍼스 총학생회장 나현덕<경상대 경영학부 08> 군은 “내년 1월 혹은 2월에 있을 확운위 간부 수련회에서 확운위 회의를 진행한다”며 “1차 확운위에서 총여를 학생권익위원회로 확대 개편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까지는 내년 총여 운영에 대해 확실하게 정해진 것이 없다.

서울캠퍼스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서울캠퍼스 역시 총여에 입후보한 선본은 없었다. 서울캠퍼스 총여의 경우 내년 3월에 보궐선거를 다시 진행해서 운영될 예정이다. 만약 이때에도 후보자 등록이 없다면, 2015년엔 우리 학교에서 총여가 사라지게 된다.

총여 존재, 서로 다른 생각
학생들 간 총여에 대한 생각은 엇갈리고 있다. 지난 한대신문 독자참여코너 ‘말, 하다(본지 1413호 3면)’에서 서울캠퍼스 총여학생회장 김소영<사회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10> 양은 “학과 생활이나 행사에서도 특정 성별 중심의 문화가 잔존해 있다”며 “총여의 가치가 유효하고 해야 할 일이 많다”고 총여의 존재 이유에 대해 밝혔다. 이에 반해 총여 폐지가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는 의견도 있다. 나 군은 “총학에서 4년 정도 총여를 지켜봤는데, 총여가 성 소수자, 장애인, 외국인들의 인권을 보장해주는 역할을 작게 실천해왔다”며 “이제는 여권뿐만 아니라 적극적으로 폭넓은 인권에 집중하는 단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총여의 역할을 잘 모르는 것도 폐지를 가속화시키는 원인이다. 윤혜선<디자인대 주얼리·패션디자인학과 14> 양은 “총여학생회가 정확히 무엇을 하는 곳인지 잘 모르겠다”며 “총여학생회가 폐지되고 총학이나 단대 학생회 부서로서 존재해도 상관이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노승연<언정대 신문방송학과 12> 군 역시 “많은 학생이 총여가 하는 일이 무엇인지 잘 모른다”며 “폐지해도 상관없다”고 덧붙였다. 이렇듯 총여의 필요성이 존재하지만, 학생들이 잘 알지 못하고 동시에 지지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학생들의 이 같은 의견과 관련해 조중헌<사회대 사회학과> 교수는 “대학 사회에서 젠더 이슈와 페미니즘에 대한 반발이 과거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크게 존재한다는 점을 보여주는 상징적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과거의 성적 불평등이 직접적이고 노골적이었다면, 오늘날은 더 간접적이고 교묘한 방식으로 이루어진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여성은 더 이상 차별받는 존재가 아니니 총여학생회의 존립근거가 없어졌다는 말은 설득력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또한 조 교수는 “학생회는 단순히 대학생들의 교내 권리와 복지 문제를 다루는 기구인 것만이 아니라, 학생들이 적극적 시민으로서 넓은 의미의 정치를 실천하는 공간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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