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신경전달물질과‘나도 모르는 내 마음’
뇌 신경전달물질과‘나도 모르는 내 마음’
  • 한대신문
  • 승인 2006.05.07
  • 호수 12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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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현 <의대·신경생물학> 교수

일러스트 송예나
지난해 인기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에서 “남녀가 애욕을 느낄 때 뇌에서 도파민과 옥시토신이 분비되고, 세로토닌은 사랑하는 사람들이 서로의 단점을 못 보게 만든다”는 대화가 자연스레 나오게 될 정도로 신경전달물질에 관한 관심이 높다. 뇌신경전달물질과 인간의 마음에 대해 알아보자. <편집자주>

사랑의 감정은 정말 뇌 속 신경전달물질의 영향 때문일까? 여자의 뇌는 남자의 뇌구조와 태생적으로 다를까? 내 기분이 변화무쌍함은 내 의지력이 약해서일까 아니면 이 역시 내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뇌신경전달물질의 영향 때문일까? 이 모든 질문에 대한 대답은 “네”라고 한다면 우리 몸속에서 일어나는 생물학적 현상들에 의해 맥없이 무릎을 꿇는 듯 보이고 인간의 의지와 노력이 미약해 보인다고 하겠지만 역시 대답은 “네” 이다. 우리의 생각들, 느낌들, 행동들 가운데 상당수가 자동적으로 일어나며, 의식은 그것들이 일어날 때 알아차리게 될 뿐이다. 이를 뇌와 연결지어서 다시 정리해 말하면, ‘우리 뇌가 우리를 우리답게 만드는 것이다’. 또는 ‘당신의 자아는 당신의 뇌에 있는 시냅스에 의해 결정된다.’

뇌, 자아의 물리적 근원체

우리가 알고 있는 우주에서 가장 복잡한 구조를 가진 것은 아마도 뇌(brain)일 것이다. 뇌의 무게는 약 1.5 kg 정도 밖에 나가지 않지만 1백억개 이상의 신경세포와 각 세포당 1천~1만개의 시냅스들로 신경회로망을 이루고 있다. 이러한 뇌로 인해 인류전체는 엄청난 과학 기술적 진보를 이룩하게 됐고, 한 개인의 존재를 놓고 보았을 때는 뇌란 우리의 마음(정신), 인지, 감정과 동기(의욕)로 어우러지는 자아의 물리적 근원체이다. 그렇다면, 뇌가 어떻게 마음을 만들어 내는가라는 신경과학적인 질문이 대단히 중요하다. 이 질문에 대한 접근방식으로 철학적 관점이 중요할 수도 있겠지만 신경과학자들의 견해에서 보면 뇌의 시냅스들과 그들이 모여 형성하는 뇌 시스템이 선천적 또는 후천적 영향 아래서 발달하고 변화하는 과정의 연구 또한 질문에 대한 매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것이라 보여진다.  

사랑, 기분조절회로에서 시작
 
사람의 ‘기분’이란 어떤 자극에 대해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감정이지만 이처럼 추상적인 인간의 정신 영역인 ‘기분’도 의학적 설명이 가능하다. 생화학적으로 기분은 내적·외적 자극에 대해 일어나는 뇌 신경계의 종합적인 반응이기 때문이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우리 뇌에는 ‘기분조절회로’라는 것이 있고 이에는 뇌영역중 전두엽, 측두엽, 시상과 시상하부가 포함되며, 이들 뇌 영역은 각종 신경전달물질과 호르몬의 영향을 받는다. 기분조절회로의 항상성이 무너지면 기분은 정상 범위를 벗어나 지나치게 들뜨거나 우울하게 되고, 심하면 우울증, 조울증 등 기분 장애를 일으키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정신 기능이 뇌에서 어떻게 일어나는지 한 예를 들어서 설명해 보겠다. 인간의 여러 감정 중 사랑이란 감정의 신경적 원리에 대해 재미있는 연구결과들이 많이 있다. 만약 당신이 특별히 좋아하는 사람을 만났다고 치자. 좋아하는 사람을 본 시각적 자극은 시각계를 거쳐 전전두피질로 흘러들어간다 (사랑하는 이에 대한 영상을 기억에 집어 넣는다). 그 자극은 또한 측두엽이란 영역의 외현기억 시스템에 들어가 그 사람에 대한 기억들을 활성화시킨다. 동시에 애정과 관련된 피질 하부 영역들이 활성화된다. 애정회로들이 활성화되면 신체반응들이 개시되는데, 재미있게도 그리고 유익하게도 공포나 스트레스 회로들의 작동에 의한 놀람 반응들과는 반대이다. 그 사람을 피하는 대신에 더 가까워지려고 접근하게 되고, 이런 행동들은 몸 안에서 다른 생리적 반응들을 일으킨다. 이것이 사랑의 느낌이라 보여진다. 

정신적 문제는 뇌의 고장

뇌의 시냅스가 정신의 기본이라면 그 시냅스가 고장 났을 경우에는 무슨 일이 벌어질까? 셰익스피어는 이미 오래 전에 사람의 정신적인 문제들은 ‘뇌의 고장’ 때문이라고 말했다. 현대의학에서, 정신질환은 뇌에서 만들어지는 화학물질들의 불균형에 의한다고 보고 있는데, 이 화학물질들은 바로 시냅스 전달의 조절과 변형에 관여하는 핵심물질인 것이다. 정신상태를 결정하는 것은 이 화학물질들이 뇌 속에서 만들어지는 양, 전달 패턴, 작용 시냅스 부위의 정확도 등이며 이러한 요소들이 정상적으로 일어나지 않으면 정신분열증, 우울증, 불안장애 등을 겪게 되는 것이다.

뇌 시스템을 변경하기 위한 노력

이상의 몇가지 예에서 보듯이, 당신이 누구이며 어떻게 행동하게 되느냐에 대한 핵심은 당신 뇌의 여러 시스템들내, 그리고 시스템들 사이에서의 시냅스적 상호작용으로 결정된다. 그리고 시냅스적 상호작용은 신경전달물질에 의해 일어나는 것이다. 뇌의 시스템이 무너지면 정신이 붕괴되고 곧 자아가 붕괴된다. 우리가 뇌의 지배를 받음은 불행일 수 있으나 어쩌면 그것은 엄청난 기회로 다가온다. 왜냐하면 이 글에서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우리는 뇌 시스템을 새롭게 개선, 변형시킬 수 있는 능력도 가지고 태어났기 때문이다. 그에 대한 방대한 연구분야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인용: 시냅스와 자아-신경세포의 연결방식이 어떻게 자아를 결정하는가? 조지프 르두 지음 / 강봉균 옮김 도서출판 소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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