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씨, 디자인이 되다
글씨, 디자인이 되다
  • 장예림 기자
  • 승인 2014.10.26
  • 호수 14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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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의 에술 캘리그라피

위 두 개의 이미지들은 최근 주목 받은 영화?드라마의 포스터다. 혹시 두 포스터 속의 공통점을 발견했는가? 위 포스터 속의 공통점은 바로 ‘손으로 흘려 쓴 듯한 글씨체’가 등장한다는 것이다. 이 글씨체는 아름다운 손 글씨라는 의미의 ‘캘리그라피’다. 최근 유행처럼 퍼져나가고 있는 캘리그라피는 드라마?영화의 포스터 뿐만 아니라 광고, 화장품, 식품, 간판, 잡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적용되고 있다.

타이포그라피, 캘리그라피 그리고 서예
캘리그라피(calligrapy)는 그리스어 ‘칼로스(kalls: 아름답다)’와 ‘그래피(graphy: 필적)’가 합성된 단어로 아름다운 필적, 서예, 능서를 의미한다. 도구와 관계없이 즉흥적으로 쓴 육필이며, 글자를 조형적으로 아름답게 묘사하는 기술 혹은 그렇게 묘사된 글자이다. 형태에 맞는 장식과 자연스러운 우연적 효과를 이용해 손으로 그려낸 독특한 분위기의 개성적 표현이 어우러진다.

캘리그라피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은 타이포그라피와 개념을 혼동하기도 한다. 타이포그라피는 디지털 화면상에서 자판(활자)을 쳐서 디자인 작업을 하는 것을 뜻한다. 디지털로 하는 작업이 아니라 사람이 직접 손으로 디자인하는 것을 캘리그라피라고 말한다. 캘리그래퍼로 활동하고 있는 박선영<한국캘리그라피디자인협회(KCDIA)> 이사는 “캘리그라피는 좁은 의미로는 아름다운 손 글씨이며 넓은 의미로는 손으로 쓴 모든 문자를 뜻한다”며 “사실상 문자라는 큰 카테고리 안에 타이포그라피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그런 타이포그라피 안에 캘리그라피가 속해 있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캘리그라피와 서예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목적성의 유무로 캘리그라피와 서예를 구분할 수 있다. 서예는 작가가 개인감정이나 사상을 글자체로 내보이는 순수 회화라고 말할 수 있다. 그와 반대로 캘리그라피는 어떤 내용에 적합한 로고 타이틀을 상업적인 목적으로 내보이는 것이다. 결국, 캘리그라피는 자기만족을 위한 작업이라기보다는 누군가를 위해 하는 작업인 경우가 많다. 박 이사는 “캘리그라피는 서예와 다르게 콘텐츠에 따라 상업적인 목적에 맞는 컨셉이 존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덧붙여서 “캘리그라피는 법을 중시하는 기존의 전통 서예에서 벗어난 창의성이 있는 글자를 말한다”고 전했다. 또한, 캘리그라피는 도구의 제한이 없으나 서예는 붓이라는 도구의 제한이 있다는 차이점을 가진다.


가까워진 캘리그라피
앞서 제시한 것처럼 상업적으로 쓰이는 사례 외에도 캘리그라피는 비상업 분야의 예술 활동으로 활발하게 활용되고 있다. 전시회에서 순수작품으로 선보이기도 하고 전시회, 공모전, 책 발급, 세미나 및 워크숍 등 문화 활동을 지원하는 한국캘리그라피디자인협회도 생겼다. 최근에도 한글날을 맞이하여 ‘한글’ 전시회가 열렸다. 2014 한국캘리그라피협회 회원전이 주최하는 ‘한글’전은 다양한 삶에 가치를 더한다는 모토를 앞세워 ‘한글’ 작품뿐 아니라 다양한 일상 작품(소반, 사진, 한지, 에코백, 목공예 등)들도 출시했다. 또한, 지난 8일 오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100명의 작가와 디자이너들이 참가해 한글의 과학성?우수성?아름다움을 작품화한 캘리그라피디자인전이 열렸다.

캘리그라피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자연스레 사람들에게 하나의 취미생활로 떠오르고 있다. 수강생의 수요가 늘어나 관련 강의가 늘어났고 캘리그라피 소모임이나 커뮤니티를 통한 공유 현상도 생겨났다. 우리 학교의 경우 ‘선을 그리다’라는 캘리그라피 소모임이 있다. 그와 더불어 한국캘리그라피디자인센터에서 주최하는 캘리그라피 자격증도 생겼다. 김대규<지인심 캘리그라피> 대표는 “캘리그라피를 수강하는 사람들이 해마다 거의 배로 증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 이사는 최근 캘리그라피가 주목받고 있는 이유를 “웹디자인이나 IT디자인이 주목받듯이 사실 유행인 셈이다”라고 설명했다.  높은 수준의 창작은 못 해도 한국인이기에 누구나 한글을 쓸 수 있다는 캘리그라피에 대한 높은 접근성 때문인 것이다.

사람들이 캘리그라피에 시선을 돌린 이유 중 하나는 정형화되어 있지 않고 자연스러워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는 것이다. 두 번째로 사람들 내면에 있는 암묵적인 아날로그적 감성을 동양적인 먹의 아름다움, 여백의 미로 표현하기 때문이다. 또한, 캘리그라피는 상업적인 면에서 특정한 대상에 적합하게 만드는 목적성 있는 작업이라는 가독성이 있다. 그와 더불어 상업적이지 않은 순수 예술로써는 자기표현의 길로써 글자 쓰는 자체의 의미?정신수양과 같은 심리적 문제를 다스려 충분히 취미로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캘리그라피의 발전

캘리그라피는 다른 예술?디자인 작업들과 마찬가지로 ‘기초’를 바탕으로 ‘창의성’과 ‘독창성’이 필요한 디자인 영역이다. 박 이사는 “어떤 목적에 맞게 쓰여진다면 그것이 바로 좋은 글씨인 것이다. 캘리그라피에서는 다른 요소와의 조화로 콘텐츠의 컨셉에 부합하는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캘리그라피는 높아진 인기에 따라 실시간으로 수많은 작품이 나오면서 이른바 ‘중구난방’이 됐다. 박 이사는 “수많은 작품이 과도하게 등장하면서 캘리그라피가 가진 예술적 가치가 하락하고 있다”고 말했다. 누구나 따라 하기에 급급하다 보니 캘리그라피의 ‘희소성’이 사라졌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문제점에 대해 박 이사는 “작품을 내보일 때는 조심스러워야 한다. 캘리그라피라고 이름을 붙여서 발표할 때는 과연 그 작품이 캘리그라피라는 이름에 합당한 지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무분별한 사용을 줄이며 검은색으로만 사용하지 않고 다양한 색채와 도구를 사용해 다양한 표현을 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시사했다.

상업, 순수 예술 분야 이외에도 캘리그라피의 역할이 확장될 수 있다. 김 대표는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는 공공디자인 영역으로 캘리그라피가 다양하게 응용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서 “우리나라를 소개할 수 있는 수단으로 한글 캘리그라피가 글로벌하게 발전해야 한다”고 전했다.

자료 제공: 박선영<한국캘리그라피디자인협회(KCDIA)> 이사
이미지 출처: 구글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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