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책없이 들이대라
대책없이 들이대라
  • 한민선 기자
  • 승인 2014.11.22
  • 호수 14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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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생태학자’ 유영만 교수를 만나다

유영만<사범대 교육공학과> 교수(이하 유 교수)의 연구실은 초록빛이 돈다. 연구실 사방을 가득 메운 책들에 담쟁이 넝쿨이 얽혀있기 때문이다. 수많은 책들과 식물들에 둘러싸인 채 명함을 주고받았다. 명함을 받고 자세히 본 순간 ‘지식생태학자’라는 단어를 발견했다.

생태처럼, 나무처럼
“겨울에 ‘생태’를 얼리면 동태가 됩니다. 얼고 녹기를 반복하면 황태가 되고, 생태 새끼를 말리면 노가리, 반만 말리면 코다리가 됩니다. 그냥 말리면 북어가 되기도 합니다.” 농담과 진담을 구분하기 힘든 기자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생태와 같은 생명체들의 무한 변신 과정을 관찰해보면,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이 많습니다. 그런 교훈을 토대로 사람들에게 이렇게 살아라 말할 수 있는 것입니다.” 유 교수는 지식생태학자에 대해 설명했다. 유 교수가 말하는 지식생태학은 지식의 창조와 활용을 사람에게 배우지 않고 자연에서 살아가는 생명체들에게 배우는 것이다. “즉, 핵심은 생태학과 지식을 합친 것입니다.” 유 교수의 연구실, 왼쪽에서 세 번째 책꽂이까지는 나무, 숲, 꽃, 잡초 등 생태학에 관한 책이 꽂혀있다.
▲ 책과 나무가 어울어진 유영만 교수의 연구실

예를 들어 나무의 사계절을 보자, 봄에 새싹으로 시작해 여름에는 열정을 키우고 가을에는 씨앗을 맺는 것에 에너지를 집중하고 겨울에는 나목으로 혹한을 견디면서 희망을 싹 틔운다. 이런 나무와 같이 인간도 시기 별로 청춘, 중년, 장년, 노년으로 흘러가고, 이러한 자연의 사이클 속에서 사람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생태학이 전공이냐는 질문에 유 교수는 “잡학입니다. 저는 인간을 변화시키는 모든 것에 관심이 있습니다”라고 답했다. 그는 다양한 일을 하고 여러 일에 관심을 가지면서 학문은 다 관련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맥가이버처럼
지식생태학자 유 교수가 추구하는 것은 브리꼴레르 인재다. 브리꼴레르는 책상에서 공부만 열심히 하는 ‘book smart’가 아니라, 책상에서도 공부하지만 주로 삶의 노하우를 실제 나가서 몸으로 부딪혀보며 깨닫는 ‘street smart’를 의미한다. “요리조리 잔머리 굴리는 사람이 아닌 이리저리 시도해보는 사람입니다. 맥가이버처럼 위기 상황에서 현재 가지고 있는 도구로 문제 상황을 해결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대학생들에게 행동을 통해 생각을 바꿀 것을 말했다. “요즘 대학생들이 자신의 생각을 바꿔 행동을 바꾸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행동을 먼저 바꿔야 생각이 바뀔 수 있습니다. 실제로 수업 때 행동을 바꾸기 위해 나무와 대화하고 대화를 손으로 쓰게 하는 과제를 낸 적도 있습니다.”

손을 움직이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유 교수는 “손을 움직여야 뇌가 발달합니다. 손은 제2의 뇌입니다”라며 평소에 했던 필사를 보여줬다.

▲ 평소해 했던 필사의 모습

야망과 지성
유 교수는 약 70여권의 책을 냈다. 유 교수의 말에 따르면 책을 쓰는 데 필요한 것은 딱 두 가지, 체험과 개념이다. 체험이 있는데 개념이 없는 것, 개념은 있는데 체험이 없는 것. 둘 다 잘못된 것이다. 결국 책은 내가 체험한 것과 습득한 개념을 조합해서 창작을 하는 행위다. “‘책을 쓴다’는 것은 나 스스로 생각을 정리하고 대화하는 과정인 동시에 대중들과 생각을 공유하기 위한 공유과정이기도 합니다.”

마음에 드는 책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유 교수는 그에 대한 답변으로 책 「브리꼴레르」를 선물했다. 책 맨 앞에 유 교수는 ‘한민선 dreamer 유영만 dream’이라 적었다.

