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학술정보관 성동구민에 개방…분분한 의견 오가
백남학술정보관 성동구민에 개방…분분한 의견 오가
  • 최정윤 기자
  • 승인 2014.11.08
  • 호수 14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3일 서울캠퍼스 총장실에서 ‘성동구-한양대 도서관학술정보 공유 협약식’이 진행됐다. 성동구와 우리 학교 서울캠퍼스 간 지역 연계의 하나로 백남학술정보관(이하 백남)이 성동구 주민에게 개방된 것이다. 만 19세 이상인 성동구민은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10시, 토요일 오전 9시부터 오후 12시까지 백남 출입이 가능하며 소장 자료의 대출은 불가능하다. 성동구민은 방문자 확인대장에 주소를 기재한 뒤 신분증을 제시할 경우 지하 열람실을 제외한 지상 층을 사용할 수 있다.

지난 주부터 성동구민들은 백남 출입이 가능해졌지만, 협약 이후 학생들에게 제공되는 혜택은 협의 중에 있다. 학교 측은 세부 논의를 통해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나아가겠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논의된 혜택은 △구립도서관 회의실 및 영화감상실 대관 시 한양대생 우선 고려 △구립도서관 아르바이트 채용 시 한양대생 우선 고려 △독서회원카드 발급수수료 무료 △대출권수 상향 등이 있다. 학교는 추가 혜택으로 △구립도서관 문화강좌 할인 △관내 아트홀 대관이나 공연 시 혜택 등을 계획 중이다. 혜택은 성동구 내 여섯 개 구립도서관에서 모두 적용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 본지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백남학술정보관 개방 시 ‘출입가능 인원의 확대로 인한 공간 부족’ 문제를 걱정하는 학생들이 많았다. 특히 구민들에게 개방을 논의 중인 1층은 이미 많은 학생들이 사용하고 있다.


본지가 실시한 이용 혜택의 실효성에 관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대다수가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혜택이 일부 성동구 근처 거주자 학생들에게 제한적이라는 것이 그 이유다. 타 지역에서 통학하는 장우정<사회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14> 양은 “성동구립 도서관을 이용할 이유가 없기 때문에 학교 도서관 자리만 뺏기는 느낌”을 받았다고 전했다. 하지만 학교 측은 “성동구 내의 4년제 대학은 한양대가 유일”하다며 지역 사회에 공헌하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을 하던 중 성동구 쪽에서 먼저 연락이 와 좋은 취지로 사회에 이바지하고자 했음을 설명했다. 좋은 목적의 연합이라는 생각이었기에 학생들의 의견을 미처 수렴하지 못했고 홍보와 설명이 부족했던 점에선 준비가 미비했다고 양해를 구했다. 이어 앞으로의 논의를 통해 세부 사항을 조율할 것을 표명했다.

 학생에게 미공개 된 협의 과정
협약은 지난 9월 18일 성동구청 문화체육과 도서관 팀장 및 실무자가 백남을 방문해 협약과 관련된 논의를 하면서부터 시작됐다. 백남 개방에 관한 내용은 지난 달 21일 페이스북 페이지 ‘한양대학교 대나무숲’에 게시된 글을 계기로 학생들에게 알려졌다. 이에 대다수의 학생들은 댓글과 민원 글을 통해 부정적인 견해를 내비췄다.

그 후 학교 측은 지난 달 23일 총학생회(이하 총학) 측과 두 차례에 걸쳐 면담을 진행했다. 총학은 2차 면담에서 △간담회 개최 △개방 시 우려되는 지점들에 대한 대책 마련 △모호한 성동구청 혜택에 대한 확답을 요구했다.

