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정의 다양함에 주목하라
과정의 다양함에 주목하라
  • 한대신문
  • 승인 2014.05.18
  • 호수 14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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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를 잡아주기보다는 물고기를 낚는 법을 가르치라.” 교육에 관한 대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비유다. 남의 지식을 일방적으로 받아들이기보다 스스로 문제를 정의하고 해답을 찾아나가는 것이 바로 교육에서의 ‘고기 잡는 법’일 것이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위에서 말한 ‘고기 잡는 법’은 누구의 방법인가? 고기 낚는 법이 한 가지밖에 없나? 물고기를 잡을 때는 미끼를 이용해서 하나씩 낚을 수도 있고, 넓게 그물을 쳐서 다양한 어종을 함께 거둘 수도 있으며, 심지어는 연못에 물고기를 키워서 잡을 수도 있다. 선생이 미끼낚시를 하면 나도 그렇게 해야만 하나? 남들이 낚시할 때 그냥 도랑치고 가재 잡으면 안되나?

대학 캠퍼스에서 물고기는 ‘지식’이고 우리 모두는 ‘낚시꾼’이다. 각자의 전공 분야(어종)가 있기에 학생들은 대학에 들어와서 해당 분야의 지식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배우고 익힌다. 그리고 배운 어종들을 잡기 좋은 곳에 낚싯대를 드리운다. 월척을 잡으면 A+를 받고, 아무 것도 못 잡으면 F를 받는다. 목표를 명확히 하고 잡고자 하는 어종에 신경을 집중하니 주변의 아무 것도 시야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렇게 잡은 물고기의 크기와 수대로 평가받고 꿈같던 대학 시절을 마무리한 후 바삐 돌아가는 경쟁사회 속에서 지쳐갈 즈음 문득 깨달을지도 모른다. 눈앞에 펼쳐져 있던 바다에 한번도 뛰어들어 본적이 없다는 것을.     

대학에 입학하기 전까지는 남이 숟가락에 떠주는 지식을 받아먹기만 했다면, 대학에서는 내 손으로 직접 지식을 떠먹는다고, 그래서 이전과 크게 다르다고 생각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자. 누구의 숟가락인지. 숟가락을 든 손의 주인만 바뀌었을 뿐 지식을 섭취하는 방법은 달라지지 않았을 수 있다. 지식은 숟가락으로 떠먹을 수도 있지만, 이빨로 깨물어 먹을 수도, 들고 마실 수도, 얼굴을 파묻고 흡입할 수도 있는 것이다.

모두가 ‘창조’, ‘혁신’, ‘성공’을 얘기하지만, 결과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의 다양함에 관심을 갖는 사람은 드물다. 모두가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는 곳에서 새로운 것이 잡힐까?

대학은 사실 남이 만들어 놓은 대로 지식을 섭취하는 곳이 아니라, 어떻게 지식을 얻고 만들어낼지를 끊임없이 고민하는 곳이어야 한다. 우리 대학의 학생들은 기존의 관습과 틀을 넘어 바다를 헤엄치며 가능성을 발견하는, 그렇게 스스로의 방식대로 대학 시절을 풍요롭게 만들어가는 사람들이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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