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하여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하여
  • 정대철 <사회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명예교수>
  • 승인 2014.05.18
  • 호수 14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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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가끔씩 “나는 누구인가?”, “지금 어디 있는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상황이 바뀌거나 시간이 지나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를 변하게 만드는 요소는 넘쳐난다. 새로운 것, 좋은 것, 편한 것, 달라지는 것들이 수시로 뽐내고 재빠르게 각색되어 유혹의 숨결로 재촉하고 있다. 또 시간이 가면서 위치가 달라지고 있다. 

입학했을 때의 기쁨이 졸업할 때도 이어질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은 다 같은 심정이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학생들을 종종 발견할 수 있어서 씁쓸하게 생각한 적도 여러 차례 있었다. 돌이켜보면, 시작을 잘 했어야 했다. 입학하면서 전공이며 단기적인 목표를 좀 더 잘 챙겼어야 하는데 그렇게 못한 것, 게다가 “아직 뭐 시간 있는데”라고 뒤로 미룬 것, 고등학생에서 벗어난 해방감에 몰두한 것 등 많은 실수가 출발점을 어정쩡하게 만든 원인들이다. 대학과정에서 너무 많은 분야를 섭렵하다보면 막상 진로를 결정하는데 방황하게 되는 부작용도 나타난다. 능력이나 재능이 부족한 것이 아니었다. 대학생과 대학의 의미나 가치를 찬찬히 살피고 나름대로 정리하였다면 아쉬움이나 후회는 줄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대학은 전공에서 가치를 찾아야 한다. 자기 전공에 대한 실력을 갖추는 것은 정체성을 확립하는 우선조건이다. 전공이 세부전공으로 분야가 나뉘어 있지만, 갈피를 잡는 것은 사회로 진출하는 경로를 마련하는 것이다. 또 집중할 수 있는 계기로 연결되기 때문에 전공에 대한 가치를 찾는 것이 수월해진다. 다중전공이나 복수전공은 연관성을 가질 때 보람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대학에서는 주전공에 대한 가치를 살리기 위한 부전공, 복수전공이 마련되어 있다. 

4년, 8학기는 결코 여유있는 긴 시간이 아니다. 마지막 학기는 어떻게 보내시는지? 실제로 7학기까지로 볼 수밖에 없는 현실이 되었다. 심지어는 그때에도 진로확정이 되었다는 말을 하기 어려운 상황까지 되었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7학기 동안에 전공에다 부전공, 또 어학연수나 해외봉사 등 감당하는 비중이 늘어났다. 한 한기에 한 과목을 마치는 공식적인 시간은 48시간이 채 안되기 때문에 스스로 채워 넣어야 할 양도 적지는 않을 것이다. 

학기마다 수강설계로 많은 품을 들이고 있는데, 필수보다는 선택이 많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자신의 결정이 중요하다. 결정에 따른 추진력에는 끈기와 뚝심도 필요하다. 이는 자부심과 같은 것이라고 본다. 어떤 경우에는 목표가 바뀌는 흔들림도 있었고, 또 최고의 가치만을 고집하는데서 오는 어려움도 들 수 있다. 학기마다 자기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좌표를 정하고 전공에 대한 긍지와 진출의 기회를 확장한다는 확신으로 매진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사회로 가는 길목에서 망설임이나 많은 상념들이 있다. 일이냐? 돈이냐? 잘 알려진 대기업이냐? 중소기업이냐? 등 피하기 힘든 많은 기준들이 발목을 잡는다. 자신의 결정도 중요하지만, 절제와 인내의 과정이 동반되어야 한다.

기대치를 낮추면 만족할 수 있지만, 최고로 잡아놓으면 만족도는 떨어지기 마련이다. 이미 주어진 가치에 급급하기보다는 자신이 만드는 가치를 위하여 노력하는 자세와 품격이 뚜렷하게 나타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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