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뜨기 전이 가장 어두운 법
해뜨기 전이 가장 어두운 법
  • 송다빈 기자
  • 승인 2014.10.04
  • 호수 14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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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친구들」의 이도윤 감독을 만나다

영화 「좋은 친구들」의 포스터

친구를 의심한 순간 지옥이 시작되었다. 세상에 둘도 없는 우정을 나눈 세 남자 현태, 인철, 민수. 거액의 현금이 사라진 강도 화재 사건으로 현태의 가족이 죽고 사건은 미궁에 빠진다. 수사 과정도 경찰도 의심스러운 현태는 사건을 집요하게 파헤치기 시작하고 인철과 민수에게 도움을 청한다. 그러나 사건을 파헤칠수록 믿었던 친구들마저 의심스러워 지는데……

영화「좋은 친구들」줄거리 출처 : 네이버 영화

요즘 대학생들은 대부분 수능 성적에 맞춰 대학에 진학하고 전공과 관계없이 취업을 위한 공부에 매진한다. 본지는 「좋은 친구들」로 신인 감독으로 데뷔한 영화감독 이도윤<예체대 연극영화학과 99> 동문에게 전공과 꿈의 관계에 관해 물었다. 그를 통해 전공과 직업이 일치한 삶을 간접경험 해보자.

첫 상업영화 「좋은 친구들」
한대신문(이하 한)
: 네티즌 사이에서 ‘친구와의 관계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영화’라는 평이 많은데 이번 영화를 통해 무엇을 말하고자 했나요?
이도윤 감독(이하 이) : 학부 시절 사회학 교양 수업에서 인간관계에 대한 강의를 듣고 영화에 대한 가치관이 정해졌어요. 지금까지 총 11개의 시나리오를 썼는데 장르는 모두 다르지만 하는 얘기는 다 ‘인간관계’에요. 특히 「좋은 친구들」에서는 단순히 친구 관계뿐만 아니라 나 이외의 모든 사람과의 관계까지 다시 생각해보게 만드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어요.

: 첫 영화를 찍으면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가요?
: 배역과 비슷한 배우를 섭외하려 노력했어요. 또, 인간관계를 담는 내용이다 보니 배우들을 배역과 거의 100% 일치하게 하기 위해 배우들 스스로 배역에 빠져들기를 원했어요. 이광수 씨는 토하는 장면을 찍기 위해 소주 3병을 연달아 마시고 실제로 토를 20번 했어요. 주지훈 씨는 30살이 넘은 보험설계사 역을 소화하기 위해 매일 야식을 먹고 술을 마시는 것을 반복해 살을 10kg 찌우기도 했어요. 영화의 내용상 점점 더 피폐해져 가는 모습을 담기 위해 배우들이 술에 절어서 촬영장에 나타나면 손뼉을 치기도 했어요. 그만큼 배역과의 일치성에 신경을 많이 썼어요.

인터뷰 중인 이도윤 영화감독의 모습



장래희망 → 전공 → 직업 : 영화감독
: 언제부터 영화감독이 되는 것이 장래 희망이었나요?
: 고등학교 때부터였어요. 동네 단골 비디오방에 거의 살다시피 하면서 주인아주머니 대신 가게를 봤어요. 몰래 야한 비디오를 보기 시작하면서 영화에 눈을 떴어요. 지루한 영화라도 혹시나 야한 장면이 나오지 않을까 하며 수많은 영화를 끝까지 봤어요. 나중에는 안 본 영화가 없을 정도였어요. 특히 오손 웰즈 감독의 「시민 케인」이라는 영화를 보고, 이 영화를 리메이크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무엇인가를 잃어가는 것에 대한 보편적인 정서를 영화에 담고 싶었어요. 그때부터 영화에 관심을 두기 시작하며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 되어야지 결심했어요.

: 연극영화학과 학부 시절 어떤 학생이었나요?
: 영화와 연애 딱 두 가지만 하는 단순하고 평범한 학생이었어요. 주중에는 연애하며 공부를 하고, 주말에는 영화를 찍었어요. 제가 재학생일 당시에는 무조건 단편영화를 5편 이상 찍어야 졸업할 수 있었어요. 그때 당시에는 짜증 나고 힘들었지만 ‘실전성’을 배웠어요. 이런 경험이 있었기에 현장을 나가도 낯설지도 않았고 오히려 준비하는데 자신감이 붙었어요. 또한 ‘품앗이’의 개념으로 동기들 영화에 스텝까지 한 적도 있어요. 한 학기에 30번 이상 스텝으로 참여할 정도로 ‘의리남’이었어요.

: 대학을 졸업하고도 10년을 준비한 뒤 첫 영화를 완성하셨는데 그 시간 동안 영화감독의 길을 포기하고 싶었던 적이 있었나요?
: 졸업을 하고 난 다음에는 생계를 책임져야 한다는 점이 가장 힘들었어요. 당장 잠을 잘 집도 없었고, 심지어 차비도 없어 외출을 못 할 정도였어요. 하지만 어렸을 때부터 꿈꿔 왔던 영화감독을 포기하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었어요. 단편 영화제, 시나리오 공모전에서 받은 상금과 자신감 하나로 버텼어요. 특히 30살에서 35살까지 시나리오만 쓰던 시기에는 이 시나리오가 지금 당장은 돈이 안 돼도 언젠가는 무기가 될 거라는 생각으로 글만 썼어요. 그때 당시를 생각해보면 아찔하긴 해요. 하지만 통장에 돈이 쌓여 있는 것보다 시나리오가 쌓여 있는 게 저에겐 더 행복이에요. 꾹 참고 한 게 아니라 내 꿈을 위한 일이니까 버텼던 거 같아요. 영화 「다크나이트」에 나오는 말처럼 ‘해뜨기 전이 가장 어두운 법’이니까요.

