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세월호 참사를 막으려면, 문화개혁이 필요하다
제2의 세월호 참사를 막으려면, 문화개혁이 필요하다
  • 유재원 <사회과학대학 행정학전공> 교수
  • 승인 2014.06.02
  • 호수 14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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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순간부터 우리 사회는 제사보다는 젯밥에 더 많은 관심과 애착을 갖는 모습으로 변질되어 버렸다. 정치인, 기업인, 공무원, 교수, 종교인 너나 할 것 없이 주어진 지위에 부여된 역할이나 책임보다는 지위나 권력으로부터 흘러나오는 이익을 더 추종하게 되었다.

점점 더 많은 교수들이 상아탑에서 연구나 교육에 열중하기보다는 polifessor, bureaufessor, mediafessor가 되어 프로젝트를 수주하고 인맥 쌓는 사업에 기웃거리고 있다. 점점 더 많은 정치인들이 한국사회를 발전시킬 정책을 개발하는데 혼신의 힘을 다하기보다는 권력을 좇고, 정쟁을 일삼으며, 이권을 챙기는데 몰입하고 있다. 점점 더 많은 종교인들이 민중의 영혼을 위무하고 사회정화에 앞서기보다는 사회적 상도를 넘어 행동하거나 일반인들과 별 차이가 없는 저급한 언행을 일삼고 있다.

한마디로, 우리 사회는 각 영역에서, 실추된 도덕성 위에 배금주의가 난무하는 천민자본주의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과거에는 그렇지 않았다. 1950~70년대에 목돈을 마련하는 수단으로 어머님들 사이에 계가 유행한 적이 있다. 계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계원들 간에 절대적인 신뢰가 유지되어야 한다. 자신의 몫을 챙기고 도주하는 사람이 한명이라도 있으면 계는 유지되지 못한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러한 이유로 계가 깨졌다는 얘기는 거의 들어보지 못했다. 오히려 곗돈을 넣기 위해 매춘을 하거나 곗돈을 못내 자살을 했다는 소식들이 언론에 심심찮게 보도되었다.

요새는 회계 담당직원이 치밀한 감독과 감시의 눈을 피해 회사의 돈을 빼돌리다가 적발되는 사례들이 많이 발생하고 있는데, 아무런 제도적 견제장치가 없는 상황에서도 계원들 간에 신뢰가 유지될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당시에는 곗돈을 빼먹고 도망가는 것을 상상하지도 못하게 만들 정도로, 약속과 신뢰를 어긴 사람을 제재하는 강한 사회적 규범이 존재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미국 하버드 대학의 정치학과 교수인 Robert Putnam에 의하면, 한 사회의 건강도와 발전잠재력은 인적자본이나 물적자본이 아니라 사회자본에 의해 결정된다. 사회자본이란 사회구성원들 간에 협력을 촉진시켜 집단행동의 딜레마를 막아줄 사회생활의 특질인 신뢰, 사회적 규범, 네트워크를 의미한다. 사회자본이 발달한 사회는 경제적으로 발전하며, 정부부패가 줄어들고, 사람들의 심리적 행복도가 높아진다고 한다. 사람구성원들이 주어진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하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아버지로서의 역할, 공무원은 공무원으로서의 역할, 선생은 선생으로서의 역할, 정치인은 정치인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우리 사회에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정부조직 개혁, 인적 청산 등의 하드웨어나 휴먼웨어의 개혁이 아니라 사회의 모든 구성원들이 이익보다는 자신에게 주어진 다양한 역할들은 잘 수행하게 만드는 방향으로 문화웨어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세월호 사태가 문화웨어를 개혁하고 소실된 사회자본을 복구하기 위한 사회정화운동으로 발전되지 못하는 한, 제2의 세월호의 재발을 막기 어렵다. 국가개조는 문화개조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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