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폐소생술과 자동제세동기 A to Z!
심폐소생술과 자동제세동기 A to Z!
  • 전예목 기자, 최정윤 수습기자
  • 승인 2014.05.17
  • 호수 14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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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면 내 가족과 친구의 생명이 위험할 수 있습니다

본 기자는 최근 아찔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같이 밥을 먹던 동생이 갑자기 경련을 일으킨 후 의식을 잃고 쓰러진 것이다. 본능적으로 심폐소생술이 필요하다고 느꼈지만 어떻게 하는지 방법을 몰랐던 기자는 당황하며 구급차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미흡한 대처로 인해 동생이 죽거나 장애를 가지게 되는 것은 아닌지 얼마나 괴로웠는지 모른다. 다행히 경련으로 잠깐 의식만 잃은 것이었지만 위급할 수도 있었다는 의사의 말에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절대 심폐소생술을 사용할 일이 없을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이 가족과 친구의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음을 깨달았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심정지 발생시 생존율이 낮다. 강형구<의대 응급의학과> 교수는 “목격자에 의한 심폐소생술이 이뤄지는 비율이 스웨덴 55%, 미국 30.8%, 일본 27%로 높게 보고되는 반면, 우리나라는 일반적으로 10% 미만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라”며 “현장에서 심폐소생술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심정지 생존율이 선진국에 비해 낮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라고 했다. 기자가 속수무책으로 겪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심폐소생술과 자동제세동기(自動除細動器, AED)에 대해 알아보자.

심폐소생술과 자동제세동기(이하 AED)는 인공적으로 뇌에 혈액 순환이 되도록 돕기 때문에 심장마비가 발생한 환자에게 중요하다. 뇌는 혈액공급이 4~5분만 중단돼도 사망하거나 심각한 뇌 손상을 받기 때문이다. 강 교수는 “4분 이내에 신속한 심폐소생술이 이뤄진 경우 43%의 생존율을 보이는데 반해 8분 이후에 심폐소생술이 시행된 경우 생존율이 0%라는 연구결과도 있다”라고 심폐소생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AED는 극히 짧은 순간에 강한 전류를 심장에 통과시켜 ‘심실세동’을 종료시키고 다시 심장이 정상적인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기계다. 세동(細動)이란 심장의 잔떨림을 말하고 잔떨림이 심전도(심박동과 관련된 전위를 신체 표면에서 도형으로 기록한 것)상에 나타나는 것을 심실세동이라 한다. 강 교수는 “심정지시에 심실에 잔떨림이 나타나다가 심장이 완전히 정지하게 되는데 이 심실세동을 제거한다는 의미에서 제세동기라고 한다”라고 설명했다.


심폐소생술과 자동제세동기(AED)를 알자!
심폐소생술은 가슴 압박과 인공호흡으로 구성된다. 가슴 압박은 가슴의 정중앙 부분을 손꿈치(손바닥의 아랫부분을 의미)로 여러 번 눌러 주는 것이다. 이때 유의할 점은 갈비뼈가 부러지지 않게 가슴 중앙 부분을 압박해야 한다는 점과 충분히 이완된 다음 압박을 계속 진행해야 한다.

인공호흡은 머리를 뒤로 젖혀 기도를 개방한 후 환자의 가슴에 인공적으로 공기를 불어 넣는 것을 말한다. 이때 환자의 가슴이 올라오는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인공호흡을 하기 어렵다면 가슴 압박만 실행하는 것이 환자의 생존율을 더 높이는 방법이다.

AED를 사용하려면 전원을 켜고 패드를 부착해야 한다. 패드는 우측 쇄골 아래쪽과 바로 아래  쪽과 좌측 유두 바깥쪽 겨드랑이 중앙선에 부착한다. 패드에 부착위치가 표시돼 있어 외울 필요는 없다. 패드를 붙이면 AED가 환자의 심장 박동을 파악해 전기충격 사용여부를 결정한다. 송현주<한양보건센터> 직원에 따르면 “주의할 점은 환자의 심장 박동 측정과 전기충격이 가해질 때 환자와 접촉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며 “이후에는 계속 심폐소생술을 실시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내가 학교에서 심장이 멎는다면?
- 우리학교 응급조치 시스템 현황과 발전방향
서울캠퍼스와 ERICA캠퍼스는 주위 환경에 맞게 응급조치 시스템을 조직했다. 캠퍼스 내 병원이 있는 서울캠퍼스는 병원과 연계한 ‘안전캠퍼스시스템(Safety Campus System)’을 구축했다. 강 교수는 “한양대학교 내 주요 건물에 AED를 설치하고 설치된 보관함이 열리면 자동으로 응급의료진에게 전화 및 메시지로 사용 알림 및 장소가 전달되며 동시에 응급의료진이 현장으로 출동하는 시스템이다”라고 했다. 하지만 부주의로 인해 응급상황이 아님에도 시스템이 작동되는 문제점이 있다. 강 교수는 “청소하다가 잘못 건드리거나 점검 중 부주의로 한 달에 한 번씩은 작동된다”라고 했다.



