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금 신용카드 결제, 도입해야 하나
등록금 신용카드 결제, 도입해야 하나
  • 심건후 기자
  • 승인 2014.11.08
  • 호수 14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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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의 요구와 학교의 이해관계 대립돼

지난달 27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신성범<새누리당> 국회의원이 신용카드로 대학등록금을 납부할 경우 대학이 부담하는 수수료율을 1% 미만으로 제한하는 ‘고등교육법 개정 법률안’을 발의했다. 현재 대학이 카드사에 부담하는 수수료율은 2014년 8월을 기준으로 최대 2.7%(건양사이버대학교, 순천제일대학교)다.

대학 등록금을 신용카드로 결제해야 한다는 사회의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앞서 언급한 의정 활동 이외에도 지난달 27일 JTBC에서는 등록금 카드결제 현황을 분석해 보도했고 데일리안, 국민일보와 같은 언론사에서도 이와 관련한 기사를 내보냈다. 하지만 우리 학교 측은 물론 서울캠퍼스 총학생회(이하 총학)에서도 등록금을 신용카드로 결제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에 회의적인 입장이다.

신용카드 결제 현황과 제도 도입
서울 소재 7개 대학(고려대, 서강대, 서울대, 성균관대, 연세대, 이화여대, 한양대) 중 신용카드를 통한 등록금 결제가 불가능한 대학은 우리 학교와 고려대 두 곳뿐이다. 나머지 5개 대학에서는 신용카드를 통한 등록금 납부를 허용하고 있다.

신용카드 결제가 가능한 5개 대학을 살펴보면, 올해 8월을 기준으로 카드 결제를 통해 등록금을 납부한 학생의 수는 서울대가 2천 766명으로 가장 많았다. 2014년 서울대의 재학생 수가 1만 6천 496명인 것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수가 신용카드를 통해 등록금을 결제한 셈이다.

신용카드를 통해 등록금을 결제한다면 분할 납부를 하더라도 당장 1백만 원 가량의 목돈을 마련할 수 없는 학생과 학부모의 부담이 완화될 수 있다. 신용카드로 등록금을 결제하면 지금 당장 지불할 돈이 없는 학생들이 등록금의 지불을 유예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같은 장점에도 대학이 카드사에 지불하는 수수료가 대학 재정에 부담이 되기 때문에 제도 정착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따라서 신용카드 결제를 주장하는 쪽에서는 대학 측의 수수료 부담을 완화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신 의원은 “대학이 부담하는 가맹점 수수료율이 등록금의 1.1~2.5% 수준에 이르고 있어 신용카드 납부에 의한 비용 증가가 오히려 대학 등록금 인상의 요인이 될 수도 있다”며 “이에 가맹점 수수료율을 제한함으로써 경제적 부담을 완화하려 한다”라고 밝혔다. 또한 현재 대학이 자율적으로 신용카드를 통한 등록금 결제 여부를 선택하고 있지만 이를 의무화하겠다고 덧붙였다.

윤관석<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 의원실에서는 등록금 결제에 있어 학생과 학부모의 선택권을 강조했다. 윤 의원 측은 “등록금 납부시기에 목돈을 마련할 수 없는 학생들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학교 측이 제도적으로 신용카드 결제를 막아서는 안 된다”며 “등록금 결제 시 신용카드 수수료율을 낮추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학교 측과 총학 측 모두 필요성 못 느껴
이 같은 개정안에 대해 학교 측은 ‘실상과 동떨어진 법안’이라는 의견을 내비쳤다. 등록금을 신용카드로 결제하게 되면, 학교 측은 가맹점 수수료는 물론 중개업체에도 수수료를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신용카드로 등록금을 결제하는 학생이 늘어날수록 학교는 신용카드 결제 수수료에 대한 예산을 더 많이 편성해야 한다.

학교 측은 학교가 부담하는 수수료도 문제지만 학생이 부담하게 될 신용카드 이자 역시 신용카드를 통한 등록금 결제 방식을 도입하는데 주저하게 되는 요인이라고 밝혔다. 양정숙<경영부총장 재무팀> 팀장은 “신용카드 지불 시스템은 이미 구축된 상태다”며 “하지만 신용카드로 등록금을 결제하면 학교와 학생모두 비교적 높은 이율을 지불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신용카드를 통해 등록금을 결제할 수 있는 학교의 경우 학생들은 비교적 높은 이율의 이자를 지불하고 있다. 서울대의 경우 △농협BC·NH카드 △신한카드 △우리카드를 통해 등록금을 결제할 수 있고 이때 학생이 부담하는 할부 수수료율은 모두 연 9.8%로 같았다. 3개월 할부까진 이자가 면제되지만 4회에 걸쳐 분할 납부를 할 수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큰 혜택은 아니다.

또 학교 측에서는 신용과 한도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학생마다 신용이 달라 한도가 다르고, 학생이 신용카드사에 상환을 늦게 할 경우 자칫 신용불량자를 양산하는 제도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박기준<경영부총장 재무팀> 과장은 “신용카드를 통한 등록금 결제가 학생들에게 필요하고 또 시급한 사안이라면 의견을 반영해야 하는 것이 맞다”며 “하지만 학자금 대출을 이용하면 더 저렴한 이율로 등록금을 납부할 수 있는 상황에서 제도를 강제하는 것은 무리수”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한국장학재단에서 제공하고 있는 ‘든든학자금’의 경우 신용등급과 등록금의 액수에 상관없이 전액 대출이 가능하며, 대출 이자는 2014년 2학기를 기준으로 연 2.9%(변동금리 적용)다. 또한 상환의 기준이 되는 소득 이상이 발생하기 이전에는 원금과 이자의 납부를 소득 발생 이후로 유예할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살펴봤을 때, 한국장학재단의 등록금 대출 제도를 두고 신용카드 납부 제도를 강제하는 것은 무리라는 것이 학교 측의 논리다.

학생 사회 역시 신용카드 납부 제도의 실효성에 대해서 회의적인 반응이다. 서울캠퍼스 부총학생회장 신하섭<인문대 국어국문학과 10> 군은 “학생들 사이에서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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