유 교수는 퇴직 전까지 100권의 책을 쓰고 싶다고 했다. 유 교수는 명언을 직접 붓펜으로 쓴 명언집, 언어와 체험의 관계로 창조성에 대해 쓴 ‘유영만의 언어유희’를 쓰고 있다. 또한 음양오행에 비춰본 커뮤니케이션을 다룬 ‘음양오행 소통법’, 오마르 워싱턴의 ‘나는 배웠다’를 패러디한 시를 실은 시집의 출간도 준비하고 있다.

그는 저자활동 외에 미지의 세계로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완벽한 준비로 완벽한 때를 기다리다가 몸에
때만 낀다”라며 청춘들이 무조건 떠나며 몸을 움직이기를 조언했다. 유 교수는 현실에 안주해서 고민하기 보다는 1년에 한 번씩은 색다른 프로젝트를 하고자 한다. 지난 해에는 사라하 사막 마라톤을, 이번 해에는 안나푸르나 등정을 했다. 이제는 킬리만자로를 꿈꾸고 있다.

또한 유 교수는 안나푸르나를 다녀와서 ‘아름다운 것은 위험한 것이다’라는 것을 깨달았다.  아름다움은 위험함을 무릅쓰고 탄생한다는 것을 느끼며 늘 도전하고자 한다. ‘야성 없는 지성은 지루하고 지성 없는 야성은 야만이다’라는 신념을 가지고 교수로서 먼저 도전하는 체험을 보여주고 학생들이 이를 보고 색다른 체험에 도전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인터뷰를 하면서 유 교수의  언어유희에 감탄하고 그 원천이 궁금해졌다. “개념의 풍부함을 위해 속담 책, 우리말에 관한 책을 굉장히 많이 보는 것 같습니다. 우리말을 의도적으로 공부하는 것입니다. ”

▲ 찾아온 기자에게 선물해 줄 책에 사인을 해주고 있는 유영만 교수의 모습

일단 나가봐라
유 교수는 그를 찾아오는 제자들에게 ‘책상에서 고민하고 있지? 일단 나가봐라’라고 조언한다. 그냥 앉아서 걱정만 하는 청춘들을 비판하며 대기업 취업만을 바라보지 말고 다양한 것을 체험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유 교수는 청춘들에게 말한다. “자꾸 똑같은 방법과 생각으로 똑같은 스펙을 쌓으며 똑같은 윗자리만 바라보지 말고 잠깐 힘 빼고 자세를 낮추고 나에게 어울리는 일을 찾는 것입니다. 내가 하면 신나는 일. 이
건 앉아서 답이 안 나오고 직접 해봐야 합니다. 그럼 몸이 먼저 압니다.”

“온실 속 화초에서 벗어나 난관에 빠져 허우적거리기도 해보고 하는 거죠”라며 힘든 상황에 부딪혀보라 말했다. 힘든 상황을 겪는 청춘들에게 유 교수는 말한다. “힘들어야 ‘힘’들어갑니다”

20살인 기자는 남들보다 뒤처지는 게 싫어 도전을 두려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에 유 교수는 “20살인데 5년 동안 실패한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5년 동안 처절한 실패를 체험해서 내성과 내공이 생길 것입니다. 그러면 왠만한 상황에서 실패하지 않을 것입니다. 또한 무엇을 하라고 했을 때 남들보다 치열한 열정을 가지고 할 것입니다” 라고 답했다.

마지막으로 ‘당신이 20살로 돌아간다면 무엇을 하시겠습니까?’라는 질문에 유 교수는 구체적으로 답했다. “전대미문의 20가지 도전 버킷리스트를 써서 20살부터 29살까지 10년 동안 1년에 2개씩 새로운 프로젝트를 해보고 싶습니다. 예를 들면 자전거 타고 국내 일주하기, 전 세계에 있는 만나고 싶은 5명을 뽑아서 만나보기, 이성 10명과 연애해보기, 일 년에 고전 10권 읽기 프로젝트 등 안 해봤던 것 20가지를 써서 버킷리스트를 이루고 싶습니다. 물론 돈을 벌어야 버킷리스트를 이룰 수 있을 것입니다. 돈이 필요하다면 한 학기 휴학해서라도 건설현장에 가서 하루에 15시간씩 일해 노동도 체험해보고 대가로 받은 돈도 버킷리스트를 위해 다 써보고 싶습니다.” 

도움·사진 박주희 수습기자 dndb1229@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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