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고, 폐지돼야 할까?
자사고, 폐지돼야 할까?
  • 송유정 기자, 장예림 기자
  • 승인 2014.11.09
  • 호수 14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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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서울시 교육청이 일반고로 전환되는 6개 자율형 사립 고등학교 명단을 발표했다. 기존에도 자사고 폐지를 둘러싸고 찬반 논란이 있었지만 자사고 지정 취소 결정은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에 더욱 교육계 안팎이 시끄럽다. 자사고 폐지를 찬성하는 쪽에서는 자사고가 다수의 사람들이 이미 반대하고 있는 제도이며, 교육 불평등을 심화시켰다고 주장한다. 반면 자사고 폐지를 반대하는 쪽에서는 아직 정착 단계인 제도를 정치적으로 이용해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혼란만을 야기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자사고, 폐지돼야 할까?

계속되는 정책 변화는 혼란만 줄 뿐
자율형 사립 고등학교(이하 자사고)는 현재 시행된 지 약 5년 밖에 되지 않은 교육 정책이다. 자사고가 존폐를 논할 단계가 되지 않았음에도 이러한 논란이 불거진 이유는 정치적 이유가 가장 크다. 우리나라의 교육정책은 장기적 계획에 따라 순차적으로 개발되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 상황에 따라 급격하게 결정되는 경향이 있다. 안정되지 않은 자사고 제도를 충분한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폐지시키는 것은 혼란을 야기할 뿐이다.

평가 기준에도 문제가 있다. 2차 평가에서 공교육 영향 평가지표라는 항목을 넣은 것은 자사고를 폐지하기 위해 억지로 끼워 넣은 기준에 불과하다. 이전 교육청이 실시했던 재지정 평가에서 이미 적합 판정을 받은 학교들을 다시 평가한 것은 이번 교육감의 권력 남용이라는 시각도 있다.  

학부모와 학생들의 의견도 반영해야 한다. 실제로 자사고를 다니는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자사고 폐지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또 자사고에 다니는 학생들은 대부분 교육 과정에 만족하고 있으며, 학습 분위기도 좋아 학업 성취도도 높아졌다고 말한다. 일반고의 교육을 내실화 시키지 않고 무작정 모든 자사고를 일반고로 전환한다면 학생들의 수준은 하향평준화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는 현재 진보 교육감들이 주장하는 진정한 평등 교육이 아니다.

교육 당국은 무조건 폐지와 시행을 반복만 할 것이 아니라 자사고가 본래의 목적에 맞게 운영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다. 자사고가 ‘다양하고 창의적인 교육을 실시한다’는 당초의 목적을 지킬 수 있도록 모두가 노력해야 할 것이다.

소수가 아닌 다수결의 원칙
고교다양화 정책은 사교육을 줄이고 공교육의 내실화를 위해 다양한 형식의 고등학교를 설립·확대하는 제도다. 2010년, 이명박 정부는 고교다양화 정책으로 자사고를 설립했다. 자사고는 영구적으로 운영되지 않고 5년 단위로 평가해 재지정·취소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그렇기에 자사고는 설립 취지에 벗어난 운영을 하거나 사회적 논란을 일으킨다면 폐지돼야 하는 것이 정당하다.

자사고는 공교육의 내실화 보다는 ‘교육 불평등’을 가속화시켰다. 자사고의 등록금은 일반고 등록금의 3배다. 이러한 높은 진입장벽은 학생들이 경제적 환경에 상관없이 교육받을 기회를 보장받기 힘들게 한다. 결국 상대적으로 부유한 계층이 자사고에 진학할 기회가 높아지게 된다. 또한 자사고는 자율운영을 핑계삼아 일반고의 약 1.5배에 달하는 국·영·수 중심 교육과정을 운영한다. 결국 일반고 학생들은 자사고 학생들을 따라 잡기 위해 사교육의 비중을 늘리게 될 수 밖에 없다. 이는 공교육의 비중을 높이자는 설립 취지에 벗어난다.

최근 서울시교육청이 18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60.7%가 자사고를 일반고로 전환하는 것에 찬성했다. 또한 지난 2014년 6월 4일에 실시된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당선된 교육감들이 공통적으로 내놓은 공약이 자사고 폐지이다.

이처럼 다수가 문제라고 생각한다면 그 제도는 재고하는 것이 맞다. 소수의 자사고 학생이 득을 보고 다수의 일반고 학생이 실을 본다면 이는 과연 누구를 위한 정책인가. 지금은 민주 사회의 의사 결정 방식인 다수결의 원칙을 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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