따라서 지난 5일 간담회 자리가 마련됐다. 이미 협약은 체결된 상황이었다. 이날 간담회에서 학교 측은 실무 협약을 진행할 시 학생과 함께 해 학생들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겠다고 약속했다. 나아가 모호한 혜택에 관해선 도서관에 한정되지 않은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간담회의 학생 참여율은 저조했다. 참석인원은 학교 측 직원 5명, 총학생회 측 2명 그리고 언론사 측 3명이 전부였다. 참여한 기자가 이를 학교 측의 부족한 홍보와 2시라는 시간 때문이라고 비판을 제기하자, 학교 측은 “학생들의 수업 시간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라며 “다음에 자리를 마련할 땐 학생들이 많이 올 수 있는 시간에 자리를 갖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협약을 체결한 뒤 간담회를 가진 것에 대해선 각 기관의 일정 상 어쩔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학생 입장 들으려는 태도가 필요해
본지에서 우리 학교 학생들 320명을 대상으로 백남 이용률을 조사한 설문에 따르면 일주일에 백남을 3회 이상 이용하는 학생이 53%였다. 학생들 중 약 43.4%는 백남을 시험기간에 공부를 하기 위해 약 41.3%는 책을 빌리기 위해 도서관을 찾았다.

설문에 의하면 지하 열람실 및 휴게실을 주로 이용하는 학생은 108명으로 34%였다. 이는 학교 측이 소통한대에 게시한 글에 따르면 성동구민이 출입할 수 없는 공간이다. 반면, 성동구민이 사용 가능한 1층 북카페 및 각 층의 도서 열람실 등 지상 층을 주로 이용하는 학생은 76%였다. 학생들의 이용률이 높은 공간이 성동구민에게 개방되면서 학생들은 출입가능 인원의 확대로 발생할 공간 부족의 문제를 우려했다. 이어 관리 부족과 도난의 위험에 대한 우려가 잇따랐다. 정확한 정보가 공지 되지 않은 상황에서 백남 개방에 대해 학생들은 18% 찬성, 82% 반대의 반응을 보였다.

이에 대해 학교 관계자는 “학생들이 정확한 정보를 모른 채 선입견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며 “실제로 세부 협약은 정해지지 않았고 성동구와 한양대 간의 MOU(Memorandum of Understanding)만을 체결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MOU란 기관 간의 상호 제휴와 협력 등을 위해 맺는 다양한 형태의 문서로 된 합의사항을 뜻한다. 즉, 하나의 협약서로 정식 계약을 체결하기 이전에 이루어지는 양해각서로 세부적인 조항 없이 이루어지는 일종의 메모이다. 따라서 학생들이 불편함을 느끼고 불만을 제기한다면, 상호협의 후 추후 논의 및 변경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협약을 맺은 지 1주일이 된 시점이지만 실질적으로 백남에 출입한 성동구민은 한 명도 없었다. 김휘출<백남학술정보관 학술정보지원팀> 팀장은 협약에 대해 “도서관 간의 학술 정보 교류가 목적”이라며 “개인의 연구 활동에 필요한 자료를 교환하기 위한 협약”이었다고 전달했다. 때문에 “단순히 공부를 하거나 교양서를 읽는 등의 일상적인 용도보다는 대학의 전문적 자료를 이용하는 것을 권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병대<백남학술정보관 정보지원팀> 과장은 “성동구 측에서 먼저 제안해 왔고, 타대학 또한 도서관을 개방함으로써 지역 사회에 공헌하는 것이 트렌드”라며 “지역 사회에 봉사하는 개념으로 이해해주었으면 한다”라고 학생들의 이해를 구했다. 또한 의견수렴을 하지 못해 과정 상 순서가 잘못된 점과 부족함이 발생한 것에 대한 사과를 했다.

이에 총학은 “대학이 사회적 책임을 다 해야 하는 것에는 공감하지만 학생들의 공간인 도서관과 관련된 협약을 학생들에게 알리지 않고 진행한 것이 문제”라며 “아직 학생들의 우려가 충분히 해명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학내 구성원들과 토론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입장을 표명했다.

최정윤 기자 susan0827@hanyang.ac.kr
사진 한민선 기자 vvhan0920@hanyang.ac.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