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존중하게 만드는 힘
당신을 존중하게 만드는 힘
  • 금혜지 편집국장
  • 승인 2014.05.26
  • 호수 14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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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장 후보 인터뷰는 서울권 대학언론 연합회(이하 서언회) 기자들이 올해 들어 가장 오랜 시간을 투자해 준비한 공동 프로젝트이다.

이번 기획을 준비하면서 느낀 점은 하나다. 우리는 이들에게 그리 매력적인 유권자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정말로 대학생이 힘센 유권자였다면, 대학생의 표가 판세를 좌지우지하는 힘을 가졌다면 후보들에게 이런 아쉬움을 느낄 수 있었을까.

지난 19일, 포털 사이트와 SNS상에서 새누리당 정몽준 후보의 반값등록금 발언이 엄청나게 화제를 모았다. 인터뷰를 참관한 기성언론들이 ‘정몽준, 반값등록금이 대학의 사회적 존경심 훼손시켜’라는 제목의 기사를 앞다퉈 내보냈기 때문이다.

본지 기자가 녹취한 바에 따르면 정 후보는 “일단 대학을 우리나라 최고의 지성이라고 하는데 표현을 반값 등록금이라고 하니까 최고의 지성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라며 “우리가 다른 표현을 사용해야겠다고 생각하는데 저는 반값등록금의 취지는 이해하죠”라고 말했다. 덧붙여 “최고의 대학 교육 기관으로서 사회적인 인식과 존경심이 떨어진 것 같아요”라고 발언했다.

기성 언론 기자들에게는 일부만 취재를 허용했지만 모든 과정을 공개했다면 훨씬 큰 파장이 일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인터뷰 말미에 스스로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기 때문에 서민의 어려움을 모르지 않냐고 비판을 많이 받는다”라고 말했듯, 서민이자 대학생의 입장에서 그의 정책에는 공감할 수 없는 부분이 많았다.

우선 정 후보는 교내에 유휴부지가 있는 학교에 규제를 풀어주고 기숙사를 짓게 해서 주거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서울 시내 대학 중 교내에 개발제한구역이 있는 곳이 몇이나 될까. 당장 우리 학교의 경우만 하더라도 더 이상 건물을 올릴만한 공간도 없어 매번 공간 활용에 대한 논의가 제기되고 있다.

이어 대학이 밀집한 지역에 ‘땅을 매입해 조금 아름답게 해주는’ 도시계획을 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2·30대 중심의 문화를 지원하기 위해 대학 밀집 지역에 조경을 하겠다는 논리는 지극히 개발 중심적인 사고이다. 대학생이 문화적 측면에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정책 자체에 대학생들에 대한 고려가 없다는 사실만이 불편한 게 아니다. 약속 시간 30분이 넘어도 도착하지 않는 모습, 일주일 전에 질문지를 전달했는데도 불구하고 전혀 정리되지 않은 맥락으로 답변하는 모습에서도 실망을 감출 수 없었다.

박원순 후보와의 인터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일단 대학생들과 대화할 자리를 만들었던 정 후보와는 달리 박 후보는 만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바쁜 일정은 이해하지만 정 후보의 인터뷰가 논란이 되자 굳이 자리를 만들지 않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박 후보가 정말로 대학생들과의 소통을 우선적으로 생각했다면 일정을 조금 변경해서라도 자리를 만들 수 있지 않았을까.

대학생을 위한 정책에 대학생에 대한 고민이 없는 것, 대학생과 자유롭게 소통할 기회를 최우선으로 생각하지 않는 것.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한다. 정치인들이 다 그렇지라는 생각으로 넘어가기에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너무도 쉽고 분명하다.

이미 진부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투표하자. 이는 우리가 유권자로 존중받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다. 후보들이 대학생을 신경 쓴다는 사실에 만족하지 말자. 20대들의 여론을 두려워하고 존중하게 하라. 그렇게 할 수 있는 힘은 당신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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