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짐’을 치유하는 ‘집’
마음의 ‘짐’을 치유하는 ‘집’
  • 이윤수 기자
  • 승인 2014.05.26
  • 호수 14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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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RICA 한양상담센터 김경욱 책임연구원을 만나다!

대학 생활은 사회생활의 첫걸음이다. 꿈에 그리며 입학한 대학,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생활이 큰 기쁨일 수 있지만 또 다른 이들에게는 새로운 고민거리가 될 수도 있다. 인간관계, 진로 등 심리적으로 다양한 압박을 받는 곳 또한 바로 대학이다. 이렇게 상처받은 학생들을 치유해주는 기관이 있다. 바로 우리 학교 ‘한양상담센터’이다. 95년부터 한양대 학생들의 마음을 치유해준 김경욱 책임연구원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한양상담센터는요!
한대신문(이하 한): ERICA 한양상담센터에서는 주로 어떤 일을 담당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김경욱 연구원(이하 김): 학교라는 공간은 학생들의 학문적인 탐구 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정서도 보장하는 공간이어야 합니다. 때문에 심리적인 어려움을 가지고 있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개인 상담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씩은 학생이 가지고 있는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상담을 실시합니다. 또한 성격이나 적성 등 본인의 정신건강수준을 궁금해 하는 학생들을 위해 심리검사를 진행 중입니다. 마지막으로 작년 2학기부터 ‘또래 상담자’ 육성프로그램을 만들어 운영 하고 있습니다.

한: 상담가라고 하면 막연하게 사람과 이야기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 학생들이 많은데 상담가는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담당하는지 궁금합니다.
김: 이곳에 찾아오는 대부분의 학생들은 마음의 상처를 입고 방문하는 학생들입니다. 그 상처의 원인에는 진로, 학업, 대인관계, 가족 등이 있습니다. 그 학생들의 상처를 아물게 해주기 위해 옆에서 함께 고민 해준다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단순히 수다를 떠는 것이 아니라 그 문제를 해결할 방안을 찾고, 그 과정 중에서 학생을 성장시키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한: 그렇다면 ‘또래 상담자’ 프로그램은 어떤 것인가요?
김: 단순히 상담자를 육성하는 프로그램을 넘어서, 우리 사회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사람을 교육한다는 표현이 적합할 것 같습니다. 또래 상담자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학생들은 전문상담연구원들로부터 체계적인 교육을 거쳐 수료합니다. 이외에도 지역사회 청소년들을 위해서 봉사를 계획하고 시행하고 있습니다. 작년에는 애초 예상했던 수보다 많은 83명이 수료했습니다. 우리 학교의 건학이념인 사랑의 실천을 이행하고 있습니다.

상담, 나를 이끌다
한: 원래 상담가라는 직업이 꿈이었나요?
김: 고등학교 때 제 꿈은 ‘인권변호사’ 였습니다. 억울하게 피해받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보고, 그들에게 힘이 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여러 이유 때문에 인권변호사의 꿈을 접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꿈 앞에서 좌절을 경험했지만, 오히려 전화위복하여 사람들에게 인권변호사라는 꿈을 심어주는 교육자가 되기로 했습니다. 결국 교육학과에 진학하고, 대학교 2학년 때 담당 교수님의 추천으로 ‘상담’이라는 분야에 처음 발을 딛게 됐습니다. 낯설기도 했지만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라는 제 가치를 실현하기에도 알맞은 수단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때 이후로 쭉 상담에 빠져 살아왔습니다.

한: 상담의 어떤 점이 가장 큰 매력인지 궁금합니다.
김: 내담학생의 변화과정을 함께하고 지켜볼 수 있다는 점이 상담의 매력입니다. 상담이 진행되는 중에 가져왔던 고민이나 문제가 조금씩 해소 될 때가 있습니다. 그로 인해 학생들의 얼굴에 웃음기가 보이기 시작할 때, 대인관계에 자연스러워지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옆에서 이런 모습을 지켜볼 때 상담의 매력에 더 빠지게 되는 것 같습니다.

