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이 모여 날을 만들다
뜻이 모여 날을 만들다
  • 장예림 기자
  • 승인 2014.09.29
  • 호수 14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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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그 날’을 듣다

다음 달 4일 대구?대전?울산?전주?부산 5개의 도시에서 제 3회 한복데이가 열린다. 전통문화콘텐츠연구소와 한복진흥센터가 주최하는 한복데이는 문화체육관광부, 전주시청의 후원과 각 지역 대학생들의 주도 하에 열린다. 온라인을 통해 모인 젊은 층이 행사 당일 한복을 입고 플래시 몹이나 다양한 공연, 패션쇼 등을 펼치며 한옥마을과 어울리는 즐길 거리를 제공할 계획이다.

박세상<한복데이 기획단> 단장은 후배와 밥을 먹다 오간 대화에서 한복데이 기획을 시작했다.  “일본 사람들은 축제 때 전통 의상을 입고 나오는데, 우리도 한 번 전주한옥마을에서 한복을 입는 축제를 만들어 보자.”

박 단장은 아무도 도와주지 않고, 누구도 시키지 않았던 일을 바로 행동으로 옮겼다.

공감으로 시작하다
박 단장의 고향은 한국 전통의 수도라고 불리는 전주다. 그는 ‘불가능공장’이란 회사에서 전주의 대학가를 대학생의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하는 일을 했다. 그 후 전주한옥마을을 특색 있게 디자인하게 됐고, 한옥마을을 진짜 한옥마을답게 바꾸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결국, 박 단장은 전통의 수도인 전주에 맞게 자연스레 전통문화를 접하게 됐다고 말한다.

“한글은 일상적으로 쓰이지만 한복은 일상화가 돼 있지 않았어요. 이를 계기로 한복에 관심을 갖게 됐고 전주한옥마을을 디자인하는 과정에서 한복데이를 기획했죠.”

처음 해보는 일에는 항상 어려움이 따르기 마련이다. 한복데이를 처음 기획했을 때도 어려움이 있었다. 사람들의 인식 자체가 우리의 옷을 등한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한복에는 ‘불편한데 왜 입어?’라는 인식이 있었지만, 한복데이를 계속 진행하다보니 한복데이 게시물에 댓글이 2만개가 달릴 정도로 인식이 바뀌었다. 박 단장은 한복데이가 굉장한 의미를 갖고 있다고 말한다.

“사실 한복데이는 돈이 많이 필요한 일이에요. 그런데도 가능했던 이유는 많은 사람들이 ‘한복을 입자?한복을 지키자’는 이야기에 공감을 했기 때문이죠.”

실제로 시민들이 돈을 모으고 한복집 사장님들이 한복을 후원해주며 공연자들은 재능기부를 해줬다. 한복데이는 한복 입기의 필요성을 인식한 사람들이 협력하면서 만들어 낸 뜻 깊은 행사인 셈이다. 또한, 박 단장은 처음부터 돈을 벌기 위한 의도가 아니었기 때문에 사비를 썼다고 한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사비를 쓸 수 없기 때문에 지금 수익 생산의 구조를 고민하고 있다.

“행사를 계속 진행하기 위해 자생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를 올해 반드시 만들어 놓으려고 해요. 시?정부 기관의 도움을 받지 않아도 자체적으로 생산해 낼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싶어요.”

한복을 제대로 품다
이번 한복데이는 작년과는 다른 모습을 보인다. 전주에서만 열리던 한복데이는 5개의 도시로 확장됐고 전 연령층이 한복을 입을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또한 작년에는 입는 것 자체에만 신경을 썼다면, 올해는 제대로 입는 것을 중요하게 본다. 부스를 설치해놓고 한복을 제대로 입는 방법에 대한 안내를 진행한다. 박 단장은 신발의 경우 운동화를 제외한 단화 같은 단정한 신발을 신고 오라고 얘기한다.

“신발이나 장신구는 지원해 주지 못해요. 한복만 지원해 줄 수 있죠. 이번에 분야를 크게 세 가지로 나눴어요. 첫 번째는 한복을 제대로 입기, 두 번째는 즐겁게 입기, 마지막은 클럽 파티를 하면서 한복을 새롭게 입어보는 거예요. 한복데이는 ‘한 번 쯤은 한복을 제대로 알고 입자’는 취지가 담겨있어요.”

한복데이의 기획을 총괄하는 박 단장의 기대는 남달랐다. 특별한 행사가 없어도 일 년에 하루 정도는 국민들이 당연하게 우리의 옷을 입고 생활하기를 바란다.

“한복을 입은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돌아다닐 수 있는 관광지를 만드는 것이 첫 번째 목표에요. 두 번째로 잊고 지내온 우리의 것을 기억하자는 의미로 365일 중 하루는 국민들이 한복을 꺼내서 입는 거예요. 마지막 세 번째는 한복데이가 정말 한복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는 일터가 되게 하는 거예요.”

마지막으로 “나에게 한복데이란? 5글자로 답해주세요”라는 질문에 박 단장은 긴 고민 끝에 “자랑스러운 날!”이라며 6글자로 답했다.

박 단장은 인터뷰가 끝난 후에도 자리를 뜨지 못하고 며칠 후 있을 한복데이에 대한 이야기를 동료와 함께 나눴다.                                                           

이미지 출처: 박세상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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