한 : 전공에 대한 거부감과 회의감을 가지고 있는 대학생들에게 한마디 해주세요.
이 : 요즘 학생들은 본인의 꿈을 몰라 점수에 맞춰 대학을 가고, 거기에 맞는 삶을 사는 것 같아 불쌍해요. 그들의 잘못이 아니라 사회 체계 자체가 학생들을 대기업의 직장인, 공무원을 꿈꾸게 만들다 보니 타인이 정해주는 꿈과 자신만의 꿈을 구분하지 못하는 거죠. 뻔한 말 같지만 그것을 깨부셔야 해요.
잘난 척으로 들리겠지만 더 높은 점수를 받아야 했다면 더 열심히 공부했을 거 에요. 점수를 얻기 위한 공부가 아니라 영화를 하기 위해 그 점수를 얻어야 했어요. 저는 가고 싶은 학과에 점수를 맞춘 사람이에요. 점수가 목표가 아니라 제 꿈을 위한 수단이었던 거죠. 우선순위가 바뀌어서는 안 돼요. 영어공부가 꿈을 위한 수단이라면 최선을 다해 해야겠지만 그게 목표가 되는 것은 옳지 않아요.


: 전공에 대한 거부감과 회의감을 가지고 있는 대학생들에게 한마디 해주세요. : 요즘 학생들은 본인의 꿈을 몰라 점수에 맞춰 대학을 가고, 거기에 맞는 삶을 사는 것 같아 불쌍해요. 그들의 잘못이 아니라 사회 체계 자체가 학생들을 대기업의 직장인, 공무원을 꿈꾸게 만들다 보니 타인이 정해주는 꿈과 자신만의 꿈을 구분하지 못하는 거죠. 뻔한 말 같지만 그것을 깨부셔야 해요. 잘난 척으로 들리겠지만 더 높은 점수를 받아야 했다면 더 열심히 공부했을 거 에요. 점수를 얻기 위한 공부가 아니라 영화를 하기 위해 그 점수를 얻어야 했어요. 저는 가고 싶은 학과에 점수를 맞춘 사람이에요. 점수가 목표가 아니라 제 꿈을 위한 수단이었던 거죠. 우선순위가 바뀌어서는 안 돼요. 영어공부가 꿈을 위한 수단이라면 최선을 다해 해야겠지만 그게 목표가 되는 것은 옳지 않아요.

이도윤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 10년 만에 감독으로 데뷔를 하셨는데 부모님의 반응은 어땠나요?
: 영화에 대해 잘 모르시는 부모님께서는 10년 넘게 제가 무슨 일을 하는지도 모르셨어요. 영화 시사회가 가족 잔치였을 정도로 이번 영화가 개봉한 후에 누구보다 좋아하셨죠.  아마 영화 개봉 후 지인 분들, 친구 분들과 누구보다 제 영화를 많이 보셨을 거 에요. 다음 영화도 많이 기대하고 계시답니다.

: 이도윤 감독님께 좋은 친구들이란?
: 저에게 좋은 친구들이란 가장 신경 써야 하는 친구들이라고 생각해요. 실제로 이번 영화의 모티프가 된 친한 친구들이 있어요. 놀 때는 편하게 놀지만 사소한 부분에서 부딪히는 일이 없게 제일 조심하고 있어요. 아무리 친한 친구라도 인간관계가 한순간에 틀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돼요.

: 영화감독 이외에 다른 직업을 가질 계획은 있으신가요?
: 현재는 기자가 주인공인 액션 스릴러 영화를 준비하고 있어요. 제 인생의 최종 목표는 소설가로 등단하는 거에요. 사실 영화감독이라는 꿈을 꾸기 전 소설가가 되는 게 꿈이었거든요. 그래서 이번 12월부터 신춘문예 공모전에 참가할 예정입니다. 소설은 나이 제약도 없고, 분야도 무궁무진하므로 영화보다 관대한 면이 많거든요. 더 나이가 들어서는 소설을 쓰면서 어촌의 어부가 되어 여유로운 삶을 살고 싶어요.

: 당신이 스무 살로 돌아간다면 무엇을 하겠습니까?
: 저는 다시 20살이 된다고 해도 지금과 100% 똑같이 살아갈 거에요. 힘들었던 시절도 많았지만, 그 경험들이 모여 지금의 이도윤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저는 지금도 제가 영화감독이 된 것에 감사해요. 저는 현장에만 나가면 아드레날린이 폭발하고 긴장되는 촬영 순간이 너무 신이 나요. 20대면 공인된 청춘이잖아요. 어려운 일, 힘든 일 피하지만 말고 이것저것 많이 경험해보세요. 저는 제 일이 운명이라고 생각해요. 여러분도 십 년, 이십 년이 흘러도 항상 행복할 수 있는 일을 하세요.

사진 한민선 기자 vvhan0920@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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