119안전센터가 교문 앞 1~2분 거리에 있는 ERICA캠퍼스는 병원보다 구급대와 연계한 응급시스템을 마련했다. 교문과 근접한 119안전센터와 가능하도록 비상연락망을 구성하고 자구적인 노력으로 AED 5개를 무상 기증받았다. 서울캠퍼스에 비해 AED가 부족해 보일 수도 있으나 황재호<ERICA캠퍼스 총무관리처 관재팀> 계장은 “ERICA캠퍼스는 평지라는 지형적 이점이 있어 모든 건물에 캠퍼스 순찰차의 신속한 차량진입이 가능하다”고 했다.

그렇다면 이런 시스템이 잘 운영되고 있을까? ERICA캠퍼스의 경우 지난 달에도 4번의 응급 후송이 지역 119안전센터의 구급대와 연계해 원활하게 이뤄졌다.


반면 서울캠퍼스의 경우 AED가 간혹 잘 보이지 않는 곳에 있거나 교직원과 학생들이 사용법을 모르는 문제점이 있었다. 기자는 AED가 설치된 서울캠퍼스의 모든 건물을 방문해 점검해봤다. 대부분은 사람들의 눈에 쉽게 띄는 건물 출입구 주변에 있었다. 하지만 △대학원 △퓨전테크센터 △학생복지관 같은 경우는 건물 벽이나 구석에 위치해 AED를 찾기 힘들었다.

또 학교에서 소방안전교육을 받지 못한 대부분의 학생들은 AED의 사용법은 물론 심폐소생술도 알지 못했다. 인터뷰를 한 학생 중 새내기들은 중·고등학교 시절 받은 안전 교육만 알고 있었다. 고학번 학생도 마찬가지였다. 김단비<사회대 사회학과 10> 양은 “학교를 5년째 다니고 있지만 실질적인 소방 교육을 받아본 경험이 없으며 스프링클러 검사와 같이 형식적인 것이 전부였다”라고 말했다.

본지 취재 결과 건물을 관리하는 경비요원들은 제세동기의 위치는 알고 있었지만 안전 교육을 받지 않아 실제 사용방법은 모르고 있었다. 강 교수는 “설치 대수의 문제가 아니라 AED를 사용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것이 현재는 더 중요해 보인다”라고 말했다.

기자는 이런 미흡한 점에 대한 학교 측의 설명을 요청했다. 먼저 부적절한 위치에 대해 이 계장은 “사람들의 동선과 건물의 구조상 AED의 위치가 구석이나 측면에 있을 수 있다”고 해명했다. 다음으로 학부생의 교육이 부재한 점에 대해 이종원<서울캠퍼스 관리처 관재팀> 계장은 “학교 학생 수가 많아 모든 학생에게 교육을 실시하는 것은 사실상 한계가 있기에 주로 교직원과 대학원생들에게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고 부족한 교육에 대해 인정했다. 마지막으로 경비원의 교육부재에 대해서 이 과장은 “변경되는 인력으로 생긴 문제며 이에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라고 했다. 반면 관재팀의 모든 직원들은 전문적인 교육을 받는다. 실제로 작년 여름 강연석<서울캠퍼스 관리처 관재팀> 직원은 심폐소생술과 제세동기 사용을 통해 심정지 환자의 생명을 구하기도 했다.

위의 문제에 대해 관재팀은 해결방안을 내놓았다. 학생들의 관심을 제고하기 위해 이 계장은 “심폐소생술의 방법을 스티커로 제작해 학생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 부착하고 지속적으로 웹사이트에 홍보할 계획이다”라고 전했다. 눈에 띄지 않는 장소엔 위치를 안내해주는 표지를 만드는 해결책을 제시했다. 또한 관재팀은 새내기세미나와 같이 모든 학생들이 듣는 수업에 안전 교육을 추가해 학교 내 학생들이 심폐소생술에 대한 정확한 교육을 받도록 연구 중이다.

관재팀은 소방방재청이 만든 ‘안전디딤돌’이라는 앱을 소개했다. 이 앱에는 각종 재난 정보를 담고 있으며 앱에 있는 동영상을 통해 심폐소생술과 자동제세동기을 배울 수 있다.

도움: 송현주<한양보건센터> 직원
강형구<의대 응급의학과> 교수
강연석<서울캠퍼스 관리처 관재팀> 직원
이종원<서울캠퍼스 관리처 관재팀> 계장
황재호<ERICA캠퍼스 총무관리처 관재팀> 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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