한: 첫 상담을 기억하시나요? 그때 당시 기분은 어땠나요?
김: 95년도 서울캠퍼스 상담센터에서 처음 내담자를 만났습니다. 아직도 기억이 생생할 정도로 그때 당시는 많이 긴장 했던 것 같습니다. ‘내가 정말 이 사람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제 스스로에게 많이 들었습니다. 이제 막 수련을 끝낸 상태였기 때문에 오히려 내담자에게 누가 되지 않을까라는 심리적인 압박이 컸습니다. 그러나 시작이 반이라고, 시간이 흐르고 상담이 거듭 될수록 오랜 기간 수련했던 노력이 헛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한: 다른 상담센터도 많은데 굳이 한양상담센터를 선택하신 이유는 뭔가요?
김: 제게 있어서 한양대학교는 큰 의미를 가집니다. 저는 우리 학교 교육학과를 졸업했습니다. 제가 ‘상담’ 이라는 학문을 처음 배운 곳, 상담가라는 꿈을 가진 곳도 바로 우리 학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학생들이 저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더라도 다 내 후배 같다는 생각에 우리학교 상담센터에 지원을 했습니다.

▲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김여선, 김다솔, 박경진, 서준호, 김경욱, 고소희 한양상담센터 상담원이다

말이 아닌 마음으로 조언하다
한: 보통 대학생들은 꿈보다는 직업을 쫓다 방황하는 경우가 많은데 어떤 해결방법이 있을까요?
김: 제가 강의시간에도 학생들에게 강조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파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사실 중고등학교 때 꿈을 정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대학을 진학해야 합니다. 그러나 입시중심의 교육과정 때문에 대학이 목적이 된 우리나라에서는 어려운 일입니다. 때문에 대학에 입학하고 뒤늦게 본인에 대해서 다시 알아보려고 상담센터로 찾아오는 학생들이 있습니다. 그런 학생들을 볼 때마다 많이 안타깝습니다. 나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경험과 지속적인 자기 성찰이 필요합니다. 아직 20대 청춘인 우리 학생들이 내가 누구고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서 더 빨리 인식할 수 있다면 진로선택에 있어 후회 없는 선택을 할 수 있을 겁니다.

한: 대학에서 사귀는 친구는 진정한 친구가 아니라는 말이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김: 사실 저는 이런 말이 왜 생겼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단정 짓고 선을 긋는 학생들이 있기 때문에 오히려 이러한 부작용이 나타난다고 봅니다. 대학에서 사귄 친구도 인간관계에서 만난 똑같은 친구입니다. 물론 처음엔 어색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먼저 선을 긋는 것 보다는 본인의 마음을 먼저 열고 다가선다면 분명 좋은 친구를 한 명 더 사귈 수 있습니다. 대학 때 사귀는 친구가 오히려 평생 친구가 될 수도 있다는 점 명심하시길 바랍니다.

한: 상담가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선배 상담가로서 조언을 해주신다면 어떤 말을 해주실 수 있나요?
김: 상담가라는 길이 쉽지는 않습니다. 의욕만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아닙니다. 그만큼 남들보다 더 열심히 공부해야 하고, 나 자신에 대해서도 알아야 하는 게 상담사입니다. 상담을 잘 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나에 대한 이해가 가장 필요합니다. 이 수련과정이 정말 고되고 힘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극복해낸다면, 본인이 원하는 꿈,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조언해주는 일을 할 수 있습니다.

한: 마지막으로 어떤 상담가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하시는지 알고 싶습니다.
김: 인생을 살다 보면 굴곡이 있습니다. 힘들 때 지나온 굴곡들을 보면서 ‘아 그 때 상담선생님 덕분에 내가 일어설 수 있었지’ 라는 생각이 드는 든든한 버팀목의 역할. 학생들의 고통을 덜어주면서 그들의 디딤돌이 되어주는 역할을 해주고 싶습니다. 뒤돌아 봤을 때, 그래도 내 편이 있었구나 라는 생각이 들게 해주고 싶은 그런 상담가가 되는 것이 최종 목표입니다.

사진 송다빈 수습기자 dabin8035@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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