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바뀔 수 있는 여행의 조건
생각이 바뀔 수 있는 여행의 조건
  • 이 훈 교수<한양대 관광학부>
  • 승인 2014.10.05
  • 호수 14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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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프리트 푀쉬부르트의 ‘여행의 역사’(1997)에서 “사람들은 여행을 책 중의 책으로 생각했고, 여행에서 돌아온 사람은 교양 있는 사람으로 어딜 가나 환영받았다”고 묘사하고 있다. 이렇게 여행자는 “새로운 이념을 소개하고 세계에 문화를 개방하도록 했으며 사람들을 자극했다”고 적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여행은 “편견을 제거했고 서로를 알게 했으며, 여행을 통해 사람들은 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었고 인간적으로 변했다”고 기술하고 있다.

한국인은 2013년 약 1,500만 명이 해외여행을 하였고, 국내여행도 약 3,100만 명이 참가하였다. 더구나 한국에 방문하는 외래 관광객 증가폭이 높아지고 있어 올해는 1300만 명이 방문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고, 2018년에는 2000만을 목표로 하고 있다.
초기 여행은 장소 중심이었다. 그래서 여행을 위해 많은 장소를 선택하고 방문했다. 실제로 우리나라 해외여행이 시작될 때는 태국 등 동남아 중심으로 4박 5일 만에 서너 개의 나라를 방문하는 방식이었다. 그리고 이렇게 많은 장소를 보는 것이 성과 있는 여행으로 생각했다.  현재 주요 여행 장소는 확대됐지만, 아직도 일부는 이런 여행의 형태가 남아 있다.

일반적으로 여행은 일상적 장소를 떠나 새로운 장소로의 이동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이것은 물리적 거리와 장소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새로운 장소에서 익숙지 않은 자극과 낯선 만남은 오랜 나의 편견과 충돌한다. 지금껏 가졌던 타성에 부딪히고 습관을 공격한다. 그 과정에서 새로운 영감이 떠오르고 새로운 생각으로 전환된다. 여행은 고정관념을 부수는 창조과정이다.

여행은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임에 분명하다. 일상과 달리 여행자들은 서로 쉽게 말을 건네고 서슴없이 친해진다. 나이, 인종, 종교나 정치사상에 상관없이 자유롭게 토론하고 전달하고 받아들인다. 여행에서 만난 동료 간에는 언어적 불편함마저도 소통을 심하게 방해하지는 않는다.

여행이 생각을 바꿀 수 있고 쉽게 사람과 어울릴 수 있는 것은 내면의 ‘여유’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행은 여유로부터 시작된다. 여유가 없으면 여행은 단순한 이동이고 관람이다. 마음이 준비되지 않고서는 자극도 소용없어진다. 상자 속에 꽉 들어찬 블록이 움직이지 못한 채  그대로 유지되는 것과 같다. 빈 공간이 있어야 블록은 덜컹거리는 자극을 통해 상자 속에서도 움직여질 수 있다. 마찬가지로, 빽빽이 들어찬 마음의 공간에서는 움직임이 어렵고 변화도 일어나기 쉽지 않다. 상대적으로 여유로움의 비어있는 공간에서만 관념을 뒤바꾸고, 섞이게 하고, 이동시키고, 마침내 변화시킨다.

인간은 움직이고 여행하는 존재이다. 이제 우리는 보편화된 여행의 시대에 살고 있고, 여행은 우리 삶에서 필수적인 행복권이 되고 있다. 여행을 하느냐, 또는 얼마나 자주 하느냐 보다 어떤 여행을 하느냐가 중요하다. 좋은 여행은 생각이 바뀔 수 있는 여유있는 여행이 되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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