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임 속에 담긴 그만의 이야기
프레임 속에 담긴 그만의 이야기
  • 송유정 기자
  • 승인 2014.08.31
  • 호수 14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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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대 ERICA 다 찍어드립니다’라는 페이스북 페이지로 현재 좋아요 1,591개 (2014년 08월 27일 기준)를 얻고 있는 남자. 25살의 나이에 다시 대학교 1학년생이 된 남자. 사진기를 손에 들고 캠퍼스를 누비는 남자. ‘대한민국 국보급 캠퍼스를 찾아라’ 공모전에서 우리 학교가 1등을 차지하게 한 남자. 또 한편으로는 글 쓰는 것이 꿈이고, 앞으로도 글을 쓸 남자. 이 설명들은 모두 이융희 <국문대 한국언어문학과 11>군의 이야기이다. 그의 푸근한 외모에 숨겨진 뚜렷한 사진에 대한 철학들을 들어보자.

Q. ‘한양대 ERICA 다 찍어드립니다’라는 페이지는 언제, 그리고 왜 만들게 된 것인가?
A. 올해 5월 말쯤 만들었다. 처음에 페이스북 페이지 중 하나인 ‘대신 전해드립니다’처럼 ‘대신 찍어드립니다’같은 게 있으면 재밌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 생각을 하고 난 후 바로 페이지를 만들어버렸다. 결정적인 계기가 된 것은 한 동생이 우리 학교 학생도 아닌 안산 시민의 블로그에서 가져온 우리학교 양귀비 꽃밭 사진을 보여주며 “이거 오빠네 학교야? 진짜 예쁘다”라고 한 말을 들은 날이다. 정작 우리학교 사람들은 이런 교내 명소를 모르는 게 안타까웠고 그래서 페이지를 만들자는 결정을 하게 됐다.

Q. 그렇다면 본인이 생각하는 우리 학교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진 스팟이 있나?
A. ERICA캠퍼스는 그냥 전체가 다 아름답다. 우리학교에는 야생 새만 40종이 살고 있다. 또 양귀비 꽃밭이 있던 자리에 지금은 코스모스 꽃밭이 있다. 또 생태 습지공원에는 연꽃이 있고, 창업보육센터 뒤쪽에는 메타세콰이아 나무가 줄지어 서 있다. 또 우리학교 어딘가에는 계곡도, 등산로도 있다. 이렇게 숨겨진 공간들을 찾다 보면 그냥 캠퍼스 전체가 아름답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Q. 사진작가가 꿈인가? 직업으로서의 사진작가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A. 내 꿈은 글 쓰는 사람이다. 직업으로서의 사진작가는 생각만 해도 끔찍한걸? 사실 돈을 받고 일할 때는 딱 돈을 받은 만큼만 ‘일’하게 된다. ‘ERICA 다 찍어드립니다’는 재능기부나 자원봉사가 절대로 아니다. 그냥 내가 하고 싶은 플랫폼에 사람들을 끼워 넣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어떻게 찍어주세요” 가 아니라 “제가 이런 식으로 찍어드리고 싶은데 이 틀 안에서 마음껏 놀아 주세요” 라고 볼 수 있다.

Q. 글과 사진이 어떤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는가? 사진이 글이나 그림보다 특출난 무언가가 있다고 생각하는가?
A. 기본적인 건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사진 역시 예술의 분야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진은 내 얘기가 아니라는 점에서 차이가 난다. 사진은 내가 아닌 다른 피사체를 보고 그것을 담아내는 것이다. 반면 글이나 그림은 자신을 표현하는 수단이 된다. 사진은 현실을 대상으로 프레임을 만든다는 점에서 글이나 그림과는 차별화가 되는 것이 아닐까.

Q. 사진을 찍을 때 본인만의 철학이 있다면?
A.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 인물 사진은 그 사람 본연의 모습을 찾아야 하고, 풍경 사진은 내가 ‘예쁘다’라고 생각한 것을 남들도 예쁘다고 생각하고 공감할 수 있는 이유를 찾아 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인물을 찍을 때, 그 사람만이 가지고 있는 무언가를 발견하는 재미를 스스로가 느낄 수 있어야 한다.

Q. 사진을 찍는 이유가 무엇인가?
A. 재밌어서? 좋아서? 뭔가 거창하게 설명할 수는 없다. 음악이나 글은 ‘좋다’의 기준이 모호하다. 하지만 사진은 명확하게 보이는 ‘좋다’의 기준이 있다. 그래서 나처럼 글을 쓰는 사람이나 예술을 원래 하고 있던 사람들이 ‘반대가 끌리는 이유’처럼 쉽게 매료되는 것 같다.

Q. 마지막으로, 사진을 통해서 자신이 얻었다고 생각하는 가장 큰 것은 무엇인가?
A. 돈? 농담이다. 사람을 많이 얻었다. 지금 이 인터뷰를 하면서 만나는 당신도 결국 사진 덕분에 만난 게 아닌가.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는 가장 큰 수단이 나에게는 사진과 글이다. 사진을 찍으며 만들게 된 학회, 참여하게 된 프로젝트가 여러 개다. 무언가에 몰두하는 사람들은 모두 배울 점이 있기 마련이라서 사진을 좋아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다양한 것을 배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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