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人災)가 틀림없다
인재(人災)가 틀림없다
  • 한대신문
  • 승인 2014.05.12
  • 호수 14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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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오후 성수역 방면으로 향하던 전동차가 상왕십리역에 정차했다가 출발하려는 전동차와 추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발생 직후 세월호 침몰 사고를 지켜본 승객들은 어두컴컴한 객차 안에서 들린 ‘차내에서 대기하라’는 익숙한 내용의 지시를 따르지 않고 스스로 문을 열어 반대편 선로를 통해 대피했다. 반대편 선로의 열차가 정지된 상태가 아니었다면 2차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아찔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주목해야할 사실은 서울 메트로가 열차 안점 점검을 마친지 채 일주일도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사고가 발생했다는 점이다. 보도에 따르면 선로의 신호시스템을 관리하는 서울메트로 신호팀 직원은 신호 오류가 발생한 것을 확인했음에도 ‘통상적인 오류’라고 판단해 적극적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한다. 결국 위험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승객들을 움직인 것은 책임자들의 안일한 태도다. 사람들의 불안감을 증폭시키다 못해 결국 불신하게 만든 것이다.

사고가 발생한 뒤 사람들은 ‘책임자’를 찾기 시작했다. 열차를 운영한 기관사부터 실무자 등 사고와 관련된 사람들은 모두 사고를 일으킨 책임자였다. 그렇다면 우리는 과연 이 사고의 원인이 온전히 책임자에게만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안전에 대한 안일한 태도는 개인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에 존재한다. ‘항상 그래왔으니 이대로도 괜찮다’라는 사고방식이 만연하니 문제점을 느끼지 못한 것이다. 문제가 발생해도 책임자를 탓하면 그만이었다. 그러니 비용을 줄이기 위해 업무에 익숙하지 않은 비정규직 근무자가 수시로 바뀌어도, 노동환경을 개선하지 않아도 우리는 늘 ‘괜찮’았다.

사고가 발생했을 때 해당 기관과 책임자에게 모든 책임을 묻는 것은 당연한 순서일 것이다. 그러나 책임자를 징벌했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문제의 진정한 해결을 위해서는 구조적 개혁과 같은 보다 근본적인 원인에 대한 성찰이 선행돼야 한다. 이번 사고 역시 그들에게 모든 책임을 묻느라 정확한 사고의 원인을 해결하지 못한 채 넘어가는 것은 아닌지 두렵다. 이 사고는 모두가 만든 인재(人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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