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원전, ‘결자해지’ 가능한가?
우리나라 원전, ‘결자해지’ 가능한가?
  • 전예목 기자
  • 승인 2014.05.12
  • 호수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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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을 건설했으면 해체할 줄도 알아야

‘결자해지(結者解之)’라는 말이 있다. 매듭을 묶은 자가 풀어야 한다는 뜻으로 일을 저지른 사람이 일을 해결해야 함을 비유한 한자성어이다. 원자력 발전소(이하 원전)에도 이와 같은 고사성어가 필요하다. 모든 원전 시설은 설계수명 기간이 지난 후에 수명이 연장되지 않으면 해체 작업이 진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노후된 원자력발전소가 많아지면서 해체 기술에 대한 대비책이 요구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본래 설계 수명보다 10년 수명이 연장된 고리 1호기의 안전성과 월성 1호기의 연장 운행 문제를 둘러싸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원전은 ‘결자해지’가 가능한가? 다시 말해 원전의 설립뿐만 아니라 안정적인 해체를 할 수 있는가? 답은 ‘그렇지 않다’이다. 한국원자력연구원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는 원전 해체에 필요한 핵심 기반 기술 38개 중 21개를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또 우리나라는 연구용 원자력 시설 해체 경험만 있지 대형 원전 해체 경험이 전혀 없다. 현재 논란이 되는 원전 해체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알아본 다음 우리나라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진단해 보자.

원전해체의 정의와 방식
원전 해체(Decommissioning)란 원전의 운영과정 중 마지막 단계에 해당한다. 김용수<공대 원자력공학과> 교수에 따르면 “원전해체는 완전히 정지된 원전 안에 있는 오염된 물질과 발전소 건물을 없애는 일뿐만 아니라 오염된 발전소 부지도 건설 이전의 모습으로 되돌려 보내는 것을 의미한다”라고 했다.

원전 해체방식에는 △즉시해체(Immediate dismantling) △지연해체(Delayed Dismantling) △영구밀봉(Entombment)이 있다. 이 방식은 IAEA와 OECD/NEA(국제원자력 관련 기구) 등에서 정한 기준으로 현재 대부분 국가가 이에 따라 해체를 진행하고 있다.

즉시해체는 원자로 가동을 멈춘 후 바로 해체하는 방식을 말한다. 그렇다고 가동을 멈춘 원자로를 곧바로 해체하는 것은 아니다. 김 교수는 “즉시해체라고 해서 발전소를 정지한 후 곧바로 해체하는 것이 아니라 보통 5년 정도 준비기간을 거친 뒤에 해체한다”라고 했다.

즉시해체는 해체사업을 진행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짧이 많은 장점을 지닌다. 즉시해체 방식은 해체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의 관리 비용을 줄일 수 있고 미래의 원전 관련 기준 변화와 같은 불확실성에 비교적 영향을 적게 받는다. 또 빠른 부지 재생으로 신규 원전 부지 확보에 대한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고, 다른 나라보다 일찍 해체 경험을 하기에 원전 해체 관련 세계 시장에 빨리 진출할 수 있다는 경제적 이점도 있다.

즉시해체의 장점은 경제적 이득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한 세대 안에 해체 작업이 완료되므로 해체와 관련된 부담을 후세에 떠넘기지 않는다는 도덕적 원칙과도 부합된다.

지연해체는 시설을 영구적으로 정지 시킨 후 30~60년 동안 안전밀폐관리 과정을 거쳐 해체하는 방식을 뜻한다. 지연 해체는 방사성 동위원소의 붕괴에 따른 방사성 오염 물질을 감소시키므로 방사성 물질의 붕괴에 의한 효과가 큰 원자로 시설에 주로 적용하고 있다.

지연해체는 시간을 두고 해체 작업을 실행하기에 시간에 따른 여러 이득이 생긴다. 우선 해체 비용의 지출을 나눌 수 있어 재정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다. 또 시간에 따른 방사성 물질 감소 효과로 방사성 해체 폐기물을 약 25%까지 줄일 수 있어 해체 비용도 절약할 수 있다. 이 효과는 해체 작업자의 방사선 피폭에 대한 안전성을 향상시킨다는 긍정적 측면도 있다. 마지막으로 해체시기의 유연성으로 인해 인근 원자로와 동시에 해체 작업이 가능하다는 것도 장점이다.

영구밀봉은 원전 시설을 콘크리트와 같은 화학적으로 안정적인 물질로 밀봉해 해체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가장 간단한 작업으로 이목을 끌었다. 하지만 김 교수에 따르면 “영구밀봉은 기존 원전 공간을 활용하지 못하고 버리는 것이므로 국제적으로 영구밀봉으로 해체한 사례가 거의 없다”라고 했다. 실제로 체르노빌과 같은 사고원전처럼 특별한 경우를 빼고는 거의 채택하지 않는다.

하지만 영구밀봉을 통한 밀폐저장방식이 오히려 경제적이라는 주장도 있다. 프랑스의 경우 58기에 이르는 원전 해체에 따른 방사성폐기물 처리 비용이 약 42조 정도로 예상된다. 이때 밀폐저장방식을 이용하면 약 28조 원을 절약할 수 있다고 분석된다.

구체적인 방법으로 원전 격납 용기 내부를 콘크리트로 채우고 외부는 흙으로 10m 이상 덮어 60m 높이의 언덕을 만들어 약 100,000㎡ 정도의 잔디를 심는 방법이 있다. 이 방법은 방사성 폐기물 처리 비용이 들지 않으므로 기존 해체 비용보다 약 60~80%의 절감 효과가 있다고 추정됐다.

▲ 주 ) ◎ : 매우 유리 , O: 유리 , X: 불리 , - :없음 국내 환경요인 따른 원전 해체 방식의 유불리 분석( 출처 : 한국원자력환경공단 )

우리나라는 어떤 방식으로?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즉시해체를 기본으로 하면서 지연해체 방법을 섞어 사용하는 것이 좋다. 전상환<기초·융합교육원> 교수는 “즉시해체 방식은 국토가 좁은 우리나라의 상황에 적절하다”라며 “지연해체나 영구밀봉은 원자력 관련 산업 일자리와 인접 상권을 단번에 없앤다는 점에서도 부적절하다”고 했다. 따라서 즉시해체 방식이 국내 원전 해체 방식의 원칙으로 적합하다. 그러나 현 경주 방사성폐기물처분장의 조기 포화와 같은 문제점을 일으킬 수 있다는 단점도 있다.

이 같은 단점은 방사성폐기물의 발생량과 해체 비용을 완화하는 지연해체 방식을 이용함으로써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다. 덧붙여 전 교수는 “우리나라의 경우 여러 원전 부지에 다수원자로가 운영되고 있어서 지연해체를 하면 해체작업을 한 번에 할 수 있어 효율이 높아진다”라고 지연해체의 장점을 설명했다. 결론적으로 두 가지 방식 중 어느 것도 절대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으므로 상황에 따라 적절한 방법을 이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도움: 김용수<공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전상환<기초·융합교육원> 교수
참고: 보고서 「원전 해체폐기물 관